폭력적인 남편을 말기암으로 보내며, 부인이 남긴 한마디

by 별빛간호사

폭력적인 남편을 말기암으로 보내며, 부인이 남긴 한마디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별빛간호사이다.

최근 말기암 환자 한 분이 입원하셨다.

이분은 밤마다 섬망 증상이 심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순한데 유독 배우자에게만 폭력적으로 행동하신다는 점이었다.
젊은 시절에도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내와 딸은 끝까지 헌신적으로 그를 돌봤다.


어느 날 저녁, 잠시 짬이 나서 보호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안녕하세요. 환자분 간호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죠.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환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사실 간호사로서 환자 정보를 알아야 하지만,
제가 가족이라면 이렇게 곁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보통 폭력적이었던 배우자나 부모가 환자가 되면,
가족들이 외면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헌신적으로 돌보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는 이 사람이 불쌍하기만 해요.
옛날 생각이 나다가도, 이렇게 힘없이 누워 있는 걸 보면 안쓰럽고 안된 마음이 들어요.
인간이라서…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러시군요.
최선을 다하고 계시니, 환자분도 알아주실 거예요.”

나는 짧은 대화를 마치고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 계속 그 말이 맴돌았다.


“인간이라서,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모든 사람은 같지 않다.
배우자의 마음이 유난히 넓어서일까,
미운 정도 결국 정이라서일까.


나는 여전히 답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한때, 나도 죽도록 미워하고 증오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는 빚처럼 커지고,
내 삶을 잠식시키고, 결국 나 자신을 해치기 시작했다.


결국, 용서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함이 아닐까.?


그 일이, 어쩌면 답에 가장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스크린샷 2025-11-02 오후 10.30.06.png 용서.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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