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스피스병원에서 일하는 별빛 간호사이다.
우리 병원에는 나이가 꽤 지긋한 말기암 환자분이 계신다.
이 환자분은 임종 후 신체 기증을 서약하셨다.
평생을 무학으로, 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환자분에게
나는 늘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분은 참 애처가이시다.
근무 중에도 그분의 병실을 지나면, 침대 위에 부부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은 나에게 할머니 자랑도 하신다.
“우리 할멈이 참 잘해.”
“네, 할머니가 참 살림꾼이세요.”
“응. 내가 대학병원에서 죽을 고비를 두 번 넘겼어.
이렇게 가는구나 싶었는데,
눈물 흘리며 따라오는 할멈을 보니까… 죽을 수가 없겠더라.”
“네, 그러셨군요.”
“응. 근데 이제는 가야 하지 않겠나.”
“몸이... 안 좋다는 걸 스스로 느끼세요?”
환자분은 내 질문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셨다.
잠시 후,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신체를 기증할 생각을 하셨어요?”
“어떻게 알았노?”
“저는 간호사니까 다 알죠.”
“맞나? 그거는 이유가 없다.”
“네?”
“이유가 없어.”
그분의 눈에는 맑은 순수함만 비쳤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좋아하듯,
의심도, 거짓도 없는 순전한 마음이었다.
“나는 어려서 논만 일구고 공부를 참 못했다.”
“네.”
“죽어서 어차피 몸뚱이는 쓸모없어지는데,
남들 공부하는 데 쓰이면 좋겠다.”
“네…”
나는 더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분의 선택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조용한 품격이 담겨 있었다.
나는 대화를 더 이어가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그거 참 어렵다.”
환자분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내게 말씀하셨다.
“불행은 욕심에서 나와요.
내 마음 편하게 사소.”
“백 살 가까이 살아도
많이 살았다고 하는 사람 없고,
돈 많이 벌었다고
돈에 만족하는 사람 없소.”
“사람 욕심이란 게 그래요.
욕심 부리지 말고,
내 마음 편하게 사소.”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환자분이 내게 먼저 인사를 하셨다.
오히려 고마운 건 나인데,
항상 마지막 인사는 그분이 하셨다.
사회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돈이 많으면 ‘잘나가는 사람’, ‘좋은 사람’이라 불린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동,
죽음을 앞둔 자리에서는
그 모든 화려한 껍데기가 벗겨지고,
남는 것은 오직 ‘순수한 정신’뿐이다.
이 소중한 순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음에,
그리고 그것을 여러분께 전할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