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에서 아이들
"왜 하필 우리 엄마예요?"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는 별빛간호사이다.


두 자녀의 엄마가 입원을 했다.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입원 상담을 하는 동안, 아이들도 조용히 엄마 옆을 지켰다.
친어머니는 상담 내내 눈물을 훔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상담이 끝나고 간호사실로 돌아온 지 얼마 후, 어머니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아직… 둘째가 엄마의 죽음을 못 받아들여요.”
“네.”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까요…”
“같이 고민해볼게요.”
“선생님이 대신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말을 꺼내면 눈물부터 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아이들을 한 명씩 불렀다.

“선생님이랑 잠깐 얘기할래?”

둘째는 경계심 하나 없이 내 손을 꼭 잡았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며 끊임없이 말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웃음소리는 병동 전체를 비추는 아침 햇살처럼 느껴진다.


“선생님이 너한테 비밀 얘기를 하나 해줄게.”
“비밀 얘기?”
아이는 금세 눈빛이 맑아졌다.


“엄마가 아픈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아빠도, 할머니도, 너도 아니야.
엄마는 몸이 너무 아파서 이제는 하늘에서 편하게 너희를 돌보려고 하는 거야.”

아이는 잠시 듣더니 조용히 물었다.

“근데… 왜 하필 우리 엄마예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수백 가지 사실이 떠올랐지만, 아이에게 어떤 말도 그대로 전할 수 없었다.


“엄마가… 가장 크게 빛나는 별이라서 그래.
하늘에서 그 밝은 빛이 꼭 필요했나 봐.
그래서 데리고 가는 거래.”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엄마는 진짜 밝아요.
아빠랑 술 먹으면 책상 올라가서 춤추고 노래해요.”
엄마를 흉내내며 까르륵 웃었다.

“그랬구나. 정말 멋진 엄마네.”


나는 아이 가슴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민지(가명)가 앞으로 학교에서 힘들 때, 친구랑 싸울 때,
공부가 안 될 때, 어른이 되어 회사 가서 지칠 때,
결혼하고 엄마가 되고… 그런 순간들마다
엄마는 여기, 민지 마음속에 있어.

민지가 기억하는 한,
엄마는 영원히 민지 곁에서 숨 쉬고 있을 거야.”

아이는 천천히 대답했다.

“저는… 아빠랑 할머니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른들이 감당하기도 벅찬 이별을
이 어린아이는 지금 혼자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빌었다.
이 아이의 앞날이 언제나 따스한 빛으로 비춰지길,
엄마가 저 높은 곳에서 작은 별이 되어
아이의 여정을 환하게 밝혀주길...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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