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간호사도 '일하기 싫은 날'이 있다.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별빛간호사다.

‘하… 일하기 싫다.’
‘집에 가고 싶다.’
‘누워있고 싶다.’

오늘 오전, 출근하자마자 가장 많이 떠올린 말들이다.


요즘 마음이 유난히 뒤숭숭하다.

7년 차 간호사.
지금 병원에 들어온 지도 어느새 3년이 넘었다.

간호사는 1, 3, 5, 7년마다 한 번씩 큰 고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 정확히 그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렇게 버티듯 일을 이어가던 중, 등 뒤에서 따스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영양사님이었다. 환자에게 쌀로 만든 컵라면을 건네고 있었다.

“아직 밥은 잘 못 먹겠어요.”
“아이고…”
“그래도 영양사님이 매번 챙겨주시니까… 컵라면이라도 먹어요. 제가 면을 참 좋아해요.”
“잘 드셔야 해요.”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를 듣는 동안, 내 등 뒤로 조용한 사랑이 스며들었다.

tempImagedYHurI.heic 영양사님이 횐지에게 건넨 쌀국수

지금 내가 선 이 자리,
글을 쓰고,
호스피스 대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마음…


모두 어느 날 점처럼 나타나 자연스레 이어진 길이다.


몸이 ‘하기 싫다’고 말하는 건,
사실 멈춰야 한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이제는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쉬려는 건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동안 받아온 사랑을 더 잘 돌려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잠시 재정비를 선택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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