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 둔 100살의 그녀는 늘, 나에게 묻는다.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는 별빛간호사이다.

나는 매일 죽음을 만나러 간다.

그 여정에서 환자들은 많은 것을 내어주고 알려준다.
그 사랑을 여러분에게도 나누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 이므로..


저녁 근무 시간이었다.
백 살에 가까운 환자분이 계신다.
이분은 사람을 참 좋아하신다.
말문이 트이면 6·25 전쟁부터 피난,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열여섯에 외딴 섬마을로 시집간 이야기까지…
끝없이 풀어놓으신다.


모든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 앞뒤가 안 맞는 엉뚱한 말을 하신다.)
그녀가 이야기를 풀 때 반짝이는 눈빛과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힘의 결이 참 좋다.

나를 더 단단하게, 조용히 다정하게 안아주는 기분이다.


이야기의 마침은 늘 같다.
긴 이야기를 마치고 목이 타는 그녀는 말한다.

“엄마, 찬물 좀 주가.”


나는 테이블 위 물통에 찬물을 가득 채워 다시 올려둔다.
그녀는 힘차게 물을 마신다.
위암 말기라 반사적으로 구역질을 하면서도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찬물을 벌컥 들이키신다.

“콜록, 콜록”


나는 그녀의 목을 받치고 상체를 조금 더 올린다.

한동안 기침을 하던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묻는다.

“시집은 언제 갈래?”

나는 빙긋 웃으며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한다.

“쟈는 꼭 잔소리할라믄 가제.”


내가 병실을 나설 때까지
그녀의 웃음소리가 길게 나를 배웅해주었다.


tempImagefBxVsw.heic "죽는게 무섭냐고? 전혀, 난 여행을 떠날 준비가됐어. "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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