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구야, 내일 또 봐”

인생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by 별빛간호사

친구, 내일 또 봐.

한 환자분이 계십니다.
말기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중이신 분이죠.

그분을 보기 위해 자주 병동을 찾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의 오래된 친구.
두 분 다 연로하셔서, 친구분 역시 지팡이를 짚고 오십니다.

그날,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멀리서 오시느라 힘드시진 않으세요?”
“힘들긴... 운동삼아 오는 거지. 괜찮아.
산 사람이 힘든가? 죽는 사람이 더 힘들지.”

그분은 조용히 웃으셨습니다.
말에는 담담함이 있었지만, 눈빛엔 깊은 연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래된 친구시군요.”
“응. 국민학교 때부터 친구였으니까…”
“네…”

환자분은 이미 말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조용히 숨만 쉬며, 침대 위에 누워 계셨습니다.

친구분은 안경 너머로 흐르는 눈물을 거칠게 훔치며 다른 한 손으로 친구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OO아, 힘내라… 너무 아프지 않게, 힘들지 않게… 그렇게 가.
너 가고 나면 나 하나 남고…
나도 가고 나면… 이제 누가 남나…”

그 말들은 마치 오래된 자장가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엔 울분도, 애잔함도,
한평생 함께한 친구를 떠나보내는 슬픔도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더 이상 병실에 머무르면 제 마음도 무너질 것 같아 조용히 병실 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떠나는 이는 말이 없습니다.
남겨지는 이들은 그를 추억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그저, 그럴 뿐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죽음을 앞둔 환자가 남긴 단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