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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을 견디게 하는
환자들의 따뜻한 한마디.

호스피스 간호사의 일기장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몇 해째 이곳을 지키고 있지만, 나이트 근무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병실을 쭈뿌르한 얼굴로 조심스레 라운딩합니다.
하나하나 주사를 준비하며 환자 곁을 맴돌다 보면
내 발소리에 살며시 눈을 뜨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나는 조용히 작게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저, 출근했어요."

그럼 환자분은 고단한 몸을 일으켜 희미한 미소로 이렇게 답해 주십니다.
"아이고... 힘들 텐데. 어서 와요."

낮에는 분주함 속에 스쳐 지나갔던 인사들이
밤에는 유난히 깊게, 가슴에 박힙니다.

긴긴 밤 근무 속, 때때로 쏟아지는 졸음과 무력감 속에서
이 따뜻한 한 마디는 마치 겨울비 속 단비처럼 내 심장 한가운데로 흘러듭니다.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
매일 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삶이 꺼져가는 그 마지막 시간에도 서로를 위로하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크고 깊은 울림이 되는지....
나는 이곳에서 배웁니다.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기억해 주는,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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