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마행렬도 - 천전리 각석
기마행렬도
- 천전리 각석
자줏빛 사암 바위 볕이 드는 시각이다
광폭의 화판 위에 맨발로 들어서는
갓밝이 여린 조명이 한 시대를 불러낸다.
하루에 하루를 더한 천 년의 의식인데
여일한 대곡천은 긴장으로 졸졸대고
산꿩도 신호탄 같은 울음을 쏴 올린다.
선대의 문양들이 수수께끼를 내는 동안
자르르 윤을 내며 갈기 세운 기마행렬
결기 찬 화랑 무리는 또 천 년을 내딛는가.
가는 길 멀고 험해 길잡이를 두려는 듯
속살 떼어 새긴 자리 햇살이 본을 뜨면
무시로 신라의 하루가 말발굽에 실려온다.
- <성파시조문학> 2023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