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 꼬리 의자
절정의 쇼타임이
그대로 멎은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문
미형(尾形)의 벤치들이
커튼콜 우렛소리로
고래를 호출한다.
죽어야만 통하던 길
금법으로 돌아선 뒤
고래 없는 고래마을
화석이 된 꼬리 몇 점
그 위로 천의 관객이
낮밤으로 갈마든다.
누천년을 내리 산
바위 속의 고래들이
천연의 조명 아래
피날레를 하려는가
번호표 뽑아 든 낮달
벤치를 기웃댄다.
- 김진길의 정형시 '고래 꼬리 의자' 전문
울산 남구 장생포는 고래문화특구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증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랜 세월에 걸쳐 동해에 고래가 회유하였고,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장생포 일대가 고래잡이의 중심지로서 기능했던 연유에서다.
국제포경협회가 고래잡이를 금지하면서 포경업은 자취를 감추고 주변에는 공단이 빼곡히 들어섰지만
여전히 거리에는 고래들이 회유하고 있다. 고래문화마을과 고래박물관, 고래고기 전문점, 고래 그림과 상징물, 도로명, 고래바다여행선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고래문화마을에 가면 고래 꼬리 형상의 의자들도 많다. 회유하던 고래를 추억하면서 낮밤으로 해와 달, 그리고 별과 바람이 천의 관객으로 그곳에 앉아 반구대 암각화 속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리라.
2023년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이곳 장생포 일대에서 울산 고래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다양한 이벤트와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걷다가, 먹다가, 바다여객선과 모노레일도 타다가
힘에 부치면 잠시 고래 꼬리 의자에 앉아 천의 관객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