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준설기

- 김진길

by 시시한 삿갓

준설기



한여름 긴장했던 둑의 기억 탓일까

포클레인 바스켓이

바닥을 긁는 동안

이 엄동, 섣달의 강은 동면에 들지 못한다


앞만 보고 흘러 닿은

지천명 사내의 강,

까맣게 타들어 간 직진의 퇴적층을

비수면 내시경으로 내막까지 훑는다


묵은 생 벗겨내는 분주한 손길들,

습관처럼 걸어온

꿈 없는 경로들은

결결이 강울음 안은 상처의 길이던가


덜어낸 부피만큼 수위는 안정되리

얼음장 밑에 도는 초록의 엔진 소리,

모처럼 꿈을 꾸려나

한뎃잠이 몰려온다


스크린샷 2025-11-04 212012.png
스크린샷 2025-11-04 212230.png
스크린샷 2025-11-04 212449.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름 속 운탄고도는 그런 꿈 이고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