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질학
탐광자란 뭘까요?
바로 거기 있다는 걸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죠
믿고 보는 배우 매튜 맥커너히의 출연작이다. 이미 조디 포스터와 <콘택트>에서 함께 연기했고 <인터스텔라>에서 주연을 맡았던 천만관객 주연 배우다. 한때 센드라 블록과 연인 사이기도 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2014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93년 광산개발회사 브렉스의 최대 규모의 금광을 발견하면서 벌어진 실화를 토대로 만든 <골드>(감독 스티븐 게건, 2017)에서 매튜 맥커너히는 인생의 패배자에서 금광 발견으로 인생 반전을 이뤄내는 케니의 역을 소화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 역을 위해 21kg 감량하면서 연기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햄버거만 먹고 21kg을 찌우고 삐뚤어진 틀니까지 사용했다. 극단적인 감정의 진폭을 잘 표현하였고 실재 인물에 몰입된 연기를 보여줘 절정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1995년 10월 캐나다 캘거리 시에 있는 소규모 광산회사 브렉스(BRE-X)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보루네오) 섬 동북부 밀림 지대인 부상(Busang)에서 금세기 최대의 금맥인 250만 온스가 발견했다는 발표 했다. 4개월 뒤 인도네시아 동력자원부는 부상 일대에 금맥이 4천만 온스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 때마다 3~4개월에 한 번씩 불어나던 매장량은 96년 5월 초에는 2억 온스(560만 kg), 시가로 7백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광맥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2년 전 처음 발표했을 때보다 80배나 늘어난 것이다.
엄청난 소식은 캐나다·미국·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동시에 이름도 없던 브렉스사 주식도 몇십 센트에서 2백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 회장과 부회장은 주식을 전매해 순식간에 각각 2천만 달러와 2천9백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금광 현장의 책임자 지질학자 구즈만도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
그런데 1996년 5월 2일 미국의 광산 컨설턴트 스트라턴 미네랄 서비스사는 부상 금광에서 발견된 금의 매장량, 순도, 금맥 분포도가 모두 허위이며, 지금까지 부상에서 채굴한 금광석은 모조리 외부의 금가루를 교묘히 첨가한 뒤 화학 처리해 날조했다는 것이라는 보고서를 인도네시아 정부에 제출했다. 지상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과연 주요 인물 4인이 몰랐느냐는 것이다. 주인공인 빈털터리 캐나다 출신 무명 사업가 데이비드 웰시 브렉스사 회장은 자신의 아들 이름인 브렛(Brett)과 탐사(Exploration)라는 뜻을 합쳐 브렉스(BRE-X)라는 회사를 차린 뒤 주머니에 남은 7천8백 달러를 들고 노다지가 있다는 인도네시아 부상으로 찾아가 일생일대의 모험에 뛰어든다.
캐나다인이며 브렉스사 부회장 겸 광산 전문 지질학자인 존 펠더호프는 파푸아뉴기니에서 금광을 발견하는 등 동남아 광업계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부상 금광 개발의 총책임자인 그는 이 광맥을 놓고 ‘20세기 최대의 금맥 발견’이라고 언론에 큰 소리를 쳤다.
세 번째 인물은 모하메드 봅 하산은 인도네시아 최대 갑부 중 한 사람인데 그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장녀와 장남을 제치고 브렉스사 주식 30%를 무상으로 받아낸 수완 좋은 목재 재벌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에서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마이클 구즈만이다. 부상 광산 현장의 광산 전문가이자 지질학자인 그는 펠더호프와 함께 광석 견본 채취와 실험 책임을 맡아다. 10여 년간 보루네오 섬의 밀림을 헤맨 광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그는 ‘필리핀의 인디아나 존스’로 통했다.
이 4명 가운데 이 사건의 열쇠를 쥔 구즈만은 지난 1997년 3월 19일 광산 현장으로 가던 헬기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했다. 자살의 원인은 지병인 간염을 비관했다는 것인데 가족들은 이를 부인했다. 유서도 본인이 쓴 것이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사흘 후 발견된 시체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구즈만이 자살한 지 이틀 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발행되는 한 일간지는 처음으로 부상 금광의 금 매장량이 과장되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보도가 나간 지 3일 후 금광 주식에 투자한 미국의 프리포트 광업사는 조사 결과 부상에 금맥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이 순간부터 브렉스사 주식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며 1년 6개월 간의 사기극은 막을 내린다.
구즈만의 죽음은 세계 광업계를 뒤흔들었던 ‘세기의 사기극’을 더 깊은 미궁으로 밀어 넣었다. 모든 것을 구즈만이 뒤집어쓰고 떠나버린 모양이 됐다. 그의 자살을 계속 의문에 싸여 있으며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영화에서는 케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묘사되고 나중에 행방이 묘연한 마이클로부터 수표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일단 이 영화는 광산업이 얼마나 위험과 이에 따른 수익이 큰가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순수한 광물의 매장량만을 수익이라고 봤다면 오늘날에는 추정매장량이 더 큰 수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가는 물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정부까지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발생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 분야에서 회자되며 캐나다에선 정부 차원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표준 양식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영화상으로 보면 처음에는 탐광을 위해 코어링을 하여 화강암 샘플을 끌어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후반에는 강물에서 건져 올린 사금으로 금의 형태가 바뀐다. 광상학적으로 두 가지는 금의 산출 상태가 다르고 구분이 확실히 될 수 있다. 단지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광물을 갖는 곳을 광상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광상탐사에서부터 분석과정에 이르는 것이 간단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케니는 올해의 광부상을 받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광산 찾는 탐광자는 거기에 광산이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라고. 믿는 자에게 복이 오나 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