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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an 10. 2023

진신사리 모전탑, 정암사 수마노탑

문화유산 지질학


정암사 적멸보궁, 출처: 문화재청


정암사(淨巖寺)는 신라 자장율사(慈藏律師, 590~658)가 당나라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진신사리를 받아 귀국한 후, 선덕여왕 14년(645)에 창건하였다고 삼국유사에 전해진다. 이 진신사리를 석탑 등에 보존하고 잘 보이는 자리에 적멸보궁(寂滅寶宮)을 지었다. 지금은 적멸보궁이 여기저기 많이 있지만 정암사는 통도사, 오대산 월정사, 영월 법흥사, 봉정암과 함께 자장율사가 가져온 진신사리를 보관한 5대 적멸보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정암사 적멸보궁은 건립 시기는 확실하게는  알 수 없으나, 영조 47년(1771)에 고쳐 지은 기록으로 보아 적어도 18세기 초에는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후 여러 차례 보수되었다.


자장율사는 신라 진골 출신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처자식을 버리고 재산을 팔고 출가했다. 선덕여왕은 출가를 극구 말렸으나 기어이 불가에 몸을 담는다. 중국 유학 후 돌아와 분황사의 2대 주지로 주석하였고 선덕여왕에 의해 대국통(大國統)에 임명된 후 건의하여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웠다. 통도사, 월정사, 법흥사, 정암사 등 사찰을 건립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말년에 초라한 거지 행색을 하고 온 문수보살을 알아보지 못하고 낙심하여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후원자인 선덕여왕을 잃은 자장이 정치적으로 입지를 잃은 것이 이야기의 의미라고도 한다. 이후 불교계의 실권은 김춘추의 후원을 받은 의상과 원효에게로 넘어간다.


정암사 수마노탑, 출처: Wikimedia Commons by 배윤석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旌善 淨岩寺 水瑪瑙塔)은 고려시대 다층기단식 모전석탑이다. 탑의 형태 구분상 이형탑이다. 재질은 기단부는 화강암이고 탑신부는 백운석(dolomite)이고 상륜부는 청동이다. 진신사리가 봉안되었다고 전해지는 모전탑으로는 유일하다. 1964년 9월 3일 보물 제410호로 지정되었고 2020년 6월 25일 보물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정암사 수마노탑 2~3층


전체 높이는 9m의 7층으로 된 석탑이다. 6단의 화강암의 기단 위에 탑신부를 받치는 2단의 받침을 두었다. 탑신 1층에 화강암 재질의 좌우 기둥과 상인방을 갖춘 감실을 나타내는 문비(문모양)가 있고 전체 7층으로 모전석재로 옥개석을 만들었다. 탑신부의 석재는 길이 5.8~6.5 cm, 두께 5~7 m 정도로 벽돌같이 정교하게 다듬었다. 낙수면과 옥계석의 단수는 층별로 일정하다. 상륜부의 보륜 1단 화판에 범자(梵字)가 투각 되어 있다. 경주 분황사의 모전석탑의 전통을 계승하여 전체적인 안정감, 입체감이 뛰어난 균형 잡힌 모전탑으로 고려시대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암사 탑지석 전면과 측면, 출처: 손신영(2014)


1972년 해체 보수과정에서 탑의 건립 이유, 보수 기록 등이 적힌 탑지석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국내 탑 중에서 유일한 사례이다. 지석은 1653년(숙종 9), 1719년(숙종 45), 1773년(영조 49), 1874년(고종 11)에 제작되었고 중수 기간 사이에는 각각 66년, 54년, 101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마도 크지 않은 돌을 쌓아 만든 모전탑의 특성상 여러 차례의 중수가 불가피했을 정도로 탑의 원형이 훼손되었을 것이다. 현재 기단에서 상륜부까지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모전석탑으로 탑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몇 안 되는 탑이다.


수마노탑은 마노탑이 아니다.


마노(瑪瑙)는 <법화경>에서 금, 은, 유리, 차거, 진주, 매괴와 함께 불교에서 7대 보석으로 일컫는 것인데 자장율사가 귀국할 때, 용왕이 자장율사의 도력에 감화받아 마노석을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물 수(水) 자를 앞에 붙여 수마노탑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단한 상징성이 부여된 정암사의 대표 문화재이다.

옥수(玉髓, chalcedony), 출처 : Wikimedia commons by Hannes Grobe


사실 마노는 옥수(玉髓, chalcedony)라고도 불리는데 섬유상의 매우 입자가 가는(은미립질) 석영 결정으로 되어 있다. 동물의 뼈의 단면과 같은 무늬를 가진 옥을 의미한다. 특히 동심원상의 띠를 이루고 있으면 아게이트(Agate)라고 불린다. 색상 등에 따라 카넬라인, 사드, 오닉스, 벽옥(자스퍼) 등 다양하게 불린다. 사실 석영 덩어리이기 때문에 석기시대 유물로 나오는 플린트(flint)도 옥수의 한 종류이다.


실제로 탑신부를 구성하는 암석은 백운석(고회석, dolomite, CaMgCO3)이다. 백운석은 석회석의 칼슘 중의 일부가 고결과정 중에 마그네슘으로 치환된 암석이다. 야외에서 육안으로는 두 암석의 구별이 힘드나 묽은 염산에 석회석은 반응하지만 백운석은 반응하지 않아 구별할 수 있다. 이는 산성비 등에 반응하지 않아 화학적 풍화에 안정한 재료임을 뜻한다.


수마노탑에 사용된 백운암은 하부 고생대 퇴적암일 것으로 보이며 탄산염 암이므로 조선누층군 퇴적암류 중 탄산염암으로 구성된 대기층, 두무골층, 막골층 혹은 두위봉층 암석 중의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경식(2012)은 구조적인 변형구조인 우이드(oooids)와 연체동물 화석의 존재에 따라 부근 막골층의 암석으로 추정하였다.


돌로미티 산맥의 사소룽고(Sasso Lungo) 산군, 출처: Wikimedia Commons by Meneerke bloem


백운석의 영문이름이 Dolomite는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지역에 많은 암석으로 1791년 프랑스의 지질학자 데오다 그라테 드 돌로미외 (Déodat Gratet de Dolomieu)가 최초로 기술하였다.


따라서 실제로 정암사의 마노탑의 재질은 마노가 아니고 옛이야기에 나오는 이름이 굳어져 사용된 경우이다. 학문적으로는 재질의 암석이름이 다르나 오랫동안 이 이름으로 사용된 점을 고려하면 굳이 이름을 변경할 필요는 없지만, 사실관계는 충분히 설명, 표시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1.     문화재청, 2020,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지정사유

2.     박경식, 2008, 한국의 석탑, ㈜한국커뮤니케이션

3.     손신영, 2014, 정암사 수마노탑 탑지석 연구, 문화재, 제47권 제1호, p.118~121

4.     우경식, 2012, 정선군 정암사 수마노탑의 재질분석, 수마노탑의 특징과 그 가치, p.93~112

5.     황정은, 김사덕, 정희수, 2013,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의 손상현황과 보존처리연구, 보존과학연구, 제34권, p.110~122

6.     홍대한, 2015, 정암사 수마노탑의 양식과 건립시기 연구, 동아시아문화연구, 제63집, p.39~70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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