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보라 Aug 23. 2022

리더를 꿈꾸는 딸에게

앵커 엄마가 진심을 담아 딸에게


말 잘한다고 모두가 리더가 되지는 않지만,
모든 리더는 말을 잘합니다.
                                                                      


우리 딸은 말을 참 잘합니다. (feat. 팔불출)

아직 5세라서 먼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 딸은 아무래도...

글로벌 리더가 될 것 같아요. (again 팔불출)





방송을 업으로 삼는 분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말을 잘하더라고요.

(물론 지인 통계라는 함정은 있습니다.)


언어는 문화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말 잘하는 부모를 보고 알게 모르게 배우는 게 크다고 생각해요.

나도 모르게 저절로 스며들고 익히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상에서 체득한 화술은 그대로 그 사람의 것이 되고, 한번 몸에 밴 향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의 샴푸 향이 느껴지듯 진하게 남습니다.


우리 딸을 보면 딱 알겠어요.

5세인데도 알겠습니다.

말을 정말 '잘' 합니다.


엄마는 방송 17년 차입니다.

평생 갈고닦은 것이 남들 앞에서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스피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감정을 잘 전달할까.

어떻게 해야 내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까.


평생 이 것만을 고민하며 살아온 엄마이기에, 육아를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효과적인 말하기>와 <설득의 스피치>를 가르친 것 같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요.

우리 딸은 TV 뉴스를 보면 제게 브리핑을 합니다. ㅋㅋㅋ

콩. 심. 콩,  팥. 심. 팥입니다.


아이가 첫 말을 배울 때를 기억합니다.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시종일관 뚫어져라 제 입술만 바라보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얘가 말을 배울 때가 됐구나'


그때부터 저는 아이의 눈을 보고 음가 하나, 하나를 또렷하고 정확하게 발음해주었어요.

제가 말을 할 때마다 제 입술만 응시하곤 했던 아이가 어느새 자신의 입술을 오물오물 들썩들썩 쩝쩝 거리며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으뉴는 빠른 아이였습니다.

8개월에 첫걸음마를 뗐습니다.

엄마 아빠는 진작에 뗐고, 292일에는 아빠를 따라 "하이파이브"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인★기록)

까꿍, 기저귀 등등 당시 제법 많은 단어를 말했네요.

당시의 영상을 보면, 엄마는 <인간 세이펜> 이었습니다.

으뉴의 손가락이  향하는 족족 그에 해당하는 단어를 읊어주었고, 상황을 설명해주었으며, 알아듣지는 못했겠지만 으른의 언어와 속도로 대화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으뉴가 뱃속에 있던 시절 말입니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아이는 제가 생방송 뉴스를 진행할 때마다 폭풍 태동을 했습니다. 배가 어찌나 들썩이였던지 뉴스 리딩 하기가 힘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얘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으뉴는 5세가 되었고 유치원에 다닙니다.


어머니, 저는 다시 태어나면
은유로 태어나고 싶어요

은유 담임선생님의 말씀입니다.

똘똘하고 야무진 으뉴를 예뻐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행복한 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한 마디로, 아이의 원생활이 이해가 되었고, 안심합니다.


이제 은유는 곧 학생이 됩니다.

이제는 글을 써야 할 때가 왔다는 걸 알았어요.

이 글은 오롯이 우리 딸을 위한 것입니다. 딸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진심을 다해 쓰려합니다.


우리 딸은 앞에 나가서 발표할 일도 더 많아질 테고, 욕심이 많은 만큼 누구보다도 잘하고 싶어 할 겁니다.

그때, 엄마의 기록을 보면서 스피치를 연습할 것 같습니다. ㅎㅎ


아이의 스피치나
어른의 스피치나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누가 더 쉽게,
누가 더 설득적으로 말하느냐.
여기서 승부가 갈립니다.



글이 길다고 좋은 글이 아닌 것처럼, 말이 많다고 해서, 말이 빠르다고 해서 말을 잘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은유가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함께 연습해왔던 내용들을 기록해두려 합니다.

그것이 면접을 봐야 하는 학생에게도, 중요한 입찰을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성인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맥락은 같고, 단어만 바꿔 끼우면 되니까요.^^


제가 방송에서 직접 쓴 앵커 리포트와 인터뷰들도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올릴 예정이에요.


훗날, 혹시나 제가 세상에 없어 엄마의 품이 그리울 때 혹은 사회생활에 지쳐 엄마의 사회생활을 어땠을까, 조언이 필요할 때... 아이가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정리하기 시작한 글인데, 아직도 현직에 몸담고 있는 제게도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 있는 큰 힘이 되네요.^^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경다방] "5년 동안 집값 떨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