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정리한 글
이번 회차는 개인적으로 꼭 한 번은 기록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적는 글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야기다. 올해 최고의 낭보라고 부르고 싶은 기념비적인 소식이다.
노벨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은 두 번째 수상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작가로서도 처음이고,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첫 수상이다.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문과 출신으로 93년에 시로 등단, 이듬해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도 등단했다.
문인의 핏줄은 진하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소설가 한승원 작가이다. 한강 작가는 "어릴 때부터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의 수상을 두고 "부모를 뛰어넘은 자식"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오빠와 남동생도 모두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문인 집안이다.
한강은 2005년 당시 최연소의 나이로 이상문학상을 수상(단편 '몽고반점') 하기도 했는데, 이는 아버지 한승원 작가도 받았던 상이다. 즉, 부녀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긴 것이다. 이밖에도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국내 문학상을 휩쓸며 국내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한강 작가가 세계문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소설이 영어로 번역되면서부터다. 모두가 알다시피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엔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 3월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도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되기에 이른다.
'드디어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원서로 본다'며 감격에 겨운 독자들은 뜨거운 구매 열기로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는데, 현재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하고 있는 바로 그 작품들이다. 노벨상 수상이 발표되면서 대형 서점의 홈페이지는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독자들이 수상을 얼마나 기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 한강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 '채식주의자'를 권했다.
노벨위원회는 홈페이지에 1995년에 출간된 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비롯해, 한강 작가가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계기가 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아직 '한강 신드롬'이 진행 중이다. 대표작인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필사 챌린지가 이어지기도 한다. SNS에 '필사 인증샷'을 남기며 축하를 전하는 새로운 방식도 등장했다.
'초판 1쇄', '저자 서명본' 등의 키워드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인기다. 일부 초판본은 40만 원에 '거래 완료'가 찍힌 페이지도 있었다고 하니 신드롬이라 불릴 만하다.
출판, 인쇄 업계도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전 직원이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밤새 공장을 돌릴 정도로 책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얼마 만에 찾은 활력인가. 폐업을 고민하던 공장 사장님의 기쁜 눈물이 아른거린다.
'텍스트 힙'이 젊은 세대의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IT 기기에 익숙해 책 읽기를 소홀히 하게 되는 요즘, 한 글자라도 적고 사색하는 독자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인증샷이든 무엇이든, 생각하고 쓰고 읽고 나누는 기쁨을 좀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되길 소망한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혁신가"
한강 작가가 수상한 뒤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표현이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수상을 두고,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문학 작품으로 승화했으며,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는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에서 혁신자가 되었다는 찬사를 보냈다.
한림원은 수상자를 발표하며 '한강, 채식주의자'를 노벨위원회 SNS에 한글로 표기하기도 했다.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번역 등의 한계로 변방에만 머물러야 했던 한국어 문학이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한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18K 금으로 만들어졌다. 표면은 24K로 도금한다. 메달의 무게는 175g, 지름은 6.6cm다. 앞면에는 노벨의 상반신 초상이 있고, 라틴어로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월계수 아래에서 뮤즈의 노래를 받아 적는 청년이 그려졌고, 그 아래에 자랑스러운 수상자의 이름이 새겨진다고 한다.
라틴어 문구도 들어간다. '발명은 예술로 아름다워진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뜻의 라틴어라고 한다. 이는 문학상의 메달이고, 수상 분야에 따라 세부 분양이 조금씩 다르게 새겨진다고 한다.
한강 작가는 메달과 함께 상금 천백만 크로나, 우리 돈으로 13억 4천만 원과 증서를 받는다.
장소 및 일시
2024년 12월 10일 스톡홀름 시상식에서 열린다. (12월 10일은 노벨상의 설립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이다.) 18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다. 이날 시상식 때는 푸른 카펫이 깔릴 예정이다. 스웨덴 국왕인 칼 16세 구스타프가 수상자에게 메달과 상장을 수여한다.
노벨상 중 노벨평화상만 노르웨이 오슬로 열리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4년 전 바로 이곳에서 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한국인 중 스톡홀름 시상 무대에 오르는 건 한강 작가가 처음인 것이다.
의상
의상도 관심이다. 엄격한 드레스코드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연미복을, 여성은 이브닝드레스를 입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복 같은 각 나라의 전통의상은 허용된다. 일례로, 1968년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 전통 복식인 와후쿠를 입었다고 한다.
수상 소감은 '귀로 듣는 문학'
수상자들은 '수락 연설'을 한다. 통상 3분~5분 정도 진행된다. '귀로 듣는 문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어의 정수를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상이 발표된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수상 회견도 고사한 그녀였기에, 수락 연설에서 어떤 소감을 밝힐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지난 17일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끝내고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수상자들은 관례에 따라 시상 후 6개월 내에 공개 강연에도 나서야 한다. 작품과 관련한 강연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강 작가의 첫마디는 어떤 문구일까.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통역 없이 '한국어'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얹어본다.
위의 정보들은 신문사, 방송사 등 언론사들이 전한 기사들을 많이 참고했다. 앵커 시절, 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주요 이슈를 정리하던 방식으로 썼다. 개인적으로 꼭 정리해두고 싶은 이슈여서 글을 썼지만, 혹시나 나처럼 이슈를 한눈에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아 발행으로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