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달려도 끝이 벽이라면
죽어라 달려도 끝이 벽일 때가 있다. 그래도 좌절하지 말았으면 한다. 눈앞에 막힌 벽이 밀면 열리는 방화셔터 비상문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방화셔터가 내려오면 탈출하는 법을 몰라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나 화재 상황처럼 인간이 궁지에 몰리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자세히 보면 문이 보인다. 힘껏 밀면 열린다.
벽이었다가,
문이 된다.
위기를 맞이하는 순간도 그렇다. 사람마다 '위기'의 순간은 다 다르겠지만,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기분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남들에게는 조언도 잘해주다가, 막상 내 일이 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도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
주저앉을 것인지,
벽을 밀어 볼 것인지.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만, 돛을 바꿔 달 수는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세련미의 극치는 단순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멈추지 않으면 천천히 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자
인생의 지침으로 삼는 명언들이다. 자고로, 어른들 말씀은 잘 들어야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칭송받는 현자들이 주창하는 맥은 일맥상통한다. 예측 불가능한 '위기'가 닥쳤을 때, 생각을 달리하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생각의 방향만 바꾸어 천천히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씩 움직이고 나아가고 있다. 어떻게든 생각하려 애쓰고, 어떻게든 글감을 찾아내어 에세이를 써 내려간다. 힘든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물들지 않으려 애썼다. 그걸로 되었다. 나는 오늘도 새로운 문으로 나아가기 위해 벽을 밀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