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이 미국에 이어 일본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넥쏘와 아이오닉 5에 이어 세 번째 전동화 모델이 일본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데요.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달 27일부터 일본 사전 예약에 들어갔으며, 본격적인 출시는 11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앞서 올해 상반기부터 일본 도로 테스트도 진행해왔죠.
출시를 앞둔 코나 일렉트릭의 현지 반응은 어떨까요? 현대자동차는 9월부터 일본 대중문화와 연계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현대자동차의 전략은 무엇일지, 그리고 코나 일렉트릭을 실제로 마주한 일본 소비자들은 어떤 인상을 남겼을지 지금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오늘날 현대자동차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의 자동차 시장과는 왠지 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인식이 있죠. 이는 현대자동차의 일본 진출 역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초반 일본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습니다. TB(클릭), JM(투싼), XG(그랜저), 그리고 쏘나타로 현지 공략에 나섰습니다. 당시 일본을 강타한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 '욘사마' 배용준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일본 소비자 성향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2009년 승용차 부문을 철수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현대자동차가 고전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외의 효자 모델은 바로 고속버스 모델인 유니버스였습니다. 유니버스는 일본 내 다른 고속버스와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면서 합리적인 품질로 좋은 평을 받았는데요. 그 결과 일본 내 수입 대형버스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적도 있었죠.
현대자동차가 승용차 부문으로 일본 시장에 재도전한 것은 2022년부터였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있었습니다.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와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일본 시장에 선보였죠. 두 차종은 일본 내 전기차 선호 고객들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특히 아이오닉 5는 2022년 일본 올해의 수입차에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자체도 큰 변화를 꾀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아닌 '현대 모빌리티 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강조했습니다. 일본어 표기도 'ヒュンダイ(휸다이)'에서 'ヒョンデ(횬데)'로 본래 발음에 더 가깝게 바꾼 것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수도 도쿄를 비롯해 나고야와 후쿠오카, 교토 등지에 모빌리티 라운지와 도심형 쇼룸을 열고, 요코하마에는 직영 고객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 경험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는 다이칸야마라는 고급스러운 번화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청담동과 비슷한 거리인데요. 이곳은 티사이트(T-SITE)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이 특히 유명합니다. 대형 서점과 카페, 전문 상점 등이 들어서 있죠.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의 내, 외부 공간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홍보 장소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이 곳에서 몇 차례의 홍보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9월에도 코나 일렉트릭이 티사이트에서 일본 시민들을 맞이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티사이트의 핵심 공간인 츠타야 서점 내부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를 가장 가까이에서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인데요. 티사이트의 자연 친화적 분위기와 친환경을 강조하는 전기차가 어느 때보다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동시에 진행한 특별 전시는 과거 일본 대중문화를 강조했는데요. 코나 디자인의 상징적인 픽셀 그래픽과 호라이즌 램프를 80년대 일본 시티팝 문화와 연결시켜 개성적으로 녹여냈습니다. 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일러스트와 서적 등 다양한 상품들의 전시와 판매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 싱어송라이터와 콜라보로 작업한 시티팝 음원까지 발표됐다고 하니, 일본 내 코나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알 수가 있죠.
티사이트에 다녀간 일본의 일반 소비자들은 대체로 코나 일렉트릭에 호평을 남겼습니다. 한 소비자는 "차체를 구성하는 픽셀 램프나 캐릭터 라인이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일본 전기차도 혁신적인 형태를 고려하긴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부분이 많다"라며 디자인에 대한 깊은 인상을 표현했습니다.
실내를 둘러본 다른 소비자는 "겉으로 보는 것보다 실내 공간이 크고 각종 조작이 편리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브랜드와 돈을 쓰는 곳이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일본 브랜드보다 더 일본 시장에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의외의 반응도 있었다고 합니다.
올 4월에 서울 모빌리티 쇼를 직접 다녀왔다는 또 다른 소비자는 SNS를 통해 충전 단자에 대한 생각을 남겼습니다. "일본 사양 코나는 충전 규격을 일본에서 주로 쓰는 차데모로 바꿨다. 여기에 더해 충전 단자와 플러그 사이 간섭이 생기지 않도록 충전구 개폐 방식을 반대 방향 슬라이드로 바꾼 것이 보였다. 이러한 부분이 일본 소비자들을 배려한 것 같아 좋았다"라며 호평했습니다.
일본 자동차 전문 기자들 사이에도 코나 일렉트릭은 인상적인 자동차였다고 합니다. 지난 7월 현대자동차는 영종도 일대에서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코나 일렉트릭의 시승행사를 진행했는데요. 행사에 참가한 일본 자동차 기자 협회 소속 야마다 히로키 기자는 "차체 크기는 적당했다. 혁신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놀라움을 안겨줬다. 가격만 합리적으로 나온다면 승산은 있어 보인다"라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전문지 '모터팬' 소속의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가노 타츠로도 좋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나가노 칼럼니스트는 "일본 시장에서 잘 팔릴 만한 차체 크기를 갖췄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일본 차보다 나았고, 주행감은 안정적이었다. 일본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차다. 출시가 기다려진다"라는 긍정적인 소감을 밝혀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코나 일렉트릭 이후에도 일본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취향을 고려한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출시할 전망입니다. 일본이 더 이상 낯선 시장이 아닌, 상품성과 전략 차별화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