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의 초입에서 쏘나타 디 엣지 하이브리드(이하 ‘쏘나타’)를 만났습니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르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하이브리드, 오랜 시간 국산차 시장에서 세단을 대표하는 이름이었던 쏘나타, 이 둘의 조합은 어떤 느낌일까요? 세단보다 SUV가 환영받는 흐름 속에서 이 국민 세단은 어떤 점을 내세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까요? 이런 궁금증을 품고 쏘나타를 시승했습니다. 너무 뻔한 답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모두가 원하니까요. 자동차 판매량 상위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거 포진되어 있고, 높은 인기 탓에 생산이 밀려 출고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입니다. 하이브리드는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볼륨 모델이 되어가고 있죠.
하이브리드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것이겠죠.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활용해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연료비 절감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에도 기여합니다.
51마력(38kW) 모터와 152마력 2.0 스마트스트림 직분사 엔진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똑똑하게 움직입니다. 상황에 따라 크게 5가지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출발이나 저속 주행 시에는 모터만으로 구동해 전기차 같은 감각으로, 큰 힘이 필요한 언덕길이나 가속할 때에는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작동해 힘차게 차체를 끌고 나갑니다. 감속 상황에서는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정차 시에는 엔진과 모터를 정지시켜 연료소모를 없애죠. 고속 영역에 들어서면 엔진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작동하지만, 전 세대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모터의 개입율이 더 높아졌습니다. 모터가 고속 영역까지도 소화하게 되면서 연료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 것이죠.
파워트레인 작동 과정은 계기판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합니다. 타코미터 대신 자리한 충전/파워게이지가 직관적이어서 구동 상황을 파악하기 쉽고,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엔진과 모터, 배터리 사이로 에너지가 흐르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몸으로는 그걸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모터와 엔진이 동력을 잇고 끊는 과정이 그만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는 뜻이죠. 엔진과 모터가 원투 패스를 주고받는 것처럼 빠르고 매끄럽게 움직여 페달을 밟는 기분을 즐겁게 만듭니다.
소비자가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가장 큰 목적은 연비에 있을 것입니다. 시승한 쏘나타는 연비에 불리한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했지만 복합 17.7km/L(16인치 타이어 기준, 19.4km/L)의 높은 연비를 자랑하며, 실제 주행에서도 단 한 번도 기대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습니다.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를 번갈아 주행한 뒤 최종 연비는 21.3km/L를 기록했죠.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연료 게이지는 고유가 시대에 이 차를 구매 리스트에 넣어야 할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SUV가 대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소비자가 세단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뭘까요?
세단도 SUV가 갖지 못하는 고유의 장점이 많습니다. 일단 차체 높이와 무게 중심이 낮아 주행성능과 승차감 면에서 유리합니다. SUV 대비 낮은 높이가 무게 중심을 노면과 가깝게 만들어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을 줄일 수 있는 것이죠. 주행 안정성을 해치는 롤링이나 피칭 현상이 적어 핸들링과 안정성을 높입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주행성능은 편안한 승차감으로 이어지죠.
비슷한 가격선에 위치하는 세단과 SUV를 비교하면 공간과 안락함, 상품성 면에서도 세단이 더 유리합니다. 기본가격 3,300만 원인 쏘나타와 동일 선상에 놓이는 하이브리드 SUV는 기본가격 3,356만 원의 준중형 SUV 투싼입니다. 차체 특성만으로 쏘나타와 투싼을 비교하면 쏘나타가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실내공간의 크기와 안락함을 결정짓는 척도인 휠베이스는 쏘나타 2,840mm, 투싼 2,755mm로 쏘나타가 85mm 더 깁니다. 앞뒤 바퀴 사이 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실내 탑승자 공간을 확보하기 수월하고 승차감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차체 무게가 넓고 균형 있게 분산돼 전반적인 안정성이 높아지거든요.
그 차이는 운전석뿐만 아니라 뒷좌석에 앉으면 더 확실하게 체감됩니다. 넉넉한 실내 공간, 좀 더 편안한 시트 덕분에 장시간 주행에서도 불편함이 적으니까요. 2열 탑승자를 위한 좌우 선커튼과 뒷유리 전동식 선커튼, 시트 열선 등 각종 편의장비도 쾌적함을 높이는 요소들입니다. 많은 이들이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 SUV를 선택하고 있지만, 반대로 뒷좌석에 함께 타는 가족의 편안함을 위해 세단을 고수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세단의 승차감은 구조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것이죠.
지금은 패밀리카로서의 성격이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넓은 실내 공간, 편안한 승차감을 감안하면 쏘나타는 여전히 패밀리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모델입니다. SUV 대비 2열과 트렁크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2열 폴딩을 통해 공간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최고의 덕목인 연비 면에서도 세단이 더 유리합니다. 차체가 낮은 만큼 무게도 더 가벼운데다, 전면투영면적(차 전면을 봤을 때 눈에 보이는 면적)이 적어 공기 저항 면에서도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더 낮고 스포티한 실루엣을 그리는 쏘나타의 디자인이 연비와 기능면에서도 역할을 하는 것이죠.
앞선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선택지는 크게 좁혀집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답은 결국 쏘나타로 귀결될지도 모르죠. 앞서 언급한 하이브리드의 장점과 세단의 매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 말입니다.
쏘나타는 현대차 하이브리드 세단 라인업에서 아반떼와 그랜저 사이 딱 가운데 위치하는 모델입니다. 두 모델의 특정 요소를 모두 갖춘 교집합 포지션에 있다는 뜻이죠. 다르게 해석하면 아반떼의 실용성과 합리성, 그랜저의 고급감을 고루 섞어 밸런스를 맞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합리적 가격, 뛰어난 연비, 안정적인 주행 성능, 여유로운 실내, 편안한 승차감 등 모든 것을 균형 있게 갖춘 모델이죠.
특히 작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쏘나타 디 엣지’로 거듭나면서 생긴 안팎의 큰 변화는 아반떼와 그랜저 사이의 연결고리가 아닌, 선명한 매력과 존재감을 지닌 중형 세단으로 거듭나게 만듭니다. 특히 첫인상을 결정짓는 전면부는 첨단의 느낌입니다. 하나의 선으로 차체를 매끈하게 가로지르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적용해 미래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죠. 누구라도 현대차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동시에 다이내믹한 인상을 만드는 요소입니다.
파격적인 변화는 실내에서도 이어집니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일체감 있게 구성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그 안에는 cc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담아냈습니다. 더 많은 기능을 품고 있으면서도 단정하고 직관적인 UI를 통해 차를 운전하는 것뿐 아니라 차 안에서의 모든 경험을 더 편하고 즐겁게 누릴 수 있게 됐죠.
버튼으로 조작하던 기어 변속은 최근 현대차 모델에 모두 적용되고 있는 스티어링 휠 뒤편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로 변경돼 조작 편의성과 공간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기어 변속 스위치가 있던 자리에는 주행 중 자주 조작할 만한 기능들을 따로 구분해 배치하고 수납 공간을 늘렸습니다.
이외에도 좀 더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인테리어 소재와 구성, 고급스러움까지 갖춘 나파 가죽시트 등은 실내에 머무는 동안의 경험을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더해 선호도 높은 고급사양도 빠짐없이 넣어 상품성까지 더욱 높였죠.
주행성능은 SUV가 주류로 올라선 시장 환경 속에서 쏘나타의 방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길고 낮은 차체에서 파생되는 주행의 장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린 것이죠. 하이브리드 고유의 조용하고 안락한 특성을 간직하면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전하는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까지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조용하고 나긋한 이미지였던 하이브리드가 아닌 다이내믹한 외관에 걸맞은 직관적인 핸들링과 탄탄한 주행 질감을 갖춰 SUV에서는 누릴 수 없는 쏘나타만의 감성과 즐거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행성능을 높이는 기술도 인상적입니다. 방지턱 등의 요철을 넘거나 가속할 때 모터의 제어를 통해 차체의 흔들림을 억제하는 ‘e-라이드 Gen 2’, 코너 진입과 탈출 시 모터가 발생시키는 토크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조향 응답성과 선회 안전성을 높이는 ‘e-핸들링’, 급가속이나 급격한 코너링 시 경쾌한 핸들링을 구현하는 ‘e-트랙션’ 등의 기술을 통해 하이브리드에 스포츠성을 가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성격은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눌러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향대로 주행 특성을 조절하는 마이 드라이브 모드를 제외하면 ‘에코’와 ‘스포츠’만으로 단출하게 구성되어 있거든요. “어떻게 달려도 연비는 알아서 책임질 테니까 평소처럼 달려보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에코 모드’와, “어떻게 달려도 내가 다 받아줄 수 있으니 마음껏 달려보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스포츠 모드’. 이 둘이면 충분하다는 거죠. 게다가 가속 페달을 마음껏 밟았던 스포츠 모드에서도 연비는 14km/L 이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었으니, 이거야 말로 정말 대단한 점일지도 몰라요.
사실 예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하면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었습니다. 효율이 좋은 차니까 맘 놓고 비경제적인 운전을 해도 되는 걸까, 아니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더욱 연비 위주의 주행을 해야 하는 걸까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쏘나타를 타면서 그 딜레마에서 해방됐습니다. 에코와 스포츠 모드를 넘나들어도 변함없이 훌륭한 연비를 보여주는 하이브리드라면 그런 고민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18인치 휠에 순정으로 장착되는 타이어가 퍼포먼스형 ‘피렐리 P-ZERO’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겠죠. 구름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기 위한 연비 중심 타이어가 장착되던 이전의 하이브리드와 달리, 달리기 성능에 집중할 수 있는 타이어를 순정으로 끼우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이 차가 강조하고자 하는 성격이 어느 쪽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시승해 본 쏘나타 디 엣지 하이브리드는 “왜?”라는 질문에 완벽한 대답을 내놓았던, 하이브리드 기술과 세단의 장점을 결합한 모델이었습니다. 8세대에 거치며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이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은 하이브리드 시대에도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