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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 H Aug 22. 2024

내 차 안의 콘서트홀, 카 오디오의 진화

좋은 사운드와 나쁜 사운드를 구분하기 힘든 사람들을 두고 흔히 ‘막귀'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밀폐된 공간 속, 사방에서 소리를 쏟아내는 자동차 안에 있으면 좋은 사운드를 금세 체감한다고 하죠. 실제로 자동차에서 음악이나 영상 등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사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조사들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사운드 퀄리티 향상에 갖은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들과 협업을 이어온 현대자동차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JBL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근한 카 스테레오 시스템 브랜드가 아닐까 싶은데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홈 오디오나 블루투스 스피커 등으로 인지도가 꽤 높은 데다, 현대차와의 협업도 오랫동안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2000년대 초반, 투스카니와 1세대 에쿠스 등에 JBL의 카 스테레오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오디오 전문 브랜드와의 협업을 본격적으로 알렸습니다.

JBL은 중저가 시장부터 고가의 스튜디오용 장비까지 다루는 올라운더 브랜드입니다. 덕분에 JBL의 카 오디오 시스템은 현대차의 여러 모델에 적용됐는데요. 컴팩트하고 액티브한 이미지로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3세대 i30 N Line부터, 플래그십 모델인 그랜저 6세대 모델까지 JBL 로고를 달았습니다. 물론 자동차마다 내부 공간이 형태와 면적이 다르기 때문에 스피커 배치는 다르게 구성했죠.

가령 6세대 그랜저는 12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특히 해당 시스템은 ‘퀀텀 로직 서라운드(QLS)’ 기능이 특징이었죠. 사운드를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QLS 기술을 통해 그랜저 탑승자는 한층 입체감 있고 풍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당시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한 그랜저는 동급에서 가장 많은 스피커를 장착한 것으로도 유명했죠.

높은 완성도로 한국 자동차 역사에 수많은 성과를 낳았던 초대 제네시스(BH)는 카 오디오 시스템 분야에서도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는데요. 영국의 유서 깊은 럭셔리 브랜드에만 적용되었던 ‘렉시콘(Lexicon)’의 카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한 것입니다. 특히 최고의 럭셔리 카로 손꼽히는 ‘팬텀’과 함께 엮어낸 광고는 당시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했죠.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Digital Signal Processor, DSP)로 유명한 렉시콘은 하이엔드 브랜드답게 카 오디오 시스템의 스펙도 어마어마했습니다. 당시 제네시스(BH)는 무려 7.1채널의 스피커 17개를 장착하고 528W의 최대출력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로직 7(LOGIC 7)’이라 불린 렉시콘의 서라운드 사운드 처리 기술은 주행 중에도 또렷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여기에 묵직한 초저음까지 전달하며 국내 카 오디오 시스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죠.  스펙만으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렉시콘의 카 오디오 시스템은 이후 2세대 에쿠스에도 고스란히 전수되며 현대차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획기적인 콘셉트로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던 벨로스터, 여러분도 기억하시죠? 쿠페의 역동성을 더한 디자인에 2+1 도어 구성까지 갖춘 벨로스터는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현대차는 벨로스터의 펑키한 분위기에 맞춰 당시로서는 꽤나 파격적인 협업 소식을 전했습니다.

 
2013년, 연식 변경 모델 출시와 함께 현대차는 ‘비츠 오디오(Beats Audio)’와의 협업을 발표했습니다. ‘비츠 바이 닥터드레(Beats by Dr. Dre)’로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던 그 브랜드였습니다. 연식변경을 거친 벨로스터의 스피커에 떡하니 비츠 오디오의 엠블럼이 들어찬 것이었죠. 비츠 헤드폰은 르브론 제임스 등 수많은 NBA 스타들과 힙합 아티스트들이 착용하면서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함’의 상징 중 하나였습니다. 이 로고가 그려진 헤드폰만 있으면 별다른 패션 아이템이 필요치 않았을 정도니까요.

두 기업의 ‘컬래버레이션’ 소식에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가 잠깐 뜨거워지기도 했는데요. 현대차는 비츠 오디오의 사운드를 벨로스터 실내에서도 고스란히 들을 수 있도록 튜닝을 거쳤습니다. 더욱 생생한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오디오를 9채널로 구성해 입체감을 더했죠. 최대출력도 405W까지 끌어올렸는데요. 벨로스터의 주 고객층이었던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임팩트 있고 강렬한 사운드를 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벨로스터의 비츠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은 취향에 따라 ‘다이내믹’ 또는 ‘노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요.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강한 비트를 가진 힙합이나 락 장르의 음악, 노멀 모드에서는 클래식처럼 비교적 잔잔한 음악을 플레이할 때 어울렸습니다. 달리는 재미가 남달랐던 벨로스터에 비츠 오디오까지 곁들여지면서, 참신한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 라인업 제품들은 대부분 보스(BOSE)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보스는 홈 오디오는 물론, 스피커와 헤드폰 같은 일반 음향 제품군에서도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탄탄한 사운드로 오랫동안 인정받고 있죠.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현재 아반떼와 코나부터 7세대 그랜저까지 차급을 불문하고 두루 탑재되고 있는데요. 특히 각 차량의 공간에 맞춰 사운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령 광활한 실내 공간을 자랑하는 그랜저에는 14개의 고성능 스피커를 적용했고, 비교적 컴팩트한 크기의 아반떼는 8개의 스피커를 배치해 최적의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구성했죠.


특히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에는 보스의 최신 기술들이 가득 담겼습니다. 우선 ‘BassSync’ 기술은 저음역대의 선명도를 높이는 기술입니다. 차량의 여러 우퍼에서 나오는 저역대 음파가 탑승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을 정확하게 제어해 어느 좌석에서도 파워풀하고 깨끗한 저음을 재생합니다.
 
‘Centerpoint 360’ 역시 자동차라는 밀폐 공간을 상당히 잘 활용한 기술인데요. 일반적으로 음악은 좌우 2채널로 녹음됩니다. 덕분에 사운드에 공간감과 입체감이 생기죠. Centerpoint 360은 2채널 사운드를 여러 채널로 변환시켜 서라운드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그랜저에서 느꼈던 보스의 사운드가 유독 강렬하고 웅장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숨어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최초의 자동차용 라디오는 1930년대에 등장했다고 하죠. ‘이동을 위한 수단’이라는 목적을 달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내부에 라디오와 스피커를 장착한 걸 보면, 자동차와 사운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고의 사운드를 향한 현대차의 의지 역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오늘 자동차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사운드에 한번 귀기울여 보시면 어떨까요? 평상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운드라도, 자세히 들어보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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