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차들은 감성적 요소가 다소 부족해도 이해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플래그십 세단은 다릅니다. 최고의 품격과 경험을 선사해야 하기에 그 무엇도 놓쳐서는 안됩니다. 탑승자의 모든 감각을 충족시키는 것이야말로 대형 세단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랜저는 그 덕목에 대한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까요? 지난 38년 동안 한국 대형 세단 자리를 대표해온 그랜저가 전하는 오감의 법칙을 살펴봅니다.
그랜저의 외관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전면부의 와이드한 그릴과 수평으로 길게 뻗은 LED 주간 주행등이 당당하고 세련된 존재감을 드러내죠. 주간 주행등과 일체감을 부여한 후면부의 테일램프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완성합니다. 특히 그랜저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오페라 글라스’는 클래식한 우아함과 현대적 세련미를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눈을 사로잡는 것은 짜임새 있고 보기 좋게 마무리된 인테리어입니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독특한 디자인, 하이그로시 내장재로 한껏 높인 고급감, 어디 하나 허투루 만든 데 없는 꼼꼼한 마감 처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조작 편의성과 시인성을 높인 12.3인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는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품어 다양한 첨단 기술을 아름답고 다루기 쉽게 포장했습니다. 화면 구성은 어떨까요. 현대차의 UI/UX 제작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났습니다. 그랜저의 디스플레이창도 가로로 더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UI가 정돈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터치 몇 번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죠.
주행 중에는 이 화면이 좀 더 특별하게 변합니다. 기존의 내비게이션에서 한 차원 더 발전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띄우거든요. 전방 시야를 비추는 화면 위에 목적지, 차간 거리, 전방 차량 출발 알림 등 운전에 필요한 각종 정보들을 직관적으로 띄워 헷갈림도 덜하고 훨씬 안전하고 편한 방법으로 길을 안내합니다.
큼지막한 터치패널로 조작하는 공조장치는 실내에 첨단 분위기를 더하는 동시에 공간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입니다. 전통적으로 센터 터널에 자리하던 기어 노브를 운전대 뒤로 옮기고 스위치도 공조장치 패널에 통합시켜 센터 터널 공간이 더욱 심플하고 고급스러워졌죠.
공조장치 UI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그래픽을 통해 공조장치의 작동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조작 직관성도 높였습니다. 또한 조작할 때마다 작지만 미려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돼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대형 세단을 처음 접하게 되는 이들이 가장 큰 차이를 느끼는 부분이 바로 ‘청각’일 것입니다. 정숙성은 물론 오디오 음질까지, 귀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소리의 감각이 확연하게 달라지거든요. 그랜저 역시 주행을 시작하면 고급 세단의 자격을 보여주는 뛰어난 정숙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곳곳에 흡/차음재를 풍성하게 사용한 것은 물론 앞유리, 1/2열 도어 등 모든 유리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는 말 그대로 유리 두 개를 붙인 두꺼운 유리입니다. 정숙성 향상은 물론, 단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정숙한 실내의 또 다른 비결은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 기능을 포함한 오디오 시스템입니다. 국산 동급 모델 중 그랜저에만 유일하게 탑재된 기능인데 쉽게 말해 자동차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 소음과 반대되는 제어음을 실내로 발생시켜 소음을 저감시키고 실내 정숙성을 향상시키는 첨단 기능입니다.
조용해진 실내는 음악을 듣는 행위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14개의 스피커와 외장앰프, 전용 음장 효과까지 더한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맑고 깨끗한 해상력을 보여주는 고음부터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중저음까지 모든 영역의 소리를 풍성하게 내는 오디오는 원음의 생생한 감동을 전달해줍니다. 심지어 ‘어느 자리에’ 앉아 있어도 말이죠. 주로 운전석에 집중적으로 구현되던 기존 서라운드 기능과 달리, 모든 탑승자들이 균일하게 소리의 중심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센터포인트(Centerpoint)’ 기술이 적용되어 있거든요.
게다가 대형 세단인 그랜저는 실내 공간이 엄청나게 넓습니다. 좋은 스피커에 공간감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달리는 콘서트 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운전자로서 즐거웠던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외부 소음은 최대한 차단하되,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리는 남겨둔 것이죠. 정확히 표현하면 기분 좋은 수준의 가상 엔진음을 실내로 유입시키는 겁니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으로 불리는 이 기능은 그랜저가 마냥 조용하게만 타는 차가 아님을 알려줍니다. 때로는 운전자와 교감하며 더 즐겁게 탈 수 있는 차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죠.
그랜저와의 첫 만남, 첫 촉감은 ‘오토플러시 도어핸들’에서 시작됩니다. 평소에는 깔끔한 디자인과 보안을 위해 숨겨져 있다가 승하차 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도어 핸들은 부드럽고 정교한 조작감으로 탑승 전부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전해줍니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 차와의 첫 교감을 특별하게 만드는 그랜저만의 배려인 셈이죠.
현대차의 시트 기술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도 나은 수준의 가죽 질감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죠. 그랜저의 운전석에 앉으면 부드러운 시트가 몸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최고급 나파 가죽과 스티칭 패턴으로 마감된 시트는 편안함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고급스러움을 전달하죠.
그랜저의 시트는 그 자체로도 편안하지만, 장시간 주행에서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특별한 기능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릴렉션 컴포트, 스트레칭 모드 등을 포함한 에르고 모션 시트가 단순한 안락함을 넘어 운전자의 자세를 능동적으로 보조하며 더욱 편안한 주행을 만드는 것이죠. 높은 완성도와 고급감으로 탑승자의 편안함을 책임지는 시트는 촉감을 넘어 감성까지 끌어올리는 그랜저만의 특기입니다.
2열 시트도 자랑하지 않을 수 없죠. 동급 모델에서 유일하게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는 2열 시트의 편안함은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가뜩이나 넓은 그랜저의 2열은 리클라이닝을 통해 극한의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시트뿐만이 아닙니다. 차량 곳곳을 살펴보면, 사소한 부위까지 좋은 소재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마감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시보드, 도어 트림, 센터 콘솔 등 손이 닿는 모든 부분 하나하나에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프리미엄 감성을 느낄 수 있죠.
점차 버튼이 사라지는 흐름 속에서 그랜저는 조작 빈도가 높은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묶어 편의성과 조작성을 높였습니다. 심지어 버튼과 다이얼을 누르는 감각도 고급스럽기 그지없죠.
버튼 아래 자리한 공조장치는 터치 방식으로 조작하지만 여기에도 특별한 기능이 숨어있습니다. ‘햅틱 피드백’ 기능이 적용돼 터치 스크린 방식임에도 실제 버튼을 누르는 듯한 조작감을 구현한 것이죠. 패널을 터치함과 동시에 묵직하게 화면이 눌리는 듯한 조작감은 그랜저의 촉각에 특별함을 더하는 요소입니다.
앞선 모든 감각이 만족스럽더라도 실내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그랜저의 공조장치는 단순히 온도를 조절하는 것을 넘어 실내 공기 질까지 관리합니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센서가 실시간으로 공기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악취가 발생하거나 터널을 지나게 되는 등 필요시에는 자동으로 외기 차단 모드로 전환하거나 공기청정 모드를 작동시켜 실내를 항상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죠.
여름철 항상 에어컨을 켜고 있다 시동을 멈추면 공조장치의 콘덴서와 필터 등에 수분이 맺힙니다. 곰팡이와 유해 세균 등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거죠. 차량 냄새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랜저에는 에어컨 광촉매 살균 시스템과 애프터 블로우가 있습니다. 에어컨 작동 중 발생하는 수분을 건조시켜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기능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완벽하게 사라진 ‘새차 냄새’입니다. 시승차는 주행거리 50km대의 출고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차라 특유의 새차 냄새가 날 법도 한데, 그렇지 않더군요. 소재와 탈취 공정에 특별히 공들였다는 증거입니다. 은은한 가죽 향이 가득한 실내는 후각까지 배려하는 대형 세단의 세심한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운전대를 직접 쥐고 주행할 때의 감각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그랜저는 대형 세단이죠. 운전의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델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보다는 안락함에 중점을 둬야 하는 모델이니까요.
그랜저와 함께하는 동안 시내부터 고속도로는 물론 와인딩까지 다양한 조건의 도로를 주행했습니다. 대형 세단이라면 평탄한 도로를 느긋하고 부드럽게 달리는 모습이 어울리겠지만, 우리 인생이 그렇듯 늘 평탄한 아스팔트 길만 있는 건 아니죠. 노면이 거칠고 코너 곡률이 심한 와인딩에서는 어떤 감각을 줄 지 궁금했습니다.
신형 그랜저 승차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전방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해 서스펜션 감쇠력을 제어합니다. 예컨대 전방에 포트홀이나 과속방지턱이 인식되면 서스펜션을 자연스럽게 조절해주는 식입니다. 이 기술은 주행 시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전방에서 위험 상황이 감지돼도 베테랑 비서처럼 부드럽고 정중하게 슬쩍 감쇠력을 조절할 뿐입니다. 그것이 대형 세단의 서스펜션이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죠. 과하게 티를 내듯 움직이면 오히려 피로감과 불안감만 가중시킬 뿐이니까요.
그랜저의 서스펜션은 와인딩에서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거친 노면에서는 선명하게 그립을 유지하고, 굽이진 코너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탄탄하게 차체와 노면 사이를 잡아주는 것을 승차감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점점 몸집을 키워온 그랜저는 이제 길이가 5미터에 육박합니다. 거대한 차체는 승차감과 공간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주행성능 면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그랜저를 비롯한 대형 세단은 단순히 뒷좌석 승객만을 위한 차가 아닙니다. 뒷좌석만큼 운전자의 즐거움과 편안함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죠. 그랜저는 그 흐름을 확실하게 파악한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고급 세단의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여기에 적절한 타이트함을 가미해 운전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오감에 더해 그랜저를 특별하게 만드는 여섯 번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헤리티지’죠. 국산 대형 세단 중 어느 차에서도 느끼지 못할 그랜저만의 독보적인 ‘SIXTH SENSE’입니다. 1986년 첫 선을 보인 이래, 그랜저는 최고급 세단의 대표로서 헤리티지를 쌓아 왔습니다. 38년, 7세대에 걸쳐 소비자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쌓아온 헤리티지는 오감을 넘어선 특별한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헤리티지는 디자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C필러 쪽에 따로 창을 낸 ‘오페라 글라스’, 창문 프레임을 없애고 고급감과 개방감을 높인 ‘프레임리스 도어’, 후면부를 길게 가로지르는 ‘리어램프’, 그리고 1세대 출시 당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던 싱글 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 등은 선대 그랜저들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를 물려받은 흔적입니다.
예전부터 어른들은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죠.
최소한 그랜저 타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맞습니다. 탑승자가 느끼는 모든 감각의 측면에서, 그랜저는 늘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전해줬습니다. 38년 동안 쌓아온 이 든든한 신뢰감이야말로 그랜저의 가장 큰 장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