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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 H Oct 15. 2024

[시승기] 아반떼 하이브리드, 이 정도면 연비 최강?


‘25.3km/L’ 계기판에 찍힌 연비를 보고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무리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해도 휘발유 1리터로 25킬로미터를 간다는 건 믿기 힘드니까요. 휘발유 가격이 1600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서울 시내버스 요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면서 버스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죠. 하루에 3000원 정도면 서울 시내에서 출퇴근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경이롭습니다. 복합 연비가 16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21.1km/L입니다. 그런데 도심 연비가 더 높습니다. 21.4km/L입니다. 가고 서기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서 전기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휘발유 사용량을 줄이는 겁니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낮추면서 운전자 모르게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을 겁니다.

현대차는 이렇게 엄청난 연비를 내는 ‘하이브리드’임을 적극 강조하고 싶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차는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외관의 차이점이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하이브리드 로고조차 없습니다.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건 차를 타고 나서야 알 수 있습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은 반응하지 않고 전기모드부터 시작하니까요. 그리고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에 하이브리드 전용 콘텐츠가 들어갑니다. 이 콘텐츠는 정보성도 있지만, 운전하는 내내 연비운전을 독려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에코운전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휘발유를 아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실내는 넓고 편합니다. 좌우로 쭉쭉 뻗은 디자인이 시원시원하죠. 더불어 높은 센터 터널로 좌우가 완전히 독립된 듯하면서도 몸을 감싸는 편안함을 줍니다. 볼륨이 적당히 들어간 널찍한 시트도 마음에 듭니다. 이 시트는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친환경 가죽시트입니다. 뒷자리도 넓고 편합니다. 확실히 현대차의 실내 패키징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준중형급인데 웬만한 중형급 실내를 지녔습니다. 뒷자리의 무릎 공간마저 넉넉합니다. 이 정도면 패밀리 세단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른발을 신경 써서 부드럽게 밟아봅니다. 스타트부터 엔진을 깨우고 싶진 않았습니다. 아주 작은 모터 소리가 들리며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속도를 올려도 엔진은 좀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출퇴근 거리가 그다지 길지 않다면 엔진을 깨우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출퇴근 시간은 차가 많으니 속도를 내기 힘들고, 서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엔진을 움직이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연비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배터리 용량이 떨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엔진 시동음이 크지 않고 진동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단점 중 하나는 내연기관과 전기모드의 이질감입니다. 엔진이 작동하고 멈출 때마다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고, 때에 따라서는 토크 변화에 따른 주행흐름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그런 이질감이 없습니다. 엔진음을 잘 틀어막았고 진동도 최소화했습니다. 특히 스티어링이 안정적입니다. 전기모터와 엔진 전환 시에도 스티어링에 영향이 없습니다.

엔진이 움직인 김에 좀 더 속도를 내봅니다. 이 차에는 105마력의 엔진이 들어갑니다. 1.6리터 치고는 출력이 높지 않죠. 하지만 32kW의 전기모터가 있습니다. 덕분에 시스템 최고출력이 141마력에 달합니다. 가솔린 모델(123마력)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열심히 출력을 뽑아내면서 시원한 가속을 만듭니다. 자연흡기 엔진이 부드럽게 회전하면서 출력을 뽑아내는 게 느껴집니다. 6단 듀얼클러치도 빠르게 변속합니다. 스마트 주행모드에서는 클러스터에 RPM 게이지가 표시되지 않습니다. 변속충격도 없고 RPM도 보이지 않아 변속을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RPM 게이지는 스포츠 모드에서만 보입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반응속도가 상당합니다. 터보 엔진은 터빈에 배기가스가 차는 시간인 터보래그(Turbo LAg)가 있는데, 이 차는 자연흡기 엔진입니다.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반응하고 엔진 출력도 고르게 상승합니다. 또 변속이 빠른 DCT가 들어가죠. 전기모터도 밟자마자 최대토크를 냅니다. 이런 구성 덕분에 교통흐름에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시내 주행에서 톡톡 치고 달리는 재미가 있어 운전이 편합니다.


무엇보다 조용하죠.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시내에서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작동하는 덕분에 저속 주행 시 소음이 거의 없습니다. 그저 바퀴가 구르면서 생기는 소음과 약간의 전기모터 작동음 정도만 들릴 뿐입니다. 실내가 조용하니 음악도 잘 들립니다. 특히 이 차는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준중형급에 보스 사운드라니, 약간 사치 같기도 하지만 정작 오너는 만족감이 꽤 높을 겁니다.


서울 시내를 벗어나 속도를 올려봅니다. 그럼에도 차체는 꽤 안정적이고 승차감은 부드럽습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뒤쪽 서스펜션에 토션빔이 아닌 멀티링크가 들어갑니다. 배터리가 추가되면서 무게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더불어 멀티링크는 다양한 각도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더욱 정교하게 대응해 주행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충격 대응이 잘 되니 승차감도 높일 수 있죠.


코너에서 움직임도 안정적입니다. 차체 무게 중심이 낮고 앞바퀴 그립력이 상당합니다. 배터리 무게가 더해져 움직임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큰 변화는 없습니다. 멀티링크 서스펜션도 코너 움직임에서 안정성을 더해주는 느낌입니다. 비싼 차들이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쓰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고속주행과 코너링 안정성은 섀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뼈대가 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서스펜션을 넣는다 해도 차체 안정성을 갖기 힘들죠. 아반떼는 몇 년간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경주차이기도 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혹한 레이스에서 입증된 섀시라는 뜻입니다.


고속에서 힘도 잘 유지합니다. 폭발적인 가속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차체를 밀어줍니다. 확실히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보다 심폐지구력이 좋은 듯합니다. 그러면서 높은 연비를 냅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오른발을 신경쓰기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면 연비가 더 높습니다. 스스로 멈추고 다시 출발도 해주니 편하기도 하고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는 단순하고 직관적입니다. 전기모터 하나로 추가 출력을 내면서 회생제동도 하죠. 원리는 간단합니다. 전기로 모터를 돌리면 바퀴를 굴릴 수 있고, 반대로 바퀴로 모터를 돌리면 전기를 생산합니다. 전기모터를 두 개씩 써가면서 에너지를 회생하지 않아도 되니 비용으로나, 무게로나 이득이 많습니다.

또 단순한 시스템은 고장이 났을 때 수리가 쉽고 수리비도 저렴합니다. 그렇다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처럼 리터당 20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내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계적으로 봐도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높은 효율성을 지녔다는 뜻입니다.


아반떼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넣으면서 더 많은 힘과 더 좋은 연비를 얻게 됐습니다. 출력과 연비는 모든 소비자가 원하는 거죠. 그런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시작 가격으로만 비교해 보면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에 비해 490만원 정도 비쌉니다. 차를 타면서 좋은 연비로 상쇄하려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연비로만 타는 차는 아닙니다. 더 높은 출력을 지녔고, 뒤쪽 서스펜션도 달라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무형의 가치는 소유 단계에서 만족도를 높여줍니다. 실제로 운전해 보면 그 차이점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하이브리드 혜택도 있습니다. 구매 단계에서 개별소비세 최대 100만원 할인, 취등록세 40만원을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소유 단계에선 공영주차장과 공항주차장에서 50% 할인, 대중교통 환승주차장은 80%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남산터널에서 혼잡통행료 2000원이 면제됩니다.

비슷한 등급에서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마땅한 라이벌도 없을 만큼 압도적인 모델입니다. 그나마 적수를 찾자면 아반떼 내연기관 모델이겠습니다. 판매량은 내연기관 모델이 하이브리드보다 더 높습니다. 초기 구입비용이 낮고, 내연기관 모델 역시 높은 연비(15.0km/L)를 가졌으니까요. 주행거리가 길지 않다면 내연기관이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출퇴근을 하고 주행거리도 길다면, 뒷자리에 승객을 자주 태워야 한다면, 승차감 편하면서 연비도 높고 도심주행에 잘 맞는 특성을 지닌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분명 최고의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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