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의 이야기다. 그랜저는 무려 4년간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유지해왔고, 지난해에는 단일 모델로만 14만 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이 정도면 사실상 ‘국민차’라는 칭호를 붙여도 손색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이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 시장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 콘텐츠에서는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드는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랜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디자인’이다. ‘단정함’을 추구하던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모습과 달리, 지금의 그랜저는 ‘영포티(Young Forty)’ 취향에 맞춰 트렌디하게 바뀌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를 기반으로 다듬어진 전면부 디자인은 지금까지의 그랜저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보여주었다.출시 초기에는 기존의 그랜저 이미지와 약간의 거리가 있어 호불호가 존재했으나, 이제는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모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탄탄한 수요층을 자랑한다.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 변화와 함께 전체적인 제원도 달라졌다. 전장은 무려 60mm나 늘어났고 휠베이스 역시 40mm 늘어났다. 덕분에 대형 세단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주행 안전성이 한 단계 강화되었고, 내부 공간은 더욱 광활해졌다.
여기에 곳곳에 한층 강화된 사양이 적용되면서, 승차감도 더욱 안락하게 변모했다. 특히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흡음재 및 흡음패드’는 동급 최고 수준의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성능을 구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풀 모델 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라는 수식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 때문이다.
‘그랜저’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네임벨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랜저는 지난 30년간 여섯 번에 걸친 세대 변화를 이룩하며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국민차가 된 지금도 이러한 인식은 여전하다. 소위 말하는 ‘알아주는 모델’인 셈이다.
더불어 그랜저는 수입 브랜드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주행 보조기능은 국내 도로 사정에 최적화되어 있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오직 국내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덕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이브리드는 부수적인 선택지에 불과했다. 과도하게 튀는 디자인, 배터리로 인한 트렁크 공간 부족 등,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거 연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보다 디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태생적 단점들이 하나씩 개선되고 디젤 모델이 환경문제로 인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더 뉴 그랜저 사전계약 이후 약 한 달간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선택한 소비자의 비중은 32.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제 더 이상 하이브리드는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안하는 ‘부수적인 선택지’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연료 선택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라는 차이점을 제외하면,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서로 같은 모델이라 해도 믿어질 정도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초창기 하이브리드 특유의 튀는 디자인은 볼 수 없다. 심지어 이전 모델까지 존재했었던 ‘BLUE DRIVE’와 ‘Hybrid’ 로고도 삭제되었다.
특히 트렁크 공간은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트렁크 한복판에 위치했었던 배터리가 뒷좌석 쪽으로 옮겨진 덕분이다. 아울러 그랜저 특유의 넓은 뒷좌석 역시 조금도 변치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각자의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파워 트레인이다. 가솔린 엔진은 하이브리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비가 낮은 편이나, 주행감각이 익숙하고 초기 구매 비용이 합리적이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16.2km/L에 달하는 우수한 연비와 전기모터 특유의 고요한 주행을 누릴 수 있다.
정리하자면, 가솔린 엔진은 ‘무난함’과 ‘가성비’,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정숙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그랜저나 그랜저 하이브리드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먼저 자신의 운전 스타일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간 주행거리가 1만 km 미만이라면, 가솔린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무리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뛰어나다 한들, 주행거리가 짧으면 연료비 절감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상으로 봤을 때 더욱 와닿는다. 리터당 휘발유 가격 1621원을 기준으로 1년에 1만 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는 약 136만 원, 2.4 하이브리드는 약 100만 원을 지출하게 된다.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가격 차이가 약 300만 원임을 감안하면, 유류비만으로 차액을 회수하는 데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비교 분석이 가능한 이유는 그만큼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 두 모델의 상품성이 모두 탁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두 모델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현대자동차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상품성은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런 점이 바로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동시에 성공한 비결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매력’,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가장 완벽하게 요약한 문장이다. 그랜저의 매력을 고스란히 즐기면서 하이브리드의 장점까지 누리고 싶다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그냥 그랜저만으로도 충분한가를 먼저 고려해본 뒤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