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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 H Dec 31. 2021

겨울에 사륜구동만 믿은 운전자들, 눈 내리면...

지난 2020년 겨울은 운전자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 폭설이 내리면서, 도로 교통이 그야말로 ‘마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러 건의 눈길 미끄럼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운전자들은 눈길에서도 탁월한 접지력을 선사하는 ‘사륜구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 사륜구동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겨울철에 가장 중요한 부품인 ‘이것’이 없다면, 제아무리 사륜구동이라 할지라도 눈길에서 미끄러지기 망정이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이륜구동 VS 사륜구동

사륜구동이 적용된 '팰리세이드'

일단, 사륜구동이 이륜구동보다 눈길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각 구동방식의 특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륜구동은 크게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으로 나누어진다.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모델은 전륜구동을 채택하고 있으나, 일부 모델의 경우 후륜구동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각각의 구동방식이 저마다의 장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륜구동을 채택한 '아반떼 N'
후륜구동을 채택한 '아이오닉 5 롱 레인지 2WD'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거의 모든 현대자동차 모델에 적용된 ‘FF(앞 엔진 앞바퀴 굴림)’방식은 눈길에서 가장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륜구동방식이다. 무거운 파워트레인이 앞쪽에 위치해있고, 앞바퀴로 자동차를 ‘끌고 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표적인 후륜구동인 ‘FR(앞 엔진 뒷바퀴 굴림)’ 방식은 유독 눈길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뒷바퀴로 자동차를 ‘밀고 가는’ 방식이기에 승차감 면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뒷바퀴에 걸리는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워, 눈길에서는 제대로 된 접지력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수레’를 생각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눈길에서는 손수레를 밀고 가는 것보다 끌고 가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손수레를 밀고 가면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손수레를 끌고 가면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륜구동 시스템 'HTRAC'이 적용된 '싼타페 하이브리드'

한편, ‘사륜구동’은 이륜구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탁월한 접지력을 갖추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손수레로 따지자면, 앞에서 끌어주는 사람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만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은 노면 상태와 속도를 감지해 좌우 바퀴의 제동력과 앞뒤 동력을 가변 제어한다. 덕분에 HTRAC이 적용된 현대자동차의 사륜구동 모델은 눈길과 빙판길은 물론, 급격한 코너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구현해낸다.


겨울철 필수품 윈터타이어

하지만, HTRAC 시스템도 ‘윈터 타이어’가 없다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일반적인 타이어는 7℃ 이하의 온도에서 표면이 딱딱하게 굳어, 접지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눈길 미끄럼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윈터 타이어에 새겨진 깊고 넓은 홈(그루브)와 미세한 홈(사이프)

반면, 윈터 타이어는 7℃ 이하의 온도에서 최적의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윈터 타이어는 고무를 부드럽게 만드는 ‘실리카 컴파운드’가 일반 타이어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표면에는 미세한 기포가 함유된 ‘발포 고무’가 적용되어 있다.

게다가 윈터 타이어는 배수 성능을 높이기 위해 깊고 넓은 홈(그루브)을 파 두었으며, 미세한 홈(사이프)을 촘촘하게 새겨 넣어 접지력도 강화했다. 즉, 윈터 타이어는 재질은 물론, 구조까지 일반 타이어와 다르게 만들어진 타이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윈터 타이어의 중요성은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져 있다.

윈터 타이어와 일반 타이어의 눈길 제동거리를 조사한 국내 한 타이어 제조사의 자료에 따르면, 40km/h 기준, 윈터 타이어의 눈길 제동거리는 18.49m, 일반 타이어의 눈길 제동거리는 37.84m로 나타났다. 사실상 윈터 타이어가 눈길 제동거리를 절반으로 줄인 셈이다.

스파이크(징)이 부착된 '스노우 타이어'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윈터 타이어’와 ‘스노우 타이어’가 서로 다른 타이어라는 것이다. 스노우 타이어는 ‘스파이크(징)’가 부착된 타이어로 윈터 타이어보다 뛰어난 접지력을 갖추고 있으나, 도로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어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한편, 일부 운전자는 차량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4개의 타이어 중 일부분만 윈터 타이어로 교체하곤 한다. 실제로 도로를 다니다 보면, 전륜구동 차량의 앞바퀴만 윈터 타이어로 교체하고 뒷바퀴는 일반 타이어를 그대로 유지한 것을 종종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방법이다. 일반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으면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바퀴만 윈터 타이어로 교체했다면,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뒷바퀴만 윈터 타이어로 교체했다면, 접지력을 상실한 앞바퀴로 인해 차량 조향이 불가능해지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윈터 타이어를 장착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네 바퀴를 모두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타이어 공기압의 이상을 감지하고 알려주는 'TPMS(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

아울러 윈터 타이어를 장착했다면, 타이어 공기압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떨어지면 중앙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 접지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TPMS(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가 적용되어 있지 않은 오래된 차량이라면, 더더욱 공기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가능하다면 한 달마다 주기적인 점검을 받아, 타이어 공기압을 내 차량에 맞는 적정 공기압으로 유지해야 한다.



혹여 자신에 차량에 적용된 타이어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가까운 정비소를 방문하길 바란다. 대부분의 차량은 ‘사계절 타이어’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아반떼 N’과 같은 고성능 모델은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와 같은 ‘썸머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영하의 날씨로 떨어지는 요즘, 안전한 드라이브를 누리고 싶다면 지금 바로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길 바란다. 총알 없는 총은 쓸모가 없듯, 윈터 타이어가 없는 사륜구동은 눈길에서 그저 미끄러지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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