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팔찌

_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by 강가

‘선택이 삶의 방향과 연결되는가?’


당시에는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진 못했다. 그러나, 되돌아보니, 그 선택이 시작점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연으로 가장한 필연. 사람으로 가장한 천사. 여행으로 가장한 인생 학교. 갠지스강의 모래알보다 많을 밤하늘의 별 중에서도, 하필 한 예술가를 알게 되었고, 그녀로부터 테스트를 받게 된 것이다.


무덥고 습한 날씨의 태국 방콕. 미국 유학 준비를 모두 마치고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짜오프라야강 그리고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방콕은 습한 날씨가 기승을 부렸다. 배낭가방을 메고 터벅터벅 걸으며, 한 게스트 하우스로 향하였다. 첫 방문이 아니었으므로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목적지인 폴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였다. 방콕 카오산 로드에서도 구석진 골목에 위치한 소박한 게스트 하우스다. 외관은 허름했다. 하지만, 배낭 여행객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사실, 허름한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일 층에는 여행자가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읽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무엇을 하든 여행자 마음이었다. 그러다 배고프면, 바로 코 앞의 맞은편 로컬 식당에서 즉석에서 만들어준 모닝글로리 (공심채)와 똠얌꿍을 먹곤 하였다. 또 조금만 걸어가면, 짜오프라야강이 훤히 보이는 공원이 드러났다. 배낭 여행객들의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시끌벅적한 카오산 로드 일대에서도 비교적 평화로운 곳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라졌다. 그래서 그런지 더 여운이 남는 추억의 장소다.


그곳에 머물며 한 예술가를 알게 되었다. 훌라후프로 예술 댄스를 하면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예술가였다. 구수한 사투리는 그녀가 숨길 수 없이 부산 출신임을 드러냈다. 매번, 머리에 밴드를 찬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매우 마른 체격이었다.


마침,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돈을 모아서 맥주를 구매하고 파티 준비를 하였다. 그러곤 예술가 여성과도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답례로, 예술가는 실 팔찌를 선물하였다. 즉석에서 직접 실을 팔찌로 만들어 주었다. 인도산으로 품질이 매우 좋은 실이라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조건을 걸었다. 어느 손에 팔찌를 찰지 결정해야 했다.


오른쪽 팔은 물질적 성공, 왼쪽 팔은 영적인 성공을 대변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이 팔찌가 끊어질 때, 그 소망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색깔도 고를 수 있었다.


왜 하필 이런 심오한 조건이 주어진 것일까. 물론 오른쪽 왼쪽 그리고 색깔만 선택하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느껴지는 물질 그리고 영적인 거대한 두 다른 영역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다니. 무엇을 선택하면 무엇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모두 다 선택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선택하였다. 사실 특별히 오래 생각하고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였다. 그 당시에는, 깊이 고려해 보진 못하였다. 그 선택이 다음 행선지 그리고 곧 겪게 될 경험과 이어질 것이라고는. 그러나, 돌이켜 보니 시발점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이미 그 장소에서 그 선택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누구였을까? 그녀는 조용히 사라졌다. 바람처럼 말이다. 그녀가 지은 노래 가사만 남긴 체로.


<사와디카 차이~>

“방콕의 골목길 어딘가 들려오는 고양이 웃음소리 따라서 걷다 보면 모두 만나게 되는 곳에 내 마음 쉴 곳은 여긴가 익숙한 여행이라지만 언젠가 돌아보면 모두 그립게 되는 곳에 매일 찾아오는 고양이와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약속이나 한 듯 잠을 깨고 만나~ 사와디카 골목길 끝에서~ 사와디카 꿈에서~ 나른 나른 기타소리 들려오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