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포기하면 크게 얻는다

by 강가

“크게 포기하면 크게 얻는다.”


류시화 작가의 저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 나오는 한 인도 거지의 충고다. 포기하는 것이 참 어렵다.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포기할 기회에 종종 직면하곤 한다. 석사 학위 논문을 위해 떠난 인도에서, 포기에 대해 배우는 경험을 하였다. 아니, 얻음에 대해서 배웠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지도.


인도 보드가야. 붓다의 깨달음 장소로 유명하다. 당시 보드가야에서 약 한 달 정도 머물며 학위 논문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때가 되어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떠나려고 하니, 프로젝트를 도와주던 한 인도 현지인이 막아섰다. 그가 자신의 사정을 고백하였다. 그의 조카가 부모의 죽음(병으로 인한)으로 인해 학교에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는 것. 조금은 의심쩍었으나 그럴 여지가 많이 없었다. 그는 이미 머리를 밀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인도는 전통적으로 가족이나 친척이 세상을 떠나면 그렇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가 이 사진 저 사진 보여주면서 이미 사전 작업을 충분히 하기도 했다. 허풍이 좀 심해 보이기는 했지만, 나쁜 친구는 아닌 것처럼 느꼈다. 사실 현지 사정에 해박한 그의 덕을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돈이 충분하지 않았다. 2년 가까이 간소한 대학원생 생활을 이어갔던 참이었다. 학자금 대출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인도로 오게 된 이유도 사실은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물가가 훨씬 비싼 이스라엘로 가려고 하였다. 물론 그에게 밥도 몇 차례 사주었고 소정의 사례금을 기름값 명목으로 지불했다. 그러나, 부족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 없을까?’


기차표를 구매하기 전이었다. 원래는 좌석 기차표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대신에 별도의 좌석이 주어지지 않는 입석 기차표를 구매하기로 하였다. 그러곤, 좌석 기차표와 입석 기차표의 차액을 그에게 건넸다. 물론, 그 차액이라 해 봤자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말이다. 돈을 조금이라도 건네지 않았으면 그가 쉽게 보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적은 돈이었지만, 그도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짠 내가 심하게 나도록 자린고비 했던 대학원생의 모습을. 단념하고 그에게 차액을 건넸다. 성의가 전달이 된 듯 보였다. 그렇게 그와 작별 인사 후, 기차역으로 향했다.


바라나시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올라타자마자 자연스럽게 땅바닥에 앉을 곳을 찾았다. 자리는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 기차여행의 묘미 중 하나라면 입석 여행일 것이다. 현지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다만, 조금은 용기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입석 승객이 머무는 곳은 화장실 근처 출입문 주변 자리다. 냄새가 고약하다. 다행이라면 출입문을 통해서 고약한 냄새도 환기가 된다는 것. 인생의 무상함을 악취의 무상으로 배울 수 있는 값진 수행도량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자리 한 곳을 차지하고 앉았다.


잠시 후 기차가 출발했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깡마른 인도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인도에서는 흔한 일이다. 외국인이 혼자 여행하고 있는 모습은 좋은 구경거리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하였다. 인도에서 기독교인은 꽤 드물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나쁜 사람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나름, 선한 기운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는 특정한 기적을 경험했다고 하였다. 아팠던 누나가 회복하게 된 것. 그러므로, 그는 기독교에 헌신하게 된 것이었다. 기적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경험이 있을까?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초월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신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던 중, 그는 선뜻 자신의 자리에 앉도록 제안하였다. 왜 그런 호의를 베풀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냄새나는 화장실 근처 바닥에 초라하게 쪼그려 앉아 있던 외국인이 불쌍해 보였을 것이다. 그가 제공해 준 자리는 슬리퍼 3층 중에서도 맨 꼭대기 자리였다. 윙윙거리며 쉴 새 없이 작동하는 팬 선풍기를 마주 보는 불편한 자리 같아 보이지만, 화장실 근처 땅바닥에 비하면 쿠션을 겸비한 너무나도 럭셔리한 자리다. 그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1층 좌석에 앉아서 가면 된다고 하며 자신의 자리를 선뜻 양보하였다. 그리고 그는 종종 3층으로 올라와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결국, 그의 호의 덕분에 편안하게 바라나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좌석 티켓을 포기했지만, 결국 자리에 앉아서 가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던 그 경험이 사뭇 신비롭게 다가왔다. 마치, 포기하여 좌석이 주어진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었으므로. 물리학 세 번째 운동 법칙인 작용 반작용. 오프라 윈프리가 베풂과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언급하는 법칙이다. 우리가 하는 하나하나의 행위, 말, 마음의 작용이 다시 반작용이 되어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의 몸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의 수준으로 쪼개진다고 하지 않나.


우연의 일로 받아 드릴 수 있었으나, 왠지 여운이 남는 경험이었다. 인과성이 너무나도 짧은 시간 내에 발생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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