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겪게 될 일은 겪게 되고 마는 것인가. 모든 것이 우주의 신성한 질서에 의해 정교하게 짜여 있다던 한 인도 수행자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무한한 나선형 확장 (infinite spiral expansion)에서, 나선형은 소용돌이 모양과 흡사하다. 돌고 돌고 돌아 다시 오는 것. 삶에 대입하면, 특정한 선택으로 인해 다른 무엇인가를 놓쳤다 하더라도 발생될 일은 결국에는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철학자 니체식 표현으로는 영원회귀와 비슷할 것이다. 지난 경험을 회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국 대학원 졸업 후,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명상을 마음껏 하면서 살 것인가,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갈 것인가, 유학을 갈 것인가. 예전 태국 방콕에서 만난 한 예술인으로부터 주어졌던 그 선택과도 흡사하였다. 다른 점이라면 실이 주어지지 않았었을 뿐. 다만, 그 당시에도 그 실을 메던 중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이라면, 박수 치지 않을 때 떠나는 것. 박수칠 때는 앞으로 올 이익 때문에 떠나기 쉽지 않고, 박수치지 않을 때는 앞으로 올 불이익 때문에 떠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전망이론 (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크게 반응을 한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앞으로 기대되는 이익 때문에 쉽게 미국 유학을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름 힘들게 고군분투하며 노력했던 대학원 생활과 쌓인 성과를 무시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보상심리가 어느새 작동했던 모양이다.
그냥 운명에 맡기기로 하였다. 준비 없이 미국 유학에 필요했던 영어 점수가 나오면 유학을 감행하기로 한 것. 결심 후, 영어 시험 일정을 잡고 시험을 보았다.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물론, 큰 기대도 없었다. 그저 운명에 맡기기로 하며,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시험을 보았다. 안 되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시험을 치르고 얼마 후 시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최소 점수가 나온 것. 1점만 낮았어도 유학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운명인가 싶었다. 그 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미국으로 향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한 학기 늦게 입학할 조건이 주어졌음에도 그대로 유학을 감행하였다.
사실, 미국 유학 간 곳은, 전에 입학 허가서가 나왔지만 포기했던 학교였다. 대신, 한국 대학원으로 입학한 것이었는데, 결국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운명이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