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아니라 바람을 보았어야 했는데

by 강가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영화 <관상>에서 송강호 배우가 마지막 장면에서 했던 대사다. 사실, 파도라도 보았으면 다행일 것을. 파도조차 보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은 파도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파도에 휩쓸려 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서는 그것이 파도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바람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될지도. 아니면, 파도도 바람도 아님을 알게 될 지도.


한 명상 센터에서 명상 수행을 마치고 운전을 하며 거주지로 향하던 중이었다, 자연스레 스마트폰 네비 앱을 켰다. 아무래도,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 버거웠을 터이다. 네비 앱에 위치를 입력했다. 곧 몇 가지 옵션이 제안되었다. 그중 가장 최적의 옵셥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명상을 마친 직후라서 그런지, 조금은 천천히 가고 싶었다. 평소보다는 더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고 느리고 천천히 여유롭게 달렸다. 그리고, 곧 자연스레 네비 앱이 안내해 준 고속도로에 진입을 하였다. 고속도로에 진입을 하자마자, 엑셀을 밟았다. 주변에 차들이 빠르게 가고 있었으므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 지점에서는, 통행료도 내야 했다. 예상치 못했다. 통행료를 지불하고 계속해서 달려갔다. 달리고 달리다 보니, 목적지에는 결국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빠르고 편리하게 목적지에는 도착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와야 했던 목적지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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