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

by 강가


여행지가 선택이 되고 나서 종종 계획을 짠다. 날짜가 정해지고, 무엇을 할지가 정해진다. 이렇게 계획을 통한 여행이 주는 장점은 무엇보다도, 군더더기 없는 여행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시기적절하게 장소에 머물고, 다음 행선지에 정해진 시간에 출발을 한다. 식사는 계획에 세워진 메뉴로 해결하며 맛집을 방문한다. 여행을 마치고 난 후, 계획대로 진행이 된 일정에 매우 흐뭇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기억에 남고 소중했던 여행 추억들은 계획을 통해 얻게 된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우연한 만남에 의해 좋은 인연이 되고, 잠깐 거쳐가려고 했던 곳에서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하곤 한다. 또한, 말만 듣고 포기하려 했던 곳이, 깊은 추억으로 남겨진 곳도 존재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계획을 통해 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즐거운 만남, 인연, 추억까지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을 인생의 여정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 여행의 예측 불가능성을 종종 인생의 여정에 비유하곤 한다. 왜냐하면, 인생도 계획하지 않은 곳에서 오는 기쁨과 인연이 더러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하게, 우리를 도와주는 귀인 같은 존재가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도 하고, 뜻밖의 행운이 깊은 좌절 속에서 발생되기도 한다. 그리고 포기하려는 순간, 또 다른 기회가 우리에게 사뿐히 찾아오기도 한다.


가끔 훌쩍 떠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디테일하게 계획을 짜느라 많은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홀가분하게 그 길을 가다 보면, 좋은 인연과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월, 화 연재
이전 08화여행의 계절: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