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철학 - 의지와 의도

by 강가

보통 서양의 위대한 철학자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칸트를 꼽는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평가절하 된 서양 철학자를 꼽으라면 쇼펜하우어가 떠오른다. 톨스토이의 집에 유일하게 쇼펜하우어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걸어 놓은 세 명의 초상화 중 철학자로는 유일하게 쇼펜하우어가 포함된다. 또한, 니체와 비트겐슈타인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 쇼펜하우어는 분명 비범한 통찰력을 지닌 철학자였다.


쇼펜하우어가 평가절하 된 이유 중 하나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그가 살던 시대는 외형적인 발전이 태동을 하던 시기 (1800년경)였다. 그러나 그는 시대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갔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고 본다. 또한, 그는 너무 솔직했다. 진리를 폭설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당시 명성이 하늘을 찌르던 헤겔을 비난하기도 하였다. 물론, 쇼펜하우어는 그의 노년기에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하였다. 앞으로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좀 더 관심과 좋은 평가를 받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느낀다.


그렇다면, 그의 어떠한 사상이 시대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간 것일까?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의 핵심 사상 중 하나는 이 세상은 ‘의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그의 저서인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에 잘 반영되어 있다. 의지란 드러나지 않는 강렬한 정신적 작용이다. 충동적인 힘과도 같다. 생물학적인 맥락에서는 ‘이기적인 유전자’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즉, 의지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생존하기 위한 드러나지 않는 강렬한 힘이다. 의지란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영역이다.


쇼펜하우어가 주장하길, 이 의지를 초월해야 고통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정한 행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이 맹목적인 의지야말로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린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그러한 사람의 의지 (혹은, 욕망)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시대였다. 더욱이 지금의 시대는 그러한 원동력이 더욱더 활성화된 시대라고 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의지에 대한 활용 범주가 더 넓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현시대의 방향과 그의 사상은 조화가 힘들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의지는 매우 중요한 마음 작용이다. 왜냐하면, 의지를 통해 반복적인 구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구매는 이윤으로 이어진다. 의지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고 (혹은 좀 더 본질적인) 마케팅에서는 ‘의도’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의도는 좀 더 인지적인 (cognitive) 영역의 세분화된 의지라고 볼 수도 있다.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그 사용이 만족스러워 다시 구매할 의도가 생긴다. 마음속으로 다시 구매해야지 하고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의도는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절대적이진 않지만 말이다.


마케팅 그리고 사회과학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이론 중 하나라면 TPB (Theory of Planned Behavior) 일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 변수 중 하나가 의도다. 의도가 행동에 큰 영향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케터와 마케팅 연구원들은 무엇이 의도에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의지가 고통의 주요 원인이라고 여겼다면 현대 시대는 이 의지 혹은 의도를 십분 활용하여 마케팅의 주요 원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시대의 관점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밉상이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마케팅 철학 - 시대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