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거사는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진다."(tvN드라마 '아다마스' 대사)
■ 필요 에너지 공급을 위한 간식과 식사
골프라는 운동에서 경기 외적 요소이지만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고 마시는 이야기이다. 골프는 장시간 야외에서 활동하는 운동으로 평균 5시간 전후를 걸어야 하고, 집에서 출발해서 티오프 시간까지 두 시간 전후를 잡는다면 약 7시간 정도의 공복이 발생을 한다. 필요한 에너지와 수분을 제때에 보충하지 않으면 사실 스윙을 제대로 구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프로선수들도 경기 내내 집중력과 체력 유지가 필요하므로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을 경기중에 섭취한다. 18홀 정규 골프코스 거리는 약 6000야드(6400m) 안팎이다. 홀 간 이동거리까지 포함하면 7500~8000야드다. 이런 코스를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서 라운드를 한다.
미국 건강스포츠과학센터와 뉴욕타임스는 "라운드를 할 때마다 약 1400칼로리를 사용하며 코스를 걷고, 스윙하고, 캐디백을 옮기는데 필요한 칼로리는 최대 2,000 칼로리다"라고 밝혔다. 선수들은 많은 에너지와 칼로리를 소비하기 때문에 경기 중간중간에 건강보조식품과 간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마이데일리 2021.11.24.)
골프 중계를 보다 보면 선수들이 라운드 중간에 뭔가를 먹는 장면을 보게 된다. 가장 즐겨 먹는 간식으로 화면에 잡히는 것이 바나나이며, 초코바, 떡, 과일 종류 등 먹기 편하고 휴대가 간편한 간식을 가지고 다니다가 먹는다. 그 외에도 선수들이 섭취하는 건강보조식품을 보면 아미노산, 각종 비타민, 각종 즙 등의 액체 류가 있다. 물론 개인적인 경기 리듬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건강보조식품을 안 먹는 선수들도 간혹 있다.
일반적으로 주중이나 주말에 공을 치러가는 아마추어 골퍼인 경우에도 경기 중에 먹을 간식거리를 준비해 오는 경우가 있다. 간식의 경우 주류를 빼고 나면 앞서 언급한 프로선수들과 거의 내용면에서 대동소이하다. 간식 이외에도 아마추어 골퍼들은 같이 라운드 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티오프 시간에 따라 조식, 중식, 석식 중 한번 이상은 있다. 출발 티잉 그라운드에서 만나서 공만 치고 라운드가 끝나면 바로 헤어지는 경우는 정말 드물 것이다.
식사를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하게 되면 골프장에서 준비된 메뉴 선택을 하면 되지만, 맛이나 메뉴 선택이 한정적이어서 외부 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외부 식당을 이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골프장 내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개인에 따라 식사나 음료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이다. 골프장 레스토랑은 직영운영 시에는 인건비와 재고관리비용이 높아지고 위탁운영 시에는 위탁수수료가 높아지는 경향으로 식음료 값이 일반 음식점 대비 비싼 경향이 있다.
중소기업으로 F&Bfood and beverage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10년 전만 해도 위탁운영 수수료가 대부분 10% 정도이었는데 15%선을 보이다가 최근엔 20%선까지 올랐다”면서 “결국 20%의 높은 수수료는 고객인 골퍼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레저신문 2021.10.6.)
최근에 대부분 골프장이 그늘집 운영을 무인화하거나 없애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그늘집 운영에 따른 한 사람의 인건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값을 어디까지 내린다면 내장객들이 많이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나 그늘집에서 먹고 마시는 식음료가 비싸다는 가격 논쟁은 정말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토론하듯이 끝이 없는 이야기이다. 골프장에서 구매하는 식음료의 가격에는 '품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물론 맛과 가격을 고려한 가성비를 중요시한다면 이에 합당한 골프장 인근 유명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 가치는 품질을 가격으로 나눈 것
좋은 분들과 만나서 즐거운 18홀 라운딩에 곁들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눈다는 것은 여러 운동 종목에서 골프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이자 장점 일 수도 있다. 특히 라운딩을 마치고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에는 체조선수가 마지막 착지를 잘해야 유종의 미를 거두듯이 식당이나 메뉴 선택이 중요하다.
어떤 식당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같이 공을 친 4명의 '선택속성selection attribute'에 달려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선택속성이란 식당을 선택하는 요소에 대한 소비자의 의사결정기준을 의미한다. 그 기준은 바로 ‘가치’이다.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 제공받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은 달라진다는 것이다.(김영갑, 선택속성 가치기반 콘셉트, 강의 내용 2016)
그것은 가격이 될 수 있고, 멋진 인테리어를 갖춘 물리적인 환경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 수준이 될 수도 있으며, 접근성이 좋은 위치가 될 수도 있다.
학문적으로 가치value는 ‘사람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기대하는 이익이나 효용’으로 정의한다. 소비자인 골퍼들은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갈 것이다. 가치를 측정하는 공식은 ‘가치=품질/가격’이다.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올린다면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동일한 가격에 고기의 양을 많이 주거나, 반찬을 푸짐하게 주어 품질을 올리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러한 가치를 '구매 효용'이라고도 하는데 손님들은 자기들이 낸 돈에 대한 기회비용보다 구매 효용이 클 때 문정성시가 일어나는 식당이 된다.
소규모 식당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선택속성 요인에 대한 중요도 순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음식의 가격, 접근 용이성, 음식의 맛, 음식의 양, 종사원 서비스, 위생상태, 서비스 신속성 요인 순이라고 제시한다.(박정화, IPA를 활용한 소규모 식당 서비스 선택속성에 대한 연구, 외식경영연구. Vol.13, No.4 2010, p.203.) 이러한 기준은 전반적으로 수긍이 가는 내용이나 이러한 선택속성에 더하여 현실적으로 필자가 지난 수십 년간 골프를 치러 다니면서 동반자와 식당을 선택할 때 자주 고려한 속성들은 다음과 같다.
⑴ 날씨: 비 오는 날에는 회 혹은 날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더운 날에는 냉면을 찾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면 삼겹살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⑵ 가성비: 그린피 등 골프비용이 인상되는 경향이어서 식사도 가격 대비 맛과 품질을 좋은 곳을 선호한다. 이러한 장소를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기에 골프장 부킹이 결정되면 사전에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⑶ 지역 특산: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골프장에 갈 기회가 있을 때 기왕에 식사를 하는 것으로 영광 굴비, 포항 물회, 춘천 닭갈비 등 지역적으로 유명한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⑷ 동반자 호불호: 순대나 날 것을 못 먹는 사람, 홍어나 과메기처럼 처음 접해보는 음식이거나, 어패류나 견과류 등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이 간혹 있을 수 있다.
⑸ 반주(飯酒) 여부: 애주가가 있다든지 혹은 최저타나 이글 등 라운딩 이후 기념할 일이 있어 술을 한잔해야 하는 경우라면 비빔밥이나 된장찌개를 먹으러 가기에는 다소 부적당하다.
⑹ 안정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내 공간이 넓거나 별도 룸이 구비된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외에 적당한 장소가 있다면 선호도가 좋을 수가 있다.
식당 선택속성에 넣기는 무엇 하지만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장소 선정 시 가부좌로 앉는 식당보다는 가급적 의자가 있는 식탁이 있는 장소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특히 최근에 젊은 계층에서 골프를 많이 치는 경향이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가부좌로 앉아 식사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 어릴 때부터 식탁에 앉는 습관으로 인하여 가부좌로 앉아서 오래 있기를 힘들어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신고 있던 양말을 그대로 노출시킨 채로 앉아서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서로 간에 비위생적인 측면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웨덴 카롤린스카대 공동연구팀은 세계 9개 문화권 235명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냄새를 맡게 하는 실험 결과, 세계의 문화권과 지역에 상관없이 인간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향과 싫어하는 냄새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 바닐라 향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고, 가장 불쾌한 냄새로는 땀에 젖은 발 냄새의 주범인 ‘이소발레르산’이 꼽혔다.(동아일보 2022.4.5.)
■ 실패할 확률이 낮은 메뉴 선택
회사원으로 몸담고 있을 때에 업무상 국내외 출장 기회가 많았다. 특히 해외출장의 경우 단기간이 아니고 일주일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면 매번 도래하는 식사에 대해 신경이 쓰인다. 그 당시 선배들이 가급적이면 한중일양(한식, 중식, 일식, 양식) 순으로 식당을 예약하거나 메뉴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해외에 자주 다니다 보니 나 역시 그 순서대로 결정을 하는 편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대로'라고 하면서 현지에 적응하자며 양식을 매일 계속해서 주장하시는 분도 가끔 있으나, 선배들의 추천 순서에 양식이 마지막에 위치하는 것을 보면 한 두 번은 모르겠으나 양식을 연속적으로 먹어 본 사람들은 그 느끼함이 부담이 되어 가급적 동양적 음식을 우선적으로 찾게 되는 것 같다.
국내 출장의 경우 별도로 오찬이나 만찬 행사가 계획된 것이 아니라 혼자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다섯 가지 메뉴를 선택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어떤 설문 통계분석이나 연구결과가 아니라 나의 수많은 경험에 의존한 메뉴인데, 김치찌개, 비빔밥, 카레, 돈가스, 라면이다. 이 다섯 가지 음식은 전국적으로 요리 방법이 일반화되었고, 고추장, 드레싱, 수프 등 첨가되는 양념 맛이 제조사별로 거의 유사하여 우리 입맛에 친근한 맛이 느껴진다. 처음 가는 골프장에서 이 다섯 가지 메뉴를 선택한다면 아마도 맛에 있어서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든다.
한국갤럽이 2019년 5월부터 전국의 만 13세 이상 남녀 1천7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위는 '김치찌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김치찌개는 21%로 1위, 된장찌개는 15%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3위 한식은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으로 꼽히기도 한 불고기가 차지했고 대표 한식 메뉴인 김치가 김치찌개와는 별개로 4위에 자리했다. 이어서 5위는 항공사 기내식으로 오를 만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인 비빔밥이 차지를 하였다.(SBS 뉴스 2019.10.14.)
나 역시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인의 식성에 맞는 맛도 맛이지만, 내 기억에 어머니께서 작고 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손수 끓여주신 음식이 김치찌개여서 그런지 모른다. 근자에도 김치찌개를 먹을 때면 항상 마음속에 당신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