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레스 코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을 치르러 출정하는 장수들은 갑옷을 입고 전투에 나선다. 평상시 입는 옷을 벗고 왜 무거운 갑옷을 입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 대답은 몇 가지로 압축이 될 수 있다. 갑옷을 입는 가장 주된 이유는 전투 중에 적의 공격으로부터 부상을 막는 보호 장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갑옷을 입은 위풍당당한 모습을 외형적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적을 제압할 수 있게 보이는 위용 있는 장수의 모습이 자기 진영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특정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에 참석을 할 경우 평소 입고 다니던 청바지에 간편한 티셔츠 차림 대신 가급적 진한 색 슈트 차림의 정장을 한다. 면접 시 지적이며 차분한 느낌을 주어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대부분 그렇게 입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이 때나 장소와 상황에 맞도록 옷을 입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골프 복장도 마찬가지이다. 장수들 갑옷처럼 기능성도 있어야 하고 남이 보아도 상황에 맞게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엠씨에스비즈니스센터 송인옥 대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행사나 모임에서 유난히 시선이 가는 사람이 있다.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특별히 비싸거나 눈에 띄는 패션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이 느껴진다. 그 이유가 뭘까? 그의 외모, 패션이 딱 알맞게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자기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면 TPO 즉,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잘 고려해야 한다. 계절과 오전, 오후에 맞아야 하며, 모임이나 행사 장소에 맞아야 하고, 기쁨과 슬픔 등의 상황에 맞아야 비로소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송인옥, 당신 참 매력 있다, 사이다 2019, p.39.)
일반적으로 시간, 장소, 상황에 어울리도록 옷의 스타일, 격식, 모양, 색상 따위를 정해 놓은 옷차림을 드레스 코드dress code라고 한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웨어는 근무 시 착용하는 의복으로 화려한 색상이나 노출이 심한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 편한 실용적인 소재가 적당하다. 또한 레저웨어는 여가시간을 위한 복장의 총칭으로 일하는 시간 이외의 레저 시간을 위한 복장으로 리조트웨어, 여행복, 액티브 스포츠웨어 등이 이에 해당된다.(네이버 두산백과 2022.1.14.)
골프에서도 이러한 드레스 코드가 일정 부분 요구된다. 극단적으로 드레스 코드가 이상하면 라운딩을 같이 하는 동반자에게 불편한 마음을 들게 할 경우가 발생한다. 골프에 맞는 적정한 복장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예의이자 매너라고 보면 되겠다.
■ 메라비언의 법칙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몸(체모體貌)·말씨(언변言辯)·글씨(필적筆跡)·판단(문리文理)의 네 가지를 이르는 말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한다. 신(身)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첫째 평가기준이 되는 것으로, 아무리 신분이 높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첫눈에 풍채와 용모가 뛰어나지 못했을 경우 정당한 평가를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풍채와 용모를 자세히 보기 전에 먼저 보이는 것이 전체적인 복장과의 조화로움일 것이다.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남루한 옷을 입고 있다면 평가가 긍정적이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첫인상에서 복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례로 백화점에 가도 복장으로 인하여 차별을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명품을 사러 가려면 복장을 잘 갖추어야 한다. 좋은 물건을 득템 하려면 고객이 판매원의 관심을 잘 끌어야 한다. 아내와 같이 백화점 명품장을 가는 날이면 아내는 나의 복장에 매우 민감해진다. 아주 세련된 세미 정장 룩을 하도록 나에게 권한다. 실제로 백화점 명품 매장을 둘러볼 경우에 복장에 따라 매니저가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를 간혹 겪어보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매장 직원들은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몇 번 왔는지, 지금 찬 시계가 뭔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실수요자인지 리셀러인지 귀신 같이 안다"라고 귀띔했다.(한국경제 2021.7.10.)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에 출간한 저서 ‘Silent Messages’에 발표한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은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에 이른다는 법칙이다.(네이버 두산백과 2021.12.20.)
시각 이미지는 자세·용모와 복장·제스처 등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말하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대화를 통하여 상대방에 대한 호감 또는 비호감을 느끼는 데에서 상대방이 하는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7%로 그 영향이 미미하다. 반면에 말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요소가 93%를 차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이 장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골프에서는 동반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하여 시각적 측면에서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를 여기에서 유추할 수 있다.
■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스포츠가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탁 트인 필드 위에서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골프가 인기다. 특히 과거 특정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가 새로운 문화 활동이자 취미로 대중화되면서 스타일을 살려주는 골프웨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젊은 층의 ‘플렉스flex(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는 것) 문화’가 골프 인기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도 나온다. 패션 브랜드는 다양해졌고, 트렌드도 과감해졌다.
조선일보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 골프 동호회·패션 회사·골프 애호가 등 남녀 187명을 대상으로 1대 1 비대면(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골프장 꼴불견 패션’에 대해 조사를 하였다. 가장 최악은 ‘노출이 심한 짧은 치마/바지’(23%)였다. 다음은 등산복(22.5%), 남녀 불문 너무 꽉 끼는 의상(20.3%), 과도한 문신(13.9%), 펑퍼짐한 배바지(8.6%), 트레이닝복 (8%) 순이었다.(조선일보 2021.07.07.)
해외에서도 골프패션 격식 파괴는 논쟁 중이다. 2021년 기준 세계랭킹 10위인 티럴 해턴Tyrrell Hatton은 후드 티를 입고 유럽프로골프투어EPGA BMW PGA챔피언십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과거 세계 랭킹 1위였던 로리 매킬로이Rory Mcilro까지 PGA 경기에서 후드 티를 입고 등장했다. 골프다이제스트 등 외신은 아예 ‘후디 게이트hoodie gate’라는 딱지를 붙였다. ‘케케묵은 구습(舊習)에서 벗어나자’는 반박도 있다. 최근 매킬로이가 US오픈에서 입은 흰색 나이키 카모(군복 무늬) 바람막이 후디는 곧바로 전 세계에서 ‘품절’되기도 했다.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먹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되, 입는 것은 남을 위해서 입어야 한다Eat what you like, but dress for the people”라고 하였다. 복장은 경우에 따라 첫인상의 전달 효과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주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복장은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며 호감을 증대시키는데 절대적인 요소이다. 상황과 대상에 맞는 옷차림을 할 줄 아는 것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상대에게 매너 있는 인상을 전달시킨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항상 '의식주(衣食住)' 순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먹고 지내는 일보다 우선하여 중요시한 부분이 바로 옷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옷을 정갈하게 잘 입고 골프를 치면 마음가짐이 달라져 핸디캡을 줄일 수 있다. 나의 경우 흰색 바지를 입었을 경우 싱글 수준의 스코어를 기록할 빈도가 높다. 흰색 바지는 깔끔한 느낌을 주기에 스스로 군더더기 없는 골프를 치자는 마음의 자세가 티오프 전부터 갖추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의복은 우리에게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장례식장의 검은색 복장은 엄숙함을 병원에서 흰 가운은 청결하고 위생적임을 나타낸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 양복을 입으면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만, 예비군 소집에 응해 예비군복을 입고 나가면 평상시에 하지 않던 말이 오고 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돌출 행동이 나온다.(박세연, 리더들이여 CEO처럼 생각하라, 북랩 2019, p.244-245.)
남성의 경우 골프 칠 때 옷을 어떻게 입으라고 권하는 것은 개인의 기호와 다양성의 차이로 사실 주제넘은 것일 수도 있으나 골퍼로서 경험한 것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필자가 남성이라서 여성의 복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첫째, 해당 골프장의 복장 규정에 대한 안내가 있다면 그걸 우선순위로 해야 한다. 보통 부킹 한 사람에게 문자로 통보가 오는데 반드시 동반자에게 전달을 해야 한다. 특히 격식이 있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이를 엄격히 적용하여 입장이 불가한 경우가 있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둘째, 남성의 경우 칼라collar(깃)가 없는 티셔츠는 입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는 친한 분들과 겨울철에 동계훈련이란 명목으로 동남아로 해외 골프여행을 갔는데, 멤버 중 한 분이 라운드티를 입었다고 입장을 거부당해 숙소에 가서 칼라가 있는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입장한 적이 있었다.
셋째, 반드시 벨트를 착용해야 하며 셔츠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착용하여야 한다. 공식 경기에서도 외모appearance 및 의상attire 부분을 통제하는데 ‘바지 속에 집어넣지 않은 셔츠Shirt tails not tucked in’는 금지사항으로 되어있다. SBS골프 ‘고덕호의 9시 티오프’ 방송 진행을 맡은 고덕호 프로도 복장 매너로 이점을 매우 강조한 바가 있다.
넷째, 골프를 지속적으로 치다 보면 옷도 점점 화려 해지고 남의 눈을 의식해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의복 비용이 라운딩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 소위 말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가 발생한다. 10년 전에 입던 골프 옷을 입고 나가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면 되는데 꼭 “언제 입던 넓은 통바지를 아직도 입느냐”라고 한소리들을 한다. 그러면 유행에 따라 다시 옷을 사게 되면서 몸통이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골프 옷은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사서 유행이 가기 전에 다양한 용도로 입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