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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Feb 12. 2022

2. 경제적으로 만만하지 않은 운동

 프로골퍼가 되기까지 많은 지원이 필요


  2021년 한국 여자 프로골프투어에서 화두가 된 선수는 단연 박민지 프로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KLPGA가 2021년 11월 30일 시즌을 마무리하는 '2021 KLPGA 대상 시상식'을 개최하였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올해 KLPGA 투어에서 6승을 달성하고 단일 시즌 누적 상금 15억 2천만 원을 받아 상금 부문 기록을 경신한 박민지 선수가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을 받았다.

  최저타수상을 제외한 3관왕이 된 박민지 선수도 돈이 없어서 골프를 배우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박민지 선수의 어머니 인터뷰 내용을 보면 시아버지 군인 유족 연금과 본인 연금(올림픽 은메달)으로 겨우 생활을 꾸려갈 수 있어서 중학교 시절에는 골프 비용은 감당이 안 되었고 레슨비는 정말 엄두도 못 냈다고 한다.


  "중요한 시기라서 레슨도 못 받는 게 무척 안타깝고 걱정이 많이 됐는데 주변에서 최경주재단을 찾아가 보라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민지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 되고 나서 재단을 찾아갔죠. 어려운 가정 형편 알고 민지를 받아주신 분이 최경주재단 선수 선발위원장이었던 이경훈 프로님이었는데, 그때부터 1주에 2회 무료 레슨을 해주셨죠. 덕분에 실력이 쑥쑥 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 달고 세계선수권대회 나가서 금메달까지 땄어요. 최혜진, 박현경 등이 당시 국가대표로 한솥밥 먹었던 멤버들이죠. 이 프로님 덕분에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부터는 돈이 안 들어갔어요. 오히려 합숙 수당을 받아오고 옷이나 클럽, 용품 지원되지, 또 코치가 레슨 다 해주지… 정말 이때부턴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더라고요."(SBS 뉴스 2021.06.23.)


 1년 안에 90타 치는데 드는 비용


  이처럼 프로선수로 육성되어 제대로 활동하게 될 때까지 많은 돈이 든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추어로 주말골퍼처럼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일반인들이 골프를 처음 시작해서 1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1년 후 보기 플레이어 수준인 90타를 친다는 목표로 대략적인 비용을 추산해보기로 하자. 여기에서는 스크린골프로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필드에서 골프를 친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일단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골프클럽이 있어야 한다. 처음 시작해서 레슨을 받을 경우 연습장에 비치된 클럽 혹은 친구나 선배에게 물려받은 클럽을 사용해도 되나 여기서는 1년을 전제로 하기에 1년 안에 새 클럽을 구입하는 것으로 한다. 골프클럽의 가격은 제조사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개인의 근력, 경제 능력, 기호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이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초보자로 가정을 하고, 인터넷 등을 통한 여러 가지 가격을 조회해본 결과 드라이버 60만 원, 5번 우드 30만 원, 아이언세트 140만 원, 퍼터 30만 원, 골프백 40만 원, 총 300만 원이 든다.  물론 이 보다 더 비싸거나 싼 클럽도 있지만 중간 값 정도로 비용을 판단하였다.


  두 번째로 연습을 위한 연습장 등록이 필요하며 스윙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레슨을 받아야 한다. 골프는 처음에 교재나 동영상만으로 혼자서 배우는 것이 어렵다. 연습장 사용비용과 레슨비는 지역과 수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많으나 서울 등 수도권 기준으로 실내연습장 월 22만 원, 실외 35만 원 수준, 레슨 비용은 1회 30분(단일권) 6만 원이고, 묶어서 8회나 16회, 또는 그 이상으로 한 번에 등록한다면 단가가 저렴하다.(네이버 블로그 골프청년 2021.6.5.)

  이와 같은 자료를 근거로 추산해 보면 연습장 비용의 경우 한 달 평균 25만 원으로 1년 비용은 약 300만 원이 든다. 레슨의 경우 티칭프로냐 투어프로냐 등 레슨을 누구에게 받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나지만 보통 한 달 기준 8회 정도 레슨을 받는다면 평균 30만 원이 들며, 처음 필드에 나갈 때까지 3달 레슨을 받으면 90만 원이 소요된다.


  세 번째는 골프웨어와 골프화가 필요하다. 골프웨어의 경우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별로 착용 가능한 옷들이 모두 다르고 날씨에 따라 우의, 조끼, 바람막이 등 필요한 옷들이 추가 요구된다. 또한 양말이나 모자, 그리고 기능성 언더웨어도 같이 구매를 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 여벌 옷이 비축될 때까지 상당기간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골프화도 1개로 1년 내내 신을 수 없어 여분의 골프화가 필요하다. 골프웨어나 골프화의 가격은 기능성과 상표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기에 대략 계절 별로 100만 원으로 하고 1년 4계절 400만 원이 지출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연습장에서 2~3개월 이상 어느 정도 레슨을 받고 나면 이제 실전 라운딩을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4계절을 고려 시 1년에 9개월 정도 라운딩이 가능하다. 1월, 2월, 12월은 혹한기로 3개월은 정상적인 라운딩이 어렵다는 전제이다. 주 1회면 한 달에 4번 라운딩을 나가는 것으로 1년에 36회 라운딩을 하는 셈이다. 1년 안에 보기 플레이어 수준인 90타를 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라운딩은 나가야 한다.

  그러면 1회 라운딩 비용은 어느 정도 지출이 될까 알아보자. 한국경제신문이 카드결제 시장 점유율 20.18%(가입자 2050만 명)인 KB국민카드에 의뢰해 2020년 전국 골프장 결제 내역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금으로 내는 13만 원 내외의 캐디피를 제외하고 골프장 갈 때마다 1인당 21만 8000원 썼다. 주말 골퍼들은 평일 골퍼보다 5만 원 더 많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신문 2021.3.18.) 그리고 캐디피, 식사비, 교통비 등 현금성 부대비용이 매회 인당 8만 원 내외로 추가되므로 일반 아마추어 골퍼 기준으로 1회 라운딩에 약 30만 원이 소요된다. 이를 근거로 연간 라운딩 비용을 계산하면 36회 X 30만 원 = 1,080만 원이다.


  이상과 같이 골프를 시작해서 1년 안에 90타 보기플레이를 하기 위해 드는 연간 비용을 합산해보면, 골프클럽 구입 300만 원, 연습장 사용과 레슨비 390만 원, 골프웨어와 골프화 구입 400만 원, 라운딩 비용 1,080만 원, 연간 총 2,170 만원이 필요하다. 이 금액은 순수하게 골프 연습과 라운딩에만 들어가는 직접비 성격이고, 골프를 치는데 따른 간접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을 하는데 이는 제외되어 있다. 볼과 장갑 등 소모품 비용, 별도로 이루어지는 오찬이나 만찬 비용, 주대 등 상호 교제비용 등 변동성 간접비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러한 간접비를 무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골프는 만만하지 않은 운동


  골프라는 운동은 1년을 치고 그만두려고 배우는 것은 아니다. 짧게 보아도 5~10년, 길게 보면 근력이 다할 때까지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이 골프이다. 그래서 실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연습장이든 필드 라운딩이던 지속적으로 다니면서 본인의 핸디캡을 낮추거나 유지가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골프 시작 후 5년 정도는 처음 1년 비용 약 2천만 원이 지속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물론 클럽 구입비는 매년 들어가는 비용은 아니나 핸디캡을 줄이기 위해 연습량이나 라운딩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추가 발생하는 비용이 이를 상쇄한다는 가정하에 계산을 해보면 5년간 약 1억 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나온다.


  골프를 치는 것이 ‘만만’ 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만(10,000) × 만(10,000) = 1억 원의 돈이 든다는 뜻이며, 골프를 시작하면 어느 정도 칠 때까지 ‘파란만장’한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 역시 파란(초록) 색 1만 원권 지폐 × 만장 = 1억 원이라는 돈이 필요하다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나는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데 무슨 비용이 그리 크게 발생하느냐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9홀 퍼블릭 골프장을 가거나, 간혹 4인 무기명 회원권으로 회원대우를 받거나, 캐디피, 식사비, 교통비 등에서 동반자의 배려로 무임승차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실질적으로 본인의 지출이 적게 느껴질 뿐이지 누군가는 발생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것이다.  


 경험에 소비를 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운동


  최근에는 경험을 강조하는 스트리밍 라이프streaming life 추세가 강조되고 있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소유 대신 구독과 경험을 더 중시하는 삶의 풍조를 말한다. 예컨대 렌털·구독 멤버십 등이 이에 해당되는데, 제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얻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네이버 지식백과 2022.2.11.) 얼마나 더 많이 가졌는지보다, 얼마나 더 많이 경험했는지를 중시하는 MZ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의 새로운 플랫폼 변화도 요구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행복은 소유 자체를 위한 소비보다는 경험을 위한 소비를 했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라고 했다.(최인철,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 21세기북스 2008, p.199.)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살고 있다. 집, 차, IT기기, 핸드백 등 구매욕을 부르는 물건들과 광고에 둘러 싸여 있다. 손에 쥐지 못한 갈증이 때론 과욕을 부르기도 한다. 새것을 구매했을 때의 성취감과 만족감은 클 수 있지만 생명력은 짧다. 반면 경험(체험)은 영원히 기억 속에 살아 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선 경험에 대한 지출이 더 많은 즐거움과 만족감을 선사하게 된다.”   


  경험을 위해 지출한 돈이 잘 쓰는 것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험이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계를 맺는 것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경험을 감성적으로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회상을 통하여 행복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소유자#nowner 모임에서 “물건으로 채운 집이 아니라 스탬프로 채운 여권을 갖고 싶다 I'd rather have a passport full of stamps than a house full of stuff”는 말도 비슷한 유형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생각할 때 이러한 감성을 가지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골프를 치고 나서는 그날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게 된다. 장시간 같이한 동반자들과의 인간관계, 대화, 경치와 먹거리 등 여러 가지 함께 발생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감성에 젓게 되고 이러한 경험에서 오는 행복을 느낄 때는 골프에 대한 효용가치는 올라가는 것이다.

골프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푸른 잔디에서 산소를 마시고 여가를 즐기면서 우정을 쌓는 것에 공감이 간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설렘이 있어야 하는데 골프는 이러한 설렘이 들게 하는 운동이다. 하버드 의대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 교수는 1930년대 말에 입학한 268명의 졸업생을 72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그리고 또 다른 두 그룹의 대상자들과 비교 추적하며 조사를 했다. 그가 이들 세 그룹에게 해마다 묻는 질문이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 가슴 설레는 일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이 한 가지 질문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설레는 일이 있다는 것은 나이와 학력에 관계없이 행복한 사람들이다.(이시형 외 1인 , 인생내공 2014, 위즈덤하우스, p.122.)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침에 예정되어있다면 다가오는 설렘으로 인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초·중등학교 시절 소풍 가기 전날은 내일의 즐거운 소풍에 설렘이 일어나 밤잠을 설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겠지만 내일 골프 라운딩 약속이 있으면 설렘으로 인하여 잠을 설치기도 하고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새벽에 일어나서 온 가족을 깨우기도 한다. 설렘이 있는 곳에는 우리의 뇌를 행복한 마음으로 각성시켜 몇 번을 잠에서 깨게 만드는 모양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564명을 대상으로 2021년 11월에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골프에 대한 직장인 관심도와 비용 투자 수준, 관련 생각 등을 알아보고자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골프에 투자하고 있는 응답자의 절반(50.0%)은 '약간 부담'이라고 했고, 19.5%는 '매우 부담'을 느낀다고 해 10명 중 7명 정도는 비용이 고민됨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직장인이 골프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는 회사 동료, 상사 또는 비즈니스 관계자와 친목 도모(41.7%)와 친구, 지인과의 친목 도모(22.7%)가 가장 컸다. 직장인에게 있어 골프는 관계 유지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의미다.(파이낸셜뉴스 2021.11.1.)


  골프를 치지 않아서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골프를 비용으로 생각하고 돈을 쓰는데 부담이 되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골프를 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비용이 아니라 경험을 쌓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교류하고, 관계를 증진시키는 '행복'에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다소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골프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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