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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Feb 14. 2022

3.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

 ■ 경기력을 구성하는 요소 


  운동선수의 경기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기술, 체력, 전술, 심리로  이 4가지 요인이 중요하다. 경쟁자와 신체 접촉이 없는 대신 자신과 싸워야 하는 종목인 양궁과 사격은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른다(조선일보 2018.9.15.).  골프 역시 팀 단위가 아닌 개인전으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방금 언급한 이 4가지 중 심리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간혹 국가대항전이나 올림픽 단체전 경기에서는 국가 간 팀을 짜서 팀 전술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면밀히 보면 선수 개인의 경기 결과를 합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먼저 경기력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에 대해 알아보자(골프타임즈 2019.12.13. 일부 인용)


  기술은 운동 수행을 위한 동작의 패턴, 목표 달성을 위한 이상적인 몸의 움직임을 일컫는다. 골프에서의 기술은 크게 드라이버 샷, 아이언 샷, 어프로치 샷, 벙커 샷, 퍼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골프 기술은 각각의 지도자 별로 가르치는 방법과 내용에 차이가 있고, 최근에는 기술훈련을 위한 첨단 장비와 도구들이 즐비하게 출시되어 도움을 주고 있다.

  체력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신체능력과 운동 수행 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잘 발휘하도록 만드는 신체능력을 포함한다. 운동 수행에 필요한 체력을 나열하자면 근력, 순발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평형성 등이 있다. 골프에서는 근력과 유연성이 좋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점이 있다.

  전술은 단체전의 경우 팀 훈련 또는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감독이  팀에 소속된 선수 각자의 개성을 관찰하여 선수들에게 적합한 플레이 스타일, 포메이션, 경기 운영시스템 등을 확립한 후 경기 중에 선수들 모두가 하나의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경기 계획’이다. 개인전이 주가 되는 골프의 경우는 각 홀의 난이도, 거리 판단, 클럽 선택 등에 따라 공격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보수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선수마다 내부적인 전술 계획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 

  심리는 성공적인 운동 수행을 위한 마음가짐 및 이상적인 심리상태를 말한다. 운동선수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고, 훈련을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불안감이 크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타이거 우즈Tiger Woods와 같은 유명 골프선수도 전속 멘털 트레이너를 두고 심리훈련을 해왔다. 


  이상과 같이 경기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4가지이지만 종목에 따라 각 요인이 경기력에 미치는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격이나 양궁 등의 개인종목은 심리가 체력보다 더 중요할 수 있으므로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력과 기술만큼이나 심리적 능력을 향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도 개인종목으로 심리적 요소가 보다 중요하다. 실제 라운딩에서도 심리적 안정이 무너지면 공이 잘 맞지 않는다. 골프를 멘털 스포츠라고 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 스윙 리듬이 깨지고 불필요한 힘이나 동작이 들어가서 샷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 라운딩에서는 동반자의 심리적 안정을 무너지게 만드는 언행에 유의해야 한다. 


 ■ 심리적 안정을 위한 연출된 감정 


  나의 경우 스스로 판단하건대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동반자 중에  감정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경우 공이 잘 맞지 않는다. 룰을 정해 놓고 내로남불식으로 적용하거나, 캐디나 골프장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토로하거나, 플레이 속도가 현저하게 느린 동반자가 있어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재촉을 계속 받는 경우에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서 정상적인 샷이 어려울 때가 있다. 


  감정은 실제로 느낀 그대로의 '감지된 감정'과 외부로 '연출된 감정'으로 분리할 수가 있다. 감지된 감정felt emotion이란 개인의 실제 감정을 말한다. 이에 비해 연출된 감정displayed emotion이란 주변 사람들에게 해당 상황에 맞게 보이도록 요구하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연출된 감정은 원래의 감정이 아니라 학습된 감정이다. 새로운 미스 아메리카가 불리는 순간, 2등의 기쁜 표정은 패자가 자신의 슬픔을 숨기고 1등을 위해 기쁨을 표현해야 하는 연출 법칙displayed rule의 산물이다. 마찬가지로 장례식장에는 고인에 대한 상실감 여부에 관계없이 애도를 표해야 한다. 그리고 결혼식장에서는 축하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더라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S.P.Robbins 외 5인, 조직행동론, 피어슨에듀케이션 2014, p.118.).


  라운딩을 하는 경우에도 연출된 감정을 표현해야 할 경우가 자주 발생을 한다. 티샷이 잘 맞았을 때 ‘굿 샷good shot’ 잘 안 맞았을 때는 ‘낫 배드not bad’라고 하고, 상대방이 버디를 했을 때도 감지된 감정이 아니라 연출된 감정으로 하이파이브를 해주어야 하는 것도 감정을 잘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가짜 감정을 연출해 보이기 위해 진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필요하다. 피상적 연기surface acting는 내면의 느낌을 감추고 연출 법칙에 따라 감정 표출을 삼가는 것이다. 자신이 전혀 그렇게 하고 싶은 느낌이 없더라도 동반자에게 웃음을 보여주는 것은 피상적 연기를 한 것이다. 피상적 연기는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감추어야 하는 만큼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라운딩 중에 이러한 감정조절이 중요하다. 감정조절의 핵심은 개별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확인하고 이를 수정해 주는 데 있다. 감정을 변화시키는 전략으로는 보다 잘 맞은 샷 생각하기, 부정적인 생각 중단하기, 이야기 화제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경치 감상이나 셀카 찍기, 연습 샷에 몰두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라베lifetime best score 달성을 인식하는 순간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실수가 나와 기회를 놓치고 5년 2개월 만에 1타를 줄여 새로운 라베 74타를 기록하였다.


 ■ 대조 효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 


   감정과 관련하여 또 다른 한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홀 티샷은 이전 홀에서 스코어가 좋은 순으로 티샷을 하게 된다. 2021년부터 골프 규정이 개정되어 준비된 사람이 먼저 치더라도 별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가급적 이전 홀 스코어가 좋은 사람이 티샷을 하도록 한다. 각 홀에서 동반자 가운데 처음으로 티샷 하는 사람을 ‘아너honor’라고 한다. 아너는 “당신에게 먼저 치는 영광을 드리겠다”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You have the honors”를 줄여서 하는 의미라고 알고 있다.   

  이렇게 골프가 잘 치는 사람 순으로 진행이 되면 뒤에 치는 사람은 라운딩을 같이하는 팀에서 당연히 핸디캡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마지막에 칠수록 심리적인 부담을 가지게 된다. 사실 어떤 경우에는 티샷을 끝낸 동반자들이 모두 카트에 타고 혼자만 남아 티샷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심리적으로 대조 효과contrast effects가 나타나게 된다. 대조 효과란 먼저 잘 친 사람보다 잘 치지는 못해도 비슷하게는 쳐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생기는 것이다.


  대조 효과가 발생하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자. 회사 직원 채용 시 면접관이 다수의 피 면접 자를 대면하는 면접에서 어느 지원자에 대한 평가의 왜곡은 인터뷰 순서에서 지원자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그 지원자가 평범한 사람 다음으로 인터뷰를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우수하게 판단되거나 강한 인상을 주는 지원자 뒤에 인터뷰를 하면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대조 효과의 다른 예로 기업 조직에서 최고경영층에 보고를 할 경우,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에 누가 보고를 들어갔으며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를 미리 파악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앞선 보고나 미팅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면 긴급한 사안이 아니면 이어서 보고를 들어가는 것은 실익이 없을 수가 있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대조 효과 사례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7년 11월 2일 경북대학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바로 내 앞에서 강연을 한 사람이 개그맨이자 연예인인 ‘서경석’이었다. 당시 대기업 부장이던 나로서는 이름 하나만 보더라도 벌써 저명도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고, 강연 주제도 필자의 경우에는 아주 딱딱한 취업과 관련된 고민스러운 이야기였으니 그날 강연을 진행하는 데 있어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주의를 집중시키고자 굉장히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어제는 잘 맞았는데 오늘은 왜 안 맞지'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골프에서도 이전 라운딩에서 성적이 좋았는데 다음 라운딩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조 효과가 나타나서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게 된다. 프로골퍼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진영의 경우 2021년 11월 14일 LPGA 투어 펠리컨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중간합계 9언더파로 선두인 넬리 코르다Nelly Korda에 일곱 타 뒤진 공동 11위에 올랐다. 그날 인터뷰에서 고진영은 "지난 7개 대회에서 너무 잘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성적이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가지는 실망감이 다른 때보다 큰 것 같다.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몬스터짐 2021.11.14.).

  세계랭킹 1위를 향한 다툼이 넬리 코르다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 3라운드를 모두 마치고 타수를 더 줄일 수 있었는데 줄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든 것은 지난 4경기 대회 연속 우승으로 대조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감정이나 기분이 좋고 나쁨, 즉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특히 골프를 칠 때 부담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생각을 해보자. 


  ⑴ 개인 성격: 내성적이냐 외향적이냐. 동반자와 본인의 성격이 너무 차이가 나면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 특히 잡담 등 주변 소리에 민감한 경우가 있다.

  ⑵ 라운딩 목적: 우정, 친목, 비즈니스 등에 따라 라운딩에 임하는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 친한 친구와 부담 없는 라운딩이 보다 긍정적 기분을 가져온다.

  ⑶ 하루의 시간대: ‘아침형’ 혹은 ‘오후형’ 그리고 야간경기에 따라 컨디션이 다르고 느낌도 달라진다. 아침에는 미세근육이 덜 풀려서 샷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⑷ 날씨: 화창한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춥거나 혹은 더운 날 등에 따라 개인별 느끼는 감정과 기분이 달라진다. 특히 추운 날 여벌 옷 등  보온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⑸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고조되면 기분이 저하되어 부정적 감정을 갖는다, 티오프 직전에 긴박하게 처리할 일이 생기면 신경이 다른데 쓰여 공이 잘 맞지 않는다. 

  ⑹ 수면: 전날 숙면 여부는 다음 날 피곤함, 무력감을 동반하여 근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운딩이 예정되어있으면 전날 무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정관리를 잘하여야 한다.

  ⑺ 나이: 나이가 들수록 여러 가지 경험이 많아져서 부정적 감정은 줄고 긍정적 기분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다만 세대별 문화, 생각, 언어 등에서 격차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⑻ 성별: 동성끼리 치는 경우와 남녀 혼성으로 팀이 구성되어 치는 경우에 진행방법 차이와 언행 등에 있어서 전체적인 라운딩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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