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이 전부이다
기업의 경영이나 운동경기와 같이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포인트가 점점 앞쪽으로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100미터 달리기에서 승부처는 스타트라인에서 누가 얼마나 빨리 출발하느냐다. 다들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인 까닭에 뛰는 능력이 엇비슷해지다 보니 예전에는 막판 스퍼트가 승부처였는데 조금씩 앞으로 당겨진 결과 이제는 스타트라인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요즘 경기를 보면 스타트가 좋은 선수가 순위에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게 되다 보니 다시 승부처가 앞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타트 라인에 서기 전의 훈련강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된 우사인 볼트Usain Bolt조차 “죽을 것처럼 훈련한다”라고 토로할 정도이다.(서광원, 시작하라 그들처럼, 흐름출판 2011, pp.18-21.)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작부터 앞서가야 계속 앞서 갈 수 있기에 이러한 선제전략front loading innovation 필요하다. 초등학생의 선행학습이 좋은 사례일 수 있다. 미리 예습을 잘한 학생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선제전략은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최종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해지므로 초기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않아 시작에서 뒤처지면 계속해서 뒤처지고 그러다 보면 영원히 뒤처지게 된다는 것이다.
골프의 시작은 언제인가? 골프를 치겠다고 마음먹은 날인가?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연습장에 등록을 한 날인가? 나는 이 모든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골프의 시작은 실제 필드에 라운딩을 가는 첫날이 시작이라고 본다. 골프의 시작은 실전 라운딩으로 시작이 반이 아니라 전부이다. 그 이전까지는 초보자도 아니고 골프를 어떻게 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학생 신분인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학생 신분으로 처음 배우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골프는 처음 시작해서 일정기간 동안 기본적인 공 맞추기(일명 똑딱이)부터 한 달 내외 지루함을 주는 레슨이 많아서 이걸 잘 견뎌야 한다. 특히 주변에서 같이 레슨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일주일이나 보름 먼저 시작한 사람들은 벌써 진도가 많이 나간 것처럼 보여 본인은 더욱더 시간이 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지루한 시간을 견뎌 내지 못하며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나의 경우 32개월 군대 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를 이겨내지 못하면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견뎌냈기에 전역 후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에 잘 적응을 할 수가 있었다.
골프를 배우는 골린이(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 시절 어려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거나 기초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결과는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이를 고치려면 수십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영원히 고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품질관리에서 사용하는 품질 코스트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 '1:10:100'이라는 원칙이 있다.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에서 직원의 실수가 생산 전에 발생되면 수정 비용은 1이고, 내부 검사 단계에서는 10이지만, 고객에게 넘어가게 되면 교정 비용이 100이 든다는 것이다.(이순룡, 현대품질경영, 법문사 2012, p.440.) 처음에 올바르게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Do it right first time. 골프도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스윙 품질불량으로 인한 레버리지 효과로 나중에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100배에 해당하는 비용과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견뎌야 쓰임새가 생긴다’는 말을 명심하고 등록한 연습장에 열심히 다니면서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자세로 스윙 품질이 좋아지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 처음 시작하는 레슨
골프 시작하고 1년 동안 실력이 평생 간다는 말이 있다. 나의 경험으로는 골프 시작하여 레슨을 받는 3개월의 실력이 평생 간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이후 대부분 90대 이상의 타수에서 헤매며 보기플레이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처음 시작할 때 본인이 기초 레슨에 나태하게 대응하여 연습장 방문 횟수나 연습시간이 줄어들거나 아니면 레슨프로의 지도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골프 스윙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레슨을 통하여 스윙이 안정화될 때까지 일정한 기간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습장과 레슨프로의 선택이 중요하다.(김홍구, 골프란 무엇인가, 한국경제신문 2016, pp.57-61.)
먼저 배우는 장소인 연습장 선정은 본인이 다니기 편한 곳이 최고이다. 아무리 시설이 좋더라도 가는데 길 막히고 시간이 걸리면 가는 횟수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항상 악마가 ‘오늘 길도 막히는데 하루 쉬면 좋을 텐데’라고 속삭인다. 처음 왕성한 열의도 거리가 멀면 날씨나 교통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연습 장소는 집이나 사무실 인근 등 본인이 접근하기가 편리한 곳으로 정해야 한다.
사실 나의 경우도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는 집 앞 연습장에 처음 등록을 하였는데, 처음 3개월 동안 일주일에 세 번 레슨을 받으러 오라고 하였지만 야근과 회식 등 여러 가지 핑계로 한 번 나가기가 급급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좋은 레슨프로를 만나는 것이다. 처음에 좋은 분에게 지도를 잘 받으면 이것도 참 큰 복이다. 유명 프로와 계약을 해서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것보다는 이름은 크게 없어도 성실한 강사가 골프를 배우는 입문자 입장에서는 훨씬 낫다.
돌이켜보면 처음 나를 가르친 분이 들었으면 섭섭할지는 몰라도 잘 가르치지 못한 분으로 기억이 된다. 왜냐하면 내가 레슨을 받으러 가기가 싫었으니 말이다. 초보자가 알아듣도록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뭔 말인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든 용어로 빠르게 설명을 하니 귀속에 들어오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공을 잘 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국가대표선수 출신보다는 국가대표를 육성한 분을 찾아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근자에 인기가 있는 ‘임진한의 전국일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처음 입문한 사람에 대한 레슨이 왜 그래야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를 할 것이다.
캐나다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을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라고 하였다.(위키백과 2022.2.6.) 자기 효능감이 높을수록 성공할 능력에 대해서 더 큰 확신을 갖는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노력을 덜하거나 완전히 포기해 버릴 가능성이 많다. 레슨을 하는 분들은 배우는 사람이 자기 효능감이 낮아져 중도에 포기하는 마음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초보자의 경우 타이거 우즈Tiger Woods와 같은 뛰어난 골프 샷을 보아도 나는 저렇게 칠 수 있다는 확신이 증가할 수 없으나 나와 비슷하거나 약간 잘 치는 사람의 스윙은 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데 이것은 모델링을 통한 학습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레슨 프로는 단계별 수준에 적합한 언어와 설명 그리고 동작시범을 보여주어야 훈련을 받는 사람의 자기 효능감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각주) 종단연구: 동일한 연구대상을 오랜 기간 계속 추적하면서 관찰하는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