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선 온갖 기록 수집물이 가득하다. 전차표, 박물관 티켓,,, 반면
애인과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싸우기 시작했다.
"놀러와서까지 고생하며 하루에 이 만보씩 걸어다니는거야? 좀 쉬자."
"하루종일 호텔 수영장에서 시간 보낼 거면 여긴 왜 놀러온 거야?"
그리고 알게 됐다. 나는 '여행'을, 그는 '휴가'를 원했다는 걸.
우린 홍콩에 있었다. 중국과 영국의 모습을 반반 섞어놓은 도시의 풍경이 생경했다.
매캐한 공기와 소리를 내며 거리를 누비는 전차와 이층버스,
맛있는 음식 냄새가 흘러나오는 차찬텡과 그 사이에서 한데 섞여 국수를 먹는 이방인들,
높은 고층빌딩들과 대비되는 오래된 맨션들, 그리고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
저 안에는 어떤 사람이 지내고 있을까?
우린 홍콩에 있었다.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리버뷰 호텔은 낮이고 밤이고 분위기가 좋았다.
맛있는 호텔 조식과 1층에 입점한 유명한 미슐랭 식당들,
잠시 들린 마카오에서 카지노도 즐겨보고,
베네치아, 파리를 생각나게 하는 고급 호텔들을 바라보며 우리만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도 즐겨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즐기는 이 순간만큼은 일 생각도 사라진다.
휴가와 여행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행은 낯선 곳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휴가는 익숙한 곳에서 나를 품어준다.
여행에서는 호기심을 가지고 낯선 곳을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홍콩에는 왜 차찬텡이 있을까? 왜 이곳엔 거위요리가 많을까? 홍콩은 왜 아시아의 금융 거점일까? 홍콩 역사박물관에는 어떤 전시를 하고 있을가?
반면, 휴가는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찾음으로써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가 낯선 공간에서 스타벅스나 맥도날드를 발견할 때 반가운 것처럼 말이다.
여행은 수첩에 채워지는 기록이고, 휴가는 빈 페이지의 여백이다.
여행을 다니면 온갖 기록 수집물들이 가득해진다. 전차표, 박물관 티켓, 팜플렛, 식당 영수증...
휴가에선 오히려 머릿속에 가득한 기억들을 하나씩 지운다. 월급 걱정, 일 걱정, 승진 걱정...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개인의 해석에 따라 여행이 될 수도, 휴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경험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떠남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정표를 찍고 달리고 싶은가, 구름을 바라보며 멈추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