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속 돌멩이

by 김아라

학교가 끝난 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한바탕 뛰어 놀다 헤어졌다.


신발 주머니를 발로 툭툭 차며 집으로 향하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엄지 발가락이 가렵기 시작했다.


운동장 모래알 속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가 어느새 내 운동화 안으로 들어와 굴러다니고 있었다.


엄지 발가락에 밟히던 작은 돌 하나는 내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요리저리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새끼 발가락에서 느껴졌다 발뒤꿈치에서 느껴졌다가 또 어떨 때는 아예 안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못내 이 작은 돌멩이 하나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내 신경은 온통 발끝에 향해 있었다.


작은 돌멩이를 신경쓰다보니 어쩐지 내 걸음걸이조차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길에 주저 앉아 신발을 벗고 탈탈 털어 기어코 돌멩이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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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뒤에 어느 날 오랜만에 운동화 속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또 굴러들어왔다.


운동장을 누빈 적도, 흙바닥을 뒹군 적도 없다. 딱딱한 보도블럭과 오돌토돌한 아스팔트가 전부다.


어디서 굴러온 녀석인지 몰라도 신발 속 작은 알맹이는 또 다시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 시작했다.


길에 주저 앉아 신발을 벗고 탈탈 털어 돌멩이를 털어낼까 싶다가 그냥 집까지 함께 가기로 한다.


몇 분쯤 그렇게 걸었을까 운동화 속 돌멩이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별 대수려니 한다.



이 작은 돌멩이는 사람마다 가진 단점과 같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혹은 남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


예전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을 지독하게 싫어했었다.


쌍커풀이 없는 밋밋한 두 눈, 두 뺨 가능 수박시씨처럼 올라온 주근깨들


원체 셈에는 약해서 수학 시간에 곱셈이나 시간 계산을 할 때는 남몰래 손가락을 쓰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한 나의 단점조차도, 아니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한 것들도 나의 일부였다.


단지 나의 그러한 모습들을 내가 거슬려했던 것뿐이었다.


신발 속 돌멩이도 그런 것 같다. 사실 신발 속에서 돌멩이가 밟히면 그 순간에만 거슬릴 뿐 시간이 지나다보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지금의 나, 내가 거슬리게 여기던 나의 모습도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일텐데.


나는 언제쯤 내 신발 속 돌멩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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