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보카도는 쓸(bitter)거야!

by 김아라

01.

여행을 오면 왠지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을 시켜볼까 하는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때때로 그러한 사소하지만 용감한 시도는 ‘나’ 자신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가져와 주기도 한다. 배는 고프지만 그렇다고 막 허기지진 않았던 오후 12시. 제주도 종달리 마을 근처에 있는 식당을 검색하다 ‘릴로(L’ilot)’ 라는 이름의 프랑스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오픈 샌드위치 종류나 스프 따위를 팔았는데 메뉴판 그림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연어 파테 타르틴… 아보카도 토마토 타르틴… 바게트 비프 샌드위치…


괜히 메뉴 선정에 실패해 오늘 하루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가장 ‘무난’하고 실패 확률이 낮아 보이는 ‘비프 바게트 샌드위치’를 주문하려고 했다. 적어도 어떤 맛일지 상상이 가는 메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고민이 됐다. 그건 바로 새로움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만을 찾으려고 하는 아이러니한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이었다.

만약 이곳의 주력 메뉴가 아보카도면 어떡하지? 그렇지만 나는 아보카도를 썩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혹시 이곳의 아보카도 요리가 맛있는 건 아닐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결국 나는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시켰다. - 요리가 나왔고 나는 맛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포크질을 했고 입 안에 조심스레 넣었다.

크림치즈가 발라진 빵 위에 가지런히 올라간 아보카도, 그리고 새콤한 토마토와 달콤한 양파, 그리고 담백한 반숙 계란까지.

완벽한 조화였다. 아! 아보카도는 맛있는 음식이었구나. 나는 왜 지금까지 아보카도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02.

내가 아보카도를 처음 먹은 건 아마도 2017년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지낼 때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격인 독일의 마트 ‘레베(REWE)’에서 아마 10유로를 주고 아보카도를 잔뜩 사왔다. 아마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이 첫 번째 이유요, 유럽에 왔으니 이제 매일 유러피안처럼 아보카도로 샌드위치를 해먹고 싶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기숙사로 돌아와 부푼 기대를 안고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았다. 맛은 어떠했냐고? 글쎄.

치아에 부딪히는 아보카도의 생경한 식감, 씹을 때마다 퍼지는 쌉싸래한 맛, 삼킨 뒤에도 입안 가득 남는 텁텁함.

이 맛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아마 그 뒤로 아보카도라면 난 진저리를 쳤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만든 아보카도가 맛이 없었던 이유는 익지 않은 아보카도를 사왔기 때문이었을 거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아보카도에 대해 나쁜 감정이 생긴 나는 지금껏 아보카도라면 쳐다도 보지 않은 것이다.

첫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만약 나는 이번 여행이 아니었더라면, 익숙함만을 택하려고 했다며 아마 나는 평생 아보카도의 달콤한 맛을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 2021. 10. 07 제주 종달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