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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사람 Aug 06. 2024

그 공무원이 당신을 돕지 않는 이유-민원편

공무원이 당신을 도와주지 않는 이유

동사무소에 방문한 당신, 힘들게 서류를 구비를 해 왔는데, 응대하는 공무원은 서류 요건이 맞지 않는다며 다시 준비해 오라고 한다. 심지어 서류를 다시 발급받으려면 몇 분짜리 거리를 다시 갔다가 와야 한다.


융통성을 발휘해 조금만 배려해 주면 되는 것을, 그렇게나 빡빡하게 구니 눈앞의 공무원이 정말 야속해진다.


왜 공무원은 이렇게나 당신의 사정을 배려해주지 않는 걸까?


왜냐하면 한 사람에게만 배려를 해 주고, 특정인만 사정을 봐준다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고, 다른 민원인의 먹잇감이 되기도 쉽기 때문이다.


배식을 예로 들어 보자, 당신은 배식을 해야 하고, 100인분의 빵과 100명의 사람이 있다고 하자.


배식을 하던 중, 한 사람이 빵을 두 개를 달라고 아득바득 때를 쓴다.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다고 애원도 한다.


하지만 배식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사정이 어떻든 1개의 빵만을 줄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딱해서 빵을 두 개를 주는 순간, 나머지 사람들의 사정도 전부 봐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누군가는 빵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혹 누군가는 “저 사람은 빵 두 개 줬는데 왜 나는 하나만 줘요”라며 멱살을 잡을지도 모른다.


공무원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의 딱한 사정을 봐주기 시작하면 나머지 모든 사람의 사정을 다 봐주어야 한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 본부에 빵을 더 요청해서 받으면 되지 않냐고.


글쎄다. 전화 한 통에 그걸 해결할 수 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적극행정과 징계는 종이 한 장 차이-감사 편

https://brunch.co.kr/@8175b7bc63fe4a5/54


에서 지적했듯, 절차와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은 일처리는 항상 의회, 감사원, 감사 부서 등의 먹잇감이 된다. 그리고 예산이나 인력을 받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그리고, 공무원의 입장에서 그렇게 절차와 규정을 어겨가며 일해 사람들을 돕거나, 절차과 규정을 지켜가며 업무를 처리하거나, 받는 돈은 똑같다.


결국 사명감에 의존하여 일을 하라는 것인데, 그것도 결국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그냥 시니컬한 공무원 하나만 남을 뿐이다.


https://brunch.co.kr/magazine/yul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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