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사람 Aug 06. 2024

고려대 출신 공무원 K가 사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

무엇이 그를 의원면직으로 이끌었나

*아래 내용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K 씨는 소위 말하는 SKY라 불리는 대학 중 하나를 졸업했다. 그리고 2년의 치열한 수험 기간을 거쳐 꽤 경쟁력 있는 중앙 부처의 7급 공무원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공무원 K 씨가 처음 부서로 발령을 받고 맡은 일은 바로 ‘출입등록’ 업무였다.


업무는 간단했다. 그냥 들어오는 방문객들의 정보를 받아, 그것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업무였다.


일주일 정도는 새로운 사람에 적응하느라, 부서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2주 차, 그런 생각이 든다. “겨우 내가 이거 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민원전화가 온다. 민원인은 시보(수습) 공무원이든 그냥 공무원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부서의 일도 아닌 것으로 불같이 화를 내며 따지기 시작한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불편하니 도로를 내 달라나 뭐라나. 민원인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며 계속 전화를 끊지 않는다. 시보(수습) 공무원은 민원을 상대해 본 적이 없기에 30분이고 40분이고 어쩔 줄 몰라하며 “죄송합니다”만을 연발한다.


그러다가 결국 전화를 끊게 되니,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이러려고 내가 공무원 했나” 처음으로 공무원 한 것이 후회가 된다.


이러쿵저러쿵 한 달이 지난다. 드디어 월급날이다. 7급 공무원은 얼마를 받을까? 두근거리는 마음도 잠시, 월급명세서의 앞자리 숫자가 2로 시작한다. 200이 겨우 넘는 금액, 이걸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러던 중, 옆 자리 사람 C의 월급 명세서를 본다. C 씨의 나이는 50대, 6급 공무원이다. 월급은 세후 500이 넘는다. 일은 하지도 않는 사람이 월급이 저렇게 많다고? 이건 불공평하다. 매일 자리에 앉아 일 없이 글귀집 필사나 하던 사람이 내 월급의 두 배를 가져가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C 씨는 전환직 공무원이다. 전환직 공무원이란, 쉽게 말해, 시험을 보지 않고, 공무원이 된 사람을 말한다. K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내가 더 힘들게 들어왔고, 일도 내가 더 많이 하고, 근무 시간도 내가 더 길다. 그런데 왜?


전환직 공무원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일을 할 줄도 몰라 자신에게 업무를 전부 넘기기만 하는 사람이 내 월급의 두 배 이상을 가져가다니.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 제대로 보상을 받고있지 못한다는 생각에 C 씨는 일하기도 싫고, 조직에 대한 애정도 식는다.


상사는 K 씨가 고려대 출신이라는 것을 항상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 업무는 고려대 출신 K 씨가 진행해 주면 좋겠어”라는 말과 함께 업무를 준다.


그런데 이상하다. 업무를 죽어라 처리해도, 돈을 더 주지도, 보람이 있지도 않다. 이미 보람 따위는 민원처리를 하며 빼앗겨버린 지 오래이다.


K 씨는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든다.


“나 취업사기 당했구나”


https://brunch.co.kr/magazine/yuldiary


이전 06화 ‘김선태 주무관’이 미움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