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은 후회하고 있을까?
나는 김선태 주무관이 좋다.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돌연변이 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공직에서 그런 돌연변이 개체는 싹이 보일 때 제거당하기 마련이다. 공직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
“야 쟤 상태 좀 이상한 것 같다. 쟤 내보내라”
식으로 상사가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다음 인사에서는 업무에서 배제당하고, 유배를 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보통의 시나리오이다.
김선태 주무관은, 본인이 옳다고 믿는 업무 처리 방식과, 결과물을 위해, 상사 결재를 사실상 건너뛰고, 유튜브에 본인이 만든 영상을 혼자만의 판단으로 업로드했다.
이것이 어떤 의미냐면, 내가 속한 기관에서 그런 식으로 업무 처리를 하게 되면, 바로 징계를 받는 수준이다. 그 결과물로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은 관리자급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결과가 잘 나오더라도 “왜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저질렀어”와 같은 질책이 따라올 것이다. 공무원 조직이 그렇다. 그들은 ‘예상 가능한 결과’를 좋아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선태 주무관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용인해 준 충주시장님이 더 대단하다고 본다. 보통 그렇게 상사 결재를 건너뛰거나, 본인 마음대로 행동하면 매장당한다.
같은 공무원의 시선으로 봤을 때, 김선태 주무관도 조직에서 어느 정도 미움도 받았을 것이라 본다.
어떤 조직이던 마찬가지겠지만, 공무원 조직에서 한 명이 폭발적인 성과를 내게 되면, 폭발적인 견제를 받게 된다. 비교되기 때문이다. 사기업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공무원 조직인 유독 심하다.
심지어 전임자가 있는 업무였다? 그러면 전임자의 질투와 미움까지도 따라온다. 전임자는 5만큼 했는데, 지금 업무를 하는 사람은 500만큼의 성과를 낸다면? 당연히 전임자에게는 ‘무능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오게 된다. 그러면 전임자는 자기 업무를 이어받은 사람을 미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사람이 그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면? 머리가 아플 것이다. 동료 입장에서도, 상사 입장에서도.
나도 한 때 ‘스페셜리스트’로 살았던 적이 있다. 상사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상사는 어떤 자리에도 날 같이 데리고 다녔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짜서 업무를 단축시키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5개월 간, 동료들로부터 지독한 괴롭힘에 시달렸다.
어떤 동료가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보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러면 저도 똑같이 해야 하잖아요”
라고 굳은 표정을 한 채,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해 낸 것도 문제가 되었다.
사실 내가 발견했던 부분은, 동료들이 한 번씩 검토를 하고, 상사도 한번 보았던 부분에서의 실수를 잡아낸 것이었다.
그 뒤로, 무슨 일을 하던지, 나에게 방해와 견제가 뒤따라왔다.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시절의 나는 아마 억울했었던 것 같다. 주어진 일을 그저 열심히 처리했을 뿐인데, 눈떠보니 죽일 놈이 되어 있었다.
그냥 일만 하고 사는 게, 내 소원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주변을 돌아봤으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20대 중반의 어린 친구가 그런 처신을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그 시절을 돌아보면, 부서장과 중간관리자의 절대적인 신임은 받았지만, 그 외의 모든 사람에게 배척당했던 것 같다.
다만 모난 돌도, 그렇게 부딪쳐가면서 동글동글 깎이는 것이라고, 그렇게 동골동골하게 변해온 것 같다.
‘적극적인 공무원’은 나올 수 없다. 나와도 어느 순간 매장당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다만 ‘김선태 신드롬’이 계속되는 이유는, 김선태 주무관이 제거할 수 없을 정도로 체급이 커져 버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가끔 김선태 주무관에게 묻고 싶다.
지금 후회하고 계신가요?
https://brunch.co.kr/magazine/yul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