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은 없고, 열심히 하면 일만 쌓이는 기형적 조직
공무원은 일 잘할 필요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사회주의가 망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사상만 아름다웠던 이 철학은 결국 현실의 벽에 막혀 망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더 열심히 하는데 돌아오는 보상이 같다면 어떤 바보가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공무원 조직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국 돌아오는 보상은 일 안 하는 옆 사람의 보상과 같다. 공무원은 일 잘한다고, 많이 한다고 해서 월급이 오르거나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일을 더 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해서 승진을 빨리 시켜주냐고? 그건 아니다. 대통령 정도가 언급할 정도의 실적, 그러니깐 김선태 주무관 정도의 실적을 내면, 1계급 정도 승진을 시켜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연공서열에 맞지 않는 (파격인 줄도 모르는) 파격 인사를 내면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될 것임은 이미 김선태 주무관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도 “1계급 특진을 했지만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라고 밝히지 않았는가.
공무원은 일을 잘해도 문제이다. 일을 열심히 능력 있게 빠르게 하면, 상사는 일 잘하는 사람을 한가한 사람으로 본다. 그럼 상사는 또 한가해 보이는 사람에게 일을 준다. 결국 일을 잘하면 잘할수록 일만 쌓인다.
그래서 영리한 사람은 보통, 일을 간신히 쳐내는 듯한 이미지를 고수하려 한다. 그리고 그 편이 더 성실해 보이기 때문에 근무평가도 중간 이상이 나온다.
공무원 사회는 보상 또한 명확하지 않다.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더라도, 결국 승진은 연공서열에 따라 하거나 혹은 권력(높은 사람)과 가까운 사람의 차지가 된다. 또는 내가 한 일이, 다른 사람이 한 일로 포장될 수도 있다. 협조와 협업이 많은 공무원 사회에서는 숟가락 얹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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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개인에게 이롭겠는가? 극단적으로 본인의 일을 줄여나가야 한다. 업무 분장을 할 때, 펑펑 울면서 일을 못한다고 하거나, 힘든 부서로 발령을 내면 휴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니면 힘든 부서로 보내면 휴직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을 하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 유효한 전략이다.
또한 일을 잘하더라도, 일 잘하는 것을 알려서는 안 된다. 상사 입장에서는 일 안 하는 사람에게 업무를 주려 하지 않는다. 업무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일 많은 사람에게 일을 더 주어서 처리하는 편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승진은 각종 법규나 사례를 들어 잘 챙겨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 하지 않는 사람은 보통 불평불만이 많고, 정치력이 좋은 경우가 많아, 다른 부서에서는 그 사람이 혼자서 일을 다 하는 줄 아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일 하는 사람의 속만 터질 뿐이다.
결국, 대부분의 공무원은, 열심히 일하거나 대충 일하거나 받는 돈은 똑같고, 정년은 보장되어 있기에, 결국 일할 동력을 잃는 경우가 다반수이다. 그렇게 또 시니컬한 공무원 하나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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