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아침의 사유

부활절

by 김희곤

해마다 부활절 새벽,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무덤 앞에 멈춘다. 부활을 찬란한 빛과 눈부신 반전으로만 여겼으나, 그것은 대낮에 시작되지 않았다. 슬픔이 가시고 세상이 제자리를 찾은 뒤의 일도 아니었다. 부활은 여전히 어두울 때 시작되었다.


그 새벽의 어둠 속에서 내 안의 무덤을 본다. 낡은 상처와 용서 못한 기억, 나이와 함께 깊어진 두려움과 체념이 그곳에 있다. 겉은 평온하나 안으로 식어가는 열정, 희망을 말하면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내 깊은 무덤이다.


성경 속 제자들은 모든 것을 이해해서 믿은 게 아니다. 텅 빈 자리를 마주하고서야 겨우 믿음의 문턱에 섰다. 부활은 이해의 완성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감행하는 작은 방향 전환이다.


묻는다. 나는 무엇에 묶여 있는가. 젊을 때는 세상의 벽이 나를 가두었다고 믿었으나, 정작 나를 가둔 것은 내 안의 완고함이었다. 부활은 닫힌 무덤이 열리는 사건을 넘어, 스스로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을 푸는 일이어야 한다.


거창한 기적보다 작은 변화를 믿고 싶다. 미루던 용서를 앞당기고, 끝났다고 단정했던 글쓰기를 다시 붙드는 일이다. 부활은 사후의 교리가 아니라 오늘 다시 살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부활은 절망이 끝난 뒤의 보상이 아니다. 절망이 여전함에도 다시 일어설 근거를 얻는 힘이다. 그 미완 속에서도 다시 사랑하고 믿을 수 있다면, 부활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올해 부활절, 내 안의 어둠에 묻는다. 여전히 무덤 앞에 서 있을 것인가, 돌아서서 다시 걸을 것인가. 아직 모든 것이 명징하지 않아도 대답하려 한다. 다시 살겠노라고. 그것이 이 아침에 얻는 가장 단단한 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