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의 기술
실전의 승부는 칼끝에서만 갈리지 않는다. 눈이 거리를 재고, 발이 박자를 치며, 담(膽)이 버티고, 힘(力)이 마지막 한 치를 밀어 넣는다. 글쓰기도 전신(全身)의 감각으로 하는 일이다. 붓끝의 기교 이전에 자세의 문제다.
1. 一眼(일안): 거리의 감각
글쓰기의 첫째는 보는 힘이다. 시력이 아니라 거리를 재는 능력이다. 너무 멀면 개념만 남고, 너무 가까우면 감정의 습기만 찬다. 넋두리가 되지 않는 사랑, 구호가 되지 않는 시대. 그 미묘한 간격이 一眼에서 나온다. 남들이 못 본 것을 보기보다, 보았으나 그냥 지나친 것을 끝내 붙드는 시선이다. 눈이 맑으면 문장은 낮고 정확해진다.
2. 二足(이족): 보행의 리듬
눈이 거리를 재면 발은 박자를 만든다. 문장은 걸어야 하고, 글 전체는 독자를 데려갈 보행감(步行感)을 가져야 한다. 좋은 글은 잘 달리는 글이 아니라 잘 걷는 글이다. 멈춤과 돌아섬, 가속의 지점을 아는 힘이다. 짧은 문장은 번뜩이고 긴 문장은 팽팽해야 한다. 리듬이 살아 있는 글은 논리 이전에 걸음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3. 三膽(삼담): 버티는 배짱
글에 필요한 것은 재능보다 담력이다. 안전한 타인의 사유 뒤로 숨지 않는 배짱이다. 자기 안의 생경한 진실, 부끄러운 약점, 논리의 빈틈까지 마주해야 한다. 담력 없는 글은 핵심 직전에서 인용(引用) 뒤로 슬그머니 물러난다. 아끼는 문장을 도려내고 멋 부린 비유를 버리는 냉정함 또한 담력이다.
4. 四力(사력): 마침표의 책임
눈과 발과 담력이 갖춰져도 마지막을 밀어붙이는 힘이 없으면 글은 미완이다. 사력은 완력이 아니라 사유의 지속력이다. 첫 문장의 망설임을 깨고 중간의 처짐을 돌파하며 흩어지는 결말을 하나로 묶는 악력(握力)이다. 끝을 맺지 못하는 글은 제 사유를 책임지지 못한 글이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을 단련하는 일이다. 눈이 흐리면 허세가 늘고, 발이 꼬이면 문장이 넘어진다. 담이 약하면 변죽만 울리고, 힘이 모자라면 숨이 찬다. 한 편의 글은 머리가 아니라 눈과 발과 간(肝)과 힘줄이 함께 써낸 흔적이다. 글의 고수는 말을 꾸미는 자가 아니라 제 문장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다.
덧: 양선규 교수님의 검도술 一眼·二足·三膽·四力을 글쓰기에 적용해 본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