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GS25 앞, 젊은 알바 하나가 가게 밖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무심히 지나칠 장면이었으나 나는 걸음을 늦췄다. 저 나이에 무엇이 그리 고단할까. 사람은 힘이 남을 때는 하늘을 보지만, 버티는 하루가 길어질수록 자꾸만 땅을 본다. 쪼그려 앉은 자세는 몸의 모양이 아니라, 삶의 무게가 잠시 내려앉은 형상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청춘에게 반짝이는 미래를 말하지만, 정작 오늘 하루를 견디는 일은 그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다르지 않다. 칠십이 넘은 지금도 취직이 안 돼 애를 먹는 꿈을 꾼다. 깨어나면 한숨이 먼저 나오고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나이 든다고 두려움이 끝나는 것도, 세월이 쌓인다고 불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젊은 네가 힘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네가 약해서도 아니다. 살아낸다는 것은 원래,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버거운 일이다.
다만 오래 살아보니 한 가지는 말할 수 있겠다. 지금 네가 서 있는 자리가 편의점 앞 찬 바닥일지라도, 그것이 네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오늘의 피로가 내일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다. 잠시 웅크렸다고 해서 평생 고개 숙이고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질기고, 청춘은 스스로 믿는 것보다 훨씬 멀리 간다.
꽃길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울고 참고 견디며 걷다가, 어느 날 뒤돌아보니 거기가 꽃길이 되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너무 일찍 자신을 가엾게 여기지 마라.
가까스로 오늘을 버티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흔들리는 것은 네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조금만 더 들어라. 봄은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라, 버틴 사람의 마음속에서 먼저 피어난다. 네가 끝내 너 자신을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면, 그 길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그림: 코파일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