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노하우

프롬프트 잘 쓰는 법

by 김희곤

프롬프트는 “말을 예쁘게 거는 기술”이 아니라 “모델이 오해할 여지를 줄이는 작업 명세서”입니다.


임베딩(embedding)과 LLM의 작동을 전제로 보면, 모델은 당신 머릿속 의도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입력된 단어들의 패턴, 관계, 맥락을 바탕으로 가장 그럴듯한 출력을 구성합니다. 그래서 좋은 프롬프트의 본질은 화려한 표현이 아니라, 모호성을 줄이고 목표·맥락·형식·판정 기준을 분명히 주는 데 있습니다. OpenAI의 공식 가이드도 같은 점을 강조합니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쓰고, 필요한 맥락을 제공하고, 원하는 출력 형식을 지정하며, 예시를 주고, 반복적으로 다듬으라고 권합니다.


1. 첫 원칙: “무엇을”보다 “어떻게 끝나야 하는가”를 먼저 써라


나쁜 프롬프트는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이 글 좀 잘 써 줘.”

이건 작업이 아니라 소망입니다.


좋은 프롬프트는 종료 조건이 있습니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800자 내외로 요약하되, 핵심 주장 3개를 번호로 제시하고, 마지막에 한 문장으로 결론을 붙여라.”


모델은 추상적 칭찬어보다 관찰 가능한 조건에 훨씬 잘 반응합니다. “깊이 있게”, “품위 있게”, “좋게” 같은 말은 사람에게도 모호합니다. 대신 길이, 독자 수준, 문체, 포함 요소, 제외 요소를 써야 합니다. 공식 가이드 역시 구체성과 형식 지정이 결과 품질을 높인다고 안내합니다.


2. 둘째 원칙: 배경보다 과업을 먼저 줘라


사람들은 종종 배경 설명을 길게 늘어놓고 정작 과업은 끝에 한 줄 붙입니다. 그럼 모델은 무엇이 핵심인지 흐리게 잡습니다.


순서는 이렇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 과업: 무엇을 할지

• 맥락: 왜 하는지

• 조건: 형식, 길이, 금지사항

• 기준: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


예문:

“아래 글을 신문 칼럼용으로 재작성하라.

독자는 일반 성인 독자다.

분량은 1,200자 내외.

문체는 단정한 평론체.

핵심 논지는 유지하되 반복 표현은 줄이고, 첫 문장은 강하게 시작하라.

과장과 추측은 금지한다.”


이 구조는 모델이 우선순위를 잡는 데 유리합니다. OpenAI 문서도 지시와 맥락을 분리하고, 형식과 예시를 명시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3. 셋째 원칙: 형용사 대신 판정 기준을 써라


이게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입니다.


예를 들어

“품위 있게 써 줘”

보다

“감탄사·구어체·상투적 수사를 빼고, 단문과 중문을 섞되 마지막 문장은 단정적으로 끝내라”

가 훨씬 강합니다.


즉, 스타일을 감각어로 던지지 말고, 관찰 가능한 규칙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 “자연스럽게” 번역투 표현 금지, 주어 중복 최소화

• “학술적으로” 주장-근거-한계 순서 유지, 가치판단 최소화

• “문예지답게” 비유는 허용하되 논리축은 흐리지 말 것

• “짧게” 5문장 이내, 문장당 25자 내외


모델은 당신의 취향을 추측하지 못합니다. 평가 기준을 글자 수와 구조와 금지 규칙으로 내려줘야 합니다.


4. 넷째 원칙: 원하는 출력 형식을 먼저 고정하라


많은 실패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 불일치에서 옵니다. 그래서 프롬프트에는 결과물의 그릇을 먼저 박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

“다음 형식으로 답하라.

1. 핵심 주장 3개

2. 숨은 전제 2개

3. 가장 강한 반론 1개

4. 200자 결론”


또는


“표로 쓰지 말고 서술형 4문단으로만 작성하라.”


OpenAI 가이드도 원하는 출력 형식을 명시하면 더 일관된 응답을 얻기 쉽다고 설명합니다.


5. 다섯째 원칙: 한 번에 한 층위의 일만 시켜라


초보 프롬프트는 한 문장에 일을 7개 넣습니다.

요약도 하고, 비판도 하고, 번역도 하고, 문체도 바꾸고, 표도 만들라고 합니다.


이러면 모델은 타협적 평균값을 냅니다.


좋은 방법은 단계 분리입니다.

• 1단계: 핵심 논지 추출

• 2단계: 논리 구조 점검

• 3단계: 독자 수준에 맞춰 재서술

• 4단계: 문체 윤문


OpenAI의 프롬프트 가이드 역시 복잡한 작업은 더 작은 단계로 나누고, 예시와 함께 점진적으로 다듬는 방식을 권합니다.


6. 여섯째 원칙: 예시는 설명보다 강하다


“이런 느낌”이라고 길게 말하는 것보다, 짧은 예시 1개가 더 강력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

“다음 문장처럼 써라.

예시: ‘문제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설명하는 언어의 빈곤에 있다.’

이 톤을 유지하되 내용은 아래 자료에 맞게 새로 작성하라.”


공식 문서도 few-shot example, 즉 짧은 예시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안내합니다.


7. 일곱째 원칙: 금지사항을 써라


좋은 프롬프트는 해야 할 일만 쓰지 않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씁니다.


예:

• 추측 금지

• 없는 인용문 생성 금지

• 과장된 수사 금지

• 표 사용 금지

• 소제목 금지

• 한자 병기 필수

• 별표 강조 금지


이 금지 조건은 품질을 크게 좌우합니다. 왜냐하면 모델은 가능한 후보 중 하나를 고르기 때문에, 배제 조건이 없으면 흔한 패턴으로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명시적 제약은 출력 범위를 줄여 줍니다.


8. 여덟째 원칙: 좋은 프롬프트는 대개 “역할”보다 “기준”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너는 세계 최고의 작가야”

같은 역할 부여에 집착합니다.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역할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네 가지입니다.

• 독자

• 목적

• 형식

• 평가 기준


“너는 고전 평론가다”

보다

“고전 교양지 독자를 대상으로, 한자 병기를 유지하고, 문예평론체로 1,500자 서술하되, 논지의 비약이 없도록 써라”

가 훨씬 강합니다. OpenAI의 ChatGPT 가이드도 톤이나 역할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품질은 구체적 지시와 맥락 제공이 좌우됩니다.


9. 아홉째 원칙: 한 번에 완벽한 프롬프트를 쓰려 하지 말고, 2차 수정 프롬프트를 써라


좋은 사용자는 첫 프롬프트로 끝내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 번째 프롬프트를 잘 씁니다.


예:

“방금 답변에서 논리 비약이 있는 문장 3개만 찾아라.”

“주장의 반복을 줄이고 문단 간 연결을 강화하라.”

“팩트와 해석을 분리하여 다시 써라.”

“비유를 30% 줄이고 논증을 30% 늘려라.”


OpenAI도 프롬프트 작성은 반복적 정제 과정이라고 명시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는 태도보다, 결과를 보고 정교하게 재지시하는 태도가 낫습니다.


실전용 만능 프롬프트 틀


아래 틀을 그대로 써도 됩니다.


“다음 과업을 수행하라.

과업: [무엇을 할지]

목적: [왜 필요한지]

독자: [누가 읽는지]

맥락: [배경 정보]

형식: [서술형/목록/표/문단 수]

분량: [글자 수/문장 수]

문체: [학술체/평론체/구어체 등]

반드시 포함: [핵심 요소]

반드시 제외: [금지 요소]

평가 기준: [좋은 답의 조건]

출력 형식: [번호, 소제목, 결론 방식 등]”


글쓰기와 비평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이 틀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예시 1: 논문용


“다음 문단을 박사논문 문체로 재작성하라.

목적은 선행연구 검토 문단에 삽입하는 것이다.

독자는 역사학 전공 심사위원이다.

분량은 700자 내외.

문체는 건조하고 객관적으로.

반드시 포함: 연구 쟁점, 기존 견해 2개, 본고의 차별점 1개.

반드시 제외: 감탄, 추측, 수사적 표현.

각 문장은 근거 중심으로 쓰고, 마지막 문장은 본고의 문제의식으로 닫아라.”


예시 2: 고전 해설용


“다음 구절 해설을 일반 독자용 칼럼으로 써라.

독자는 고전 비전공 성인이다.

한자 병기는 첫 등장에만 하라.

분량은 1,200자.

비유는 허용하되 핵심 개념 설명을 먼저 제시하라.

마지막 문단에서는 오늘의 삶과 연결하되 도덕적 훈계조는 피하라.”


예시 3: 혹독한 검토용


“다음 글을 칭찬하지 말고 논리적 약점만 점검하라.

1. 숨은 전제

2. 비약

3. 반론 가능 지점

4. 증거 부족 문장

의 순서로 답하라.

각 항목마다 왜 취약한지 한 줄 설명을 붙여라.”


마지막으로, 프롬프트에서 가장 치명적인 오해 하나


많은 사람은 “프롬프트를 잘 쓰면 모델이 더 똑똑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프롬프트는 모델의 지능을 올리는 기술이 아니라, 당신의 요구를 더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즉 좋은 프롬프트의 본질은 문장 미학이 아니라 사고 정리입니다. 프롬프트를 잘 쓰려면 AI를 먼저 공부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판정 가능한 언어로 말하는 훈련부터 해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가깝고도 어려운 사제(師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