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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산실 금속공예가 Apr 05. 2024

3. 행복한 별일 없던 시절 (20대)

학원에서 배운 소묘 패턴 디자인 밖에 몰랐던 나는 금속공예과에서 입체 작품을 접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군 입대 전까지 작도와 톱질과 같은 기초 기술을 배우며 기본기를 다졌다. 당시에는 적성에 맞는다고 착각을 하였고 평생 금속공예를 할 줄 알았다.


과의 분위기는 편안했다. 남학생이 10명 정도로 적었고, 작업실에서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특별한 시기에 만났기에 지금까지 편안한 모임을 가지고 있다.


1~2학년은 별생각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냈다. 그리고 2학년을 마치면서 군대에 가게 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취업 또는 유학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군 전역 후 바로 복학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컴퓨터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이것이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되었다.


같이 컴퓨터 학원을 다닌 친구는 같은 고등학교 다녔고 군대도 비슷한 시기에 다녀왔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였다. 포토샵, 플래시, HTML로 디자인하는 것을 배운다고 해서 같이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친구와 같이 복습하고 집중해서 수업을 듣다 보니 태도를 많이 배우게 되었다. 금속공예과에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컴퓨터 실기 수업이 낯설었다.


컴퓨터 학원의 수업 중에는 현재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없어진 웹 기술인 플래시 수업도 들었다. 홈페이지 디자인을 풍부하게 만드는 모션 그래픽을 사용하기 위해 배운 것이었지만, 플래시로 액션스크립트를 사용하여 게임을 만들고 내가 짠 명령어로 이벤트를 실행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난이도는 스크래치에서 파이썬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였고 툴은 좀 더 복잡했다.


2개월 간의 학원 코스를 마칠 때쯤 홈페이지 하나를 완성하였다. 홈페이지 복학하기 전 잠깐 취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전역을 애매하게 하여 한 학기 쉬고 복학해야 했다. 학원비도 벌고 남는 시간 경험도 쌓자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지원서를 넣었다.


다행히 단기간 인력이 필요했던 곳이 있어 일하게 되었다. 온라인 교육용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였는데 마감 기간이 급하였던 회사였다. 여기서 교육공학자, 프로그래머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이들이 기획한 것을 플래시와 HTML로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때 사람마다 생각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알았다. 관심사도, 일의 방식도 모두 달랐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월급이 낮았지만 그만큼 많은 기술을 습득했다. 당시에는 온라인 교육 시장과 플랫폼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 또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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