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민을 마치고 이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여름이었다.
강진.
유배지.
정약용이 좁은 방에 앉아 있었다.
사의재(四宜齋).
생각, 용모, 언어, 행동을 바르게 하겠다는
다짐으로 지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람들의 냉대.
고독.
절망.
한양의 화려했던 시절.
정권의 중심.
개혁의 꿈.
한순간에 무너졌다.
남은 것이라곤
좁은 방.
더위.
그리고.
앵앵거리는 파리 떼.
파리들은 끊임없이 날았다.
쫓아도,
쫓아도 다시 왔다.
정약용이 한참을 바라보다
붓을 들었다.
'파리를 조문하는 글'
弔蠅文(조승문).
"너희들은 누구인가?"
정약용이 파리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굶주려 죽은 백성의
원혼이 변한 것이다."
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앵앵거릴 뿐.
정약용은 탄식했다.
"산 사람의 피를 빠는 저 탐관오리들보다,
죽은 자의 살을 파먹는 너희가
차라리 낫구나."
정약용의 손이 떨렸다.
파리가 아니었다.
백성이었다.
굶어 죽은 백성.
착취당한 백성.
원혼이 된 백성.
"내가 관직에 있을 때."
정약용이 중얼거렸다.
"나는 무엇을 했는가."
개혁을 꿈꿨다.
제도를 바꾸려 했다.
하지만.
진짜 백성을 만났는가.
그들의 배고픔을 느꼈는가.
아니었다.
궁궐에서.
화려한 말로.
개혁을 논했을 뿐.
파리가 다시 앵앵거렸다.
"미안하다."
정약용이 말했다.
"너희의 원한을 알지 못했다."
"이제야 안다."
붓끝이 움직였다.
파리를 위한 제문(祭文).
백성을 위한 애도.
이것이 시작이었다.
18년의 유배.
고통 속에서.
정약용은 썼다.
목민심서.
백성을 위한 책.
원혼을 달래는 정치를 위한 책.
파리의 원혼이 그에게 가르쳤다.
진짜 목민관은.
궁궐이 아니라.
백성 곁에 있어야 한다고.
화려한 말이 아니라.
그들의 배고픔을 알아야 한다고.
AI 시대.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화려한 컨퍼런스장?
멋진 사무실?
아니면.
당신의 AI가 소외시킨.
그 사람들 곁?
당신의 AI 서비스.
누군가를 침묵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알고리즘에서 배제된 사람.
데이터에서 지워진 사람.
기술이 닿지 않는 곳의 사람.
파리의 원혼.
그들의 울음.
그들의 빈자리.
당신에게는 들리는가.
애민(愛民).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헤아리는 마음이다.
정약용은 파리에게서 배웠다.
당신은 어디서 배우는가.
애민을 마쳤다.
이제 다음으로 간다.
목민관이 백성을 사랑하려 해도,
그 뜻을 실행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전(吏典).
아전들을 다루는 법.
하지만 잊지 마라.
진짜 상관(上官)은
높은 곳에 있지 않다.
낮은 곳.
소외된 곳.
목소리 없는 사람들.
그들이 진짜 상관이다.
정약용이라면 물을 것이다.
"당신은 파리의 원혼을
조문할 준비가 되었는가?"
[월요일에 계속]
목민심서 제5부 - 이전(吏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