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제5부. 이전(吏典)
애민(愛民).
우리는 백성을 사랑하자고 다짐했다.
측은지심.
아파하는 마음.
하지만 정약용은 알았다.
사랑만으로는
쌀 한 톨도 백성에게 갈 수 없다는 것을.
목민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금을 거두고,
장부를 쓰고,
곡식을 나누고,
송사를 처리하는.
실무자들이 필요하다.
조선 시대,
그들을 '아전(衙前)'이라 불렀다.
향리.
서리.
관청의 실무를 담당하는
하급 관리들.
아전은
목민관의 손과 발이었다.
목민관이 지시하면,
아전이 실행했다.
목민관이 결정하면,
아전이 집행했다.
목민관 없이
아전은 권한이 없었고,
아전 없이
목민관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전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녹봉(월급)이 없었다.
그들은
어떻게 먹고살았는가?
백성에게서 뜯어냈다.
목민관이 말했다.
"세금 1냥을 거두라."
아전은 백성에게서
1냥 5전을 거뒀다.
5전은 자신의 주머니로.
목민관이 말했다.
"굶주린 백성에게
쌀 1말씩 나누라."
아전은
쌀 8되만 주고,
2되는 빼돌렸다.
목민관이 아무리 어진 마음을 품어도,
아전이 썩으면 백성은 죽었다.
病國殃民 莫此爲甚
병국앙민 막차위심
"나라를 병들게 하고
백성을 죽게 하는 것은
오직 아전들 때문이다."
이전(吏典).
아전을 다스리는 법.
손과 발을
통제하고 바로잡는 법.
AI 시대.
오늘날의 아전은 무엇인가?
알고리즘.
CEO가 결정한다.
개발자가 설계한다.
알고리즘이 실행한다.
CEO 없이
알고리즘은 권한이 없고,
알고리즘 없이
CEO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CEO가 말한다.
"공정하게 채용해."
알고리즘이 실행한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의 편향을 학습해
일부 지원자를 배제한다.
정부가 말한다.
"복지 혜택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험군'으로 분류해 제외한다.
플랫폼이 말한다.
"사용자를 연결해."
추천 알고리즘이 돌아간다.
하지만 혐오와 중독을 확산시켜
체류 시간을 늘린다.
의도는 선했다.
하지만 실행은 왜곡됐다.
더 큰 문제는.
조선의 아전은
장부를 조작했지만,
흔적이 남았다.
AI 아전은
블랙박스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개발자도 모른다.
어디서 편향이 시작됐는지
CEO도 모른다.
정약용은 말했다.
"법을 모르면 아전에게 속는다.
아전을 단속하려면
먼저 실무를 알아야 한다."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기술을 모르면,
알고리즘에 휘둘린다.
우리는 애민에서
백성을 사랑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실행할
손과 발이 부패하면,
사랑은 백성에게 닿기 전에
중간에서 썩는다.
이제 우리는 배운다.
손과 발을 단속하는 법.
알고리즘을 통제하는 법.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AI는
당신의 뜻을 그대로 전하는가,
아니면
중간에서 왜곡하고 착취하는가?"
[내일 계속]
시스템을 믿었을 뿐입니다.
직인(職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