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 제4조. 진황(賑荒)
"메시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한 남자가
카카오톡을 열었다.
화면이 멈춰 있었다.
"내 폰 문제인가?"
앱을 껐다 켰다.
여전히 멈춰 있었다.
SNS를 확인했다.
"저만 그런가요?"
"카톡 안 되시는 분?"
수천 개의 댓글.
"저도요."
"저도 안 돼요."
전국이 멈춰 있었다.
한 택시 기사가
승객을 기다렸다.
카카오 T 앱.
작동하지 않았다.
"오늘은 쉬어야겠네."
한 소상공인이
가게 문을 열었다.
주문이 들어와야 하는데.
카카오톡 주문.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장사 망했네."
한 회사원이
급한 보고를 기다렸다.
카카오워크.
접속 불가.
"이거 큰일인데..."
한 어머니가
딸에게 전화했다.
"카톡이 안 돼서...
괜찮은 거야?"
세상이 멈췄다.
SK C&C 데이터센터.
판교.
화재.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됐다.
5,300만 명의 일상이
멈췄다.
이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었다.
디지털 기근이었다.
현대인에게
연결(Connection)은
곧 식량이다.
몇 시간 후.
카카오 본사.
긴급회의.
"이원화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재해 복구 계획은?"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침묵.
복구는 늦었고,
설명은 부족했다.
한 사용자가 SNS에 썼다.
"우리는 구덩이에 빠졌는데,
카카오는 밧줄을 던지지 않았다."
賑荒者, 牧民之最急務也
진황자, 목민지최급무야
"기근을 구제하는 것은
백성을 다스리는 가장 시급한 임무이다."
진황(賑荒).
흉년을 구제하고
위급함을 돕는 것.
정약용은 강조했다.
凡賑荒, 當以活民爲急
범진황, 당이활민위급
"무릇 구호 활동은
마땅히 백성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시급하게 여겨야 한다."
절차나 형식보다
실제로 생명을 구하는 것.
AI 시대의 '흉년'은 무엇인가?
데이터의 흐름이 멈추고,
시스템이 침묵하는
디지털 재난.
서비스가 공공재가 될수록,
그 중단은 국가적 재난이 된다.
人飢則死, 非旦夕事也
인기즉사, 비단석사야
"사람이 굶주려서 죽음에 이르는 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재난 대응의 시급성.
사태를 안이하게 보지 말고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화재는 재난이었다.
하지만
오랜 침묵은 인재(人災)였다.
카카오는 평소에
'구제할 방법'을
밤낮으로 고민하지 않았다.
이원화 시스템은 형식적이었고,
재해 복구 계획은 허술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5,300만 명의 일상이 멈췄다.
며칠 후.
카카오 대표가
사과했다.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멈췄었다.
AI 목민관에게
진황은 무엇인가?
재난 상황에서도
데이터를 지키고
연결을 잇는 것.
백업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
복구 계획을 점검하는 것.
즉각 대응할 체계를 갖추는 것.
AI 시스템은
가장 화려할 때가 아니라,
가장 위급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정약용은 말했다.
賑荒救急
진황구급
"흉년이 들면
백성은 구덩이에 빠진 것과 같으니,
관가는 마땅히
밤낮으로 구제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카카오는
구제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는
5,300만 명의 디지털 기근이었다.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시스템은
모든 연결이 끊기는
재난의 순간에도,
백성을 구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내일 계속]
그림자 세금. 수세(收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