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함이라는 지연

봉공 제6조. 공사(公事)

by 구현

"추가 서류를 제출하십시오."


2024년.

미국.


이민국 사무실.

책상 위에

서류 더미가 쌓였다.

비자 신청.

영주권 신청.

망명 신청.


한 직원이 한숨을 쉬었다.

"이걸 언제 다 처리해..."



미국 이민국(USCIS)은

결정했다.

"AI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목적은 명확했다.

공적인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


몇 달 후.

시스템이 가동됐다.


AI는 서류를 분류했다.

기준에 따라 판단했다.

빠르게 처리했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한 망명 신청자가 통지서를 받았다.


"기준에 맞지 않음. 거절."

"무슨 기준인가요?"


답은 없었다.


다른 신청자는

같은 서류를

세 번 제출했다.


매번 같은 요구.


"추가 서류를 제출하십시오."

"이미 냈는데요?"

"시스템에 없습니다."


한 가족은

2년을 기다렸다.

영주권 신청.


어느 날.

"알고리즘 오류로 거절됨."

"오류요?"

"인간 심사로 재신청하십시오."


다시 처음부터.

다시 2년.


복잡한 케이스는

기계적으로 걸러졌다.

"기준에 맞지 않음."

불필요한 서류가

반복해서 요구됐다.


신청자들은 기다렸다.

몇 주.

몇 달.

몇 년.


한 변호사가 말했다.

"시스템이 빨라진 게 아닙니다.

오히려 병목이 생겼습니다."


AI는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불투명한 지연을 만들고 있었다.


公事當精, 不可苟且

공사당정, 불가구차


"공적인 일은

마땅히 정밀해야 하며,

구차하게 대충 넘겨서는 안 된다."


공사(公事).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것.


不以私事妨公

불이사사방공


"사적인 일 때문에

공적인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공과 사의 엄격한 분리.

사적인 편의가

공적 시스템의 효율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민국 AI는

시스템의 편의를 우선했다.


복잡한 케이스?

거절.

예외 상황?

거절.


명확하지 않은 것?

추가 서류 요구.


빠르지만 정확하지 않았다.

효율적이지만 책임감이 없었다.


文書期於精確, 勿求虛飾

문서기어정확, 물구허식


"문서는 정확함에 기해야 하며,

헛된 꾸밈을 구해서는 안 된다."


형식적인 보고 대신,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


하지만 AI는

형식만 체크했다.

서류가 갖춰졌는가?

기준에 맞는가?


사람의 상황은

보지 않았다.


한 신청자가 항의했다.

"제 케이스는 복잡합니다.

AI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답변.

"시스템 기준을 따릅니다."


公事速決

공사속결


"공적인 일은

그 경중(輕重)을 살펴

신속하게 처리하고,

사사로운 감정으로

지연시키거나

대충 처리해서는 안 된다."


신속함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중을 판단해야 한다.

정확해야 한다.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끝내야 한다.


이민국 AI는

속도만 추구했다.

경중 판단은 없었다.


결과.

복잡한 케이스는 밀렸고,

간단한 케이스만 빨라졌다.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느려졌다.


신속함이

지연이 됐다.


AI 목민관의 책임.


자동화의 편리함에 기대어

공적 업무에 대한

세밀한 책임감을 잃지 않는 것.


경중(輕重)을 판단하지 않는 신속함은,

결국 누군가의 삶을 멈추게 하는

지연이 된다.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AI 시스템은

정확한 경중 판단없이

공적인 일을

대충 처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일 계속]

자동화된 의무. 봉공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