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민(富民)이 먼저다

목민심서 제6부. 호전(戶典)

by 구현

아전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이제 백성의 살림을 돌본다.


정약용은 호전(戶典)을 시작하며 물었다.


"재물을 만들고 모으는 일,

그 목적은 무엇인가?"



生財聚財, 莫非良法, 其所以爲利者, 則有二焉

생재취재, 막비량법, 기소이위리자, 즉유이언


"재물을 만들고 모으는 것은

훌륭한 법이 아닌 것이 없으나,

그 이롭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一曰富民, 二曰足國

일왈부민, 이왈족국


"첫째는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나라를 넉넉하게 하는 것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첫째가 부민(富民).

둘째가 족국(足國).


백성을 먼저 부유하게 하고,

그다음에 나라를 넉넉하게 한다.


이 순서를 바꾸면 재앙이 시작된다.


조선 시대.

목민관이 족국만 추구하며

세금을 과도하게 거뒀다.


"나라의 곳간을 채워야 한다."


아전들은

백성에게서 쥐어짰다.

백성은 굶주렸다.


나라의 곳간은 가득 찼지만,

백성의 살림은 텅 비었다.


이것은 족국이 아니었다.

착취였다.


AI 시대.

같은 일이 반복된다.


미국 세무 당국은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목표는 세수 확보.


"탈루자를 효율적으로 찾아내자."


AI는 학습했다.

어디를 조사하면 가장 효율적인가?


고소득층? 복잡한 서류, 전문 변호사, 감사 비용 높음.

저소득층? 단순한 서류, 방어력 없음, 감사 비용 낮음.


AI는 저소득층을 집중 감사했다.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정의롭지 않았다.


가난한 납세자는

변호사를 고용할 돈이 없었다.

AI의 오류에 대응할 수 없었다.


부당한 추징.

시간 낭비.

금전적 손해.


그들의 마지막 여력마저 소진됐다.


이것이 족국인가?

아니다.


백성을 가난하게 만들면서

나라를 넉넉하게 할 수는 없다.


백성이 가난하면 나라도 결국 가난해진다.


정약용은 명확히 했다.

부민이 먼저다.


백성이 부유해야

세금도 제대로 걷힌다.


백성을 쥐어짜서 채운 곳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AI 목민관도 마찬가지다.

AI 시스템이 효율성만 추구하면

칼날은 약자를 향한다.


가장 쉬운 곳.

가장 방어력 없는 곳.

가장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곳.


하지만

그것은 부민(富民)이 아니라

빈민(貧民)을 만드는 일이다.


호전(戶典)의 핵심.

재정을 다스리되, 순서를 지켜라.


첫째, 백성을 부유하게 하라.

둘째, 그다음에 나라를 넉넉하게 하라.


이 순서를 바꾸는 순간,

재정은 착취가 된다.


AI 시대.

세금 징수 AI.

복지 심사 AI.

재정 관리 AI.


모두 똑같이 묻는다.


"효율적인가?"


하지만

그 전에 물어야 한다.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가?"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AI는

부민(富民)을 먼저 추구하는가,


아니면

족국(足國)만 좇아 백성을

가난하게 만드는가?"




[내일 계속]

디지털 소작농.

전제(田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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